이지영/KDI 국제정책대학원 국제관계 전공

환경운동연합 국제연대담당 역임 e-mail: keyma@hanmail.com

첫눈이 왔다고 한다. 작년보다 일주일이나 앞선 눈 소식이었다. 매년 계절에 앞서 벌어지고 있는 기후의 들쑥날쑥한 변화는 자연을 무시하고 앞서나간 인류의 지나친 ‘개발’에 대한 경고이기도 하다. 지구온난화 문제는 98년 양쯔강 범람과 허리케인‘미치’, 97∼98년 엘리뇨, 지구촌 곳곳의 빈번한 홍수와 가뭄 등 이미 세계적 기상재앙의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과거 100년 동안, 특히 지난 20년간 지구기온은 급속히 상승했으며 한반도도 예외가 아니었다. 지난 1950년대 연평균 기온이 10℃였던데 반해 90년대 연평균 기온은 13℃로, 이는 세계적 연평균 기온상승률을 웃도는 수준이다.

지난 13일부터 네덜란드 헤이그에서는 세계적 기후변화를 막기 위한 각국의 대응방안을 모아 범지구적인 종합 대안을 마련하기 위한 ‘기후변화협약 제6차 당사국총의(COP6)’ 가 열린다. 97년 각국의 온실가스 감축의무를 규정한 교토의정서에 따라 선진국은 2008년∼2012년 기간동안 5%의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세우고 노력하기로 했다. 특히 이번 제6차 당사국총회는 한국과 중국·인도 등에 ‘이산화탄소 감축’ 의무와 관련해 결정적인 영향을 줄 전망이다. 또한 배출권거래제 등 의무당사국의 이해관계가 걸린 교토의정서의 신축성 메커니즘(Flexibility Mechanism) 운영방안도 이 회의에서 마련된다.

그러나 실제로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많은 규제 조치들에 대한 실제적인 합의가 이뤄질지는 미지수이다. 기후변화회의는 이미 각국의 이해관계가 얽혀 정치문제화하는 경향이 짙으며, 다른 국제회의와 마찬가지로 대부분 몇몇 선진국에 의해 그 향방이 결정되는 경우가 많다.

선진국의 감축의무 이행의 신축성 확보라는 미명하에 일종의 온실가스 무역을 허용하는 신축성 메커니즘을 보더라도 과연 선진국들이 온실가스 감축 의사가 있는 것인지를 의심하게끔 만든다. 환경문제를 경제적 외부 효과로 치부하면서 경제 내적인 문제로 인식하고 해결하려는 그들의 의도는 바로 자국은 절대 손해보지 않는 수준에서 생색을 내겠다는 것이다. 한국, 중국 등을 포함한 개발도상국 역시 경제성장을 빌미로 감축계획안 제출조차 유보하려 하고 있다. 경제성장률 신장을 위해서는 일이분을 다투는 그들이 전세계 인류의 미래를 결정지을 중요한 순간에 가서는 고장난 시계를 들이밀고 있다.

몇 년전 세종문화회관 회의실에서 국내 환경단체들이 주최한 기후변화관련 심포지엄에 참석한 적이 있었다. 모두들 진지하게 논의에 참석하고 있을 때였다. 난데없이 지팡이를 짚고 들어온 할아버지는 다짜고짜 소리를 지르며 참석한 사람들을 나무라기 시작했다. “이 사람들아, 기후는 천명이여, 하늘이 하는 일을 어찌 인간이 바꾸겠다는 거여, 예끼, 벌받아 이 사람들아!” 순간 장내는 숨죽임과 함께 즐거운 웃음들이 조금씩 흘러나왔다. 우리는 기후 변화의 원인을 찾고 이를 방지하려고 모인 사람들이라는 것을 말씀드리고서야 노한 할아버지를 설득할 수 있었다. 우리에게 주어졌던 천혜의 자원, 우리가 맘대로 쓰고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한 지구상의 모든 자연자원이 실은 우리를 지켜주고 보호하고 있던 우리의 수호신(?)이었다는 사실을 다시금 깨닫게 하는 순간이었다.

what is the generic for bystolic bystolic coupon 2013
저작권자 © 여성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