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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 <기억의 비망록> 등 2편의 상영작이 취소돼 총 207편이 상영된 부산국제영화제에서는 수많은 화제작도 탄생했다. 눈길을 끄는 것은 여성문제를 다룬 작품이 다수 끼어 있다는 점. 우선 개막작으로 상영된 부다뎁 다스굽타 감독의 <레슬러>부터 그렇다.

레슬링에 중독된 외딴 마을의 철도 건널목 역무원 발라람과 니마이, 그리고 발라밤의 아내 우타라가 끌어가는 이 영화는 인간 사회의 ‘무관심’에 대해 비판하는 동시에 여성이라는 한계를 뛰어넘어 정의를 실천하려는 적극적인 여성상을 보여주고 있다.

제57회 베니스영화제 황금사자상 수상작이기도 한 자파르 파나히 감독의 <순환>은 영화제 상영 이전부터 이란내의 보수파 언론에 의해 집중 공격을 받으며 주목을 받은 작품이다. 새로운 생명이 탄생하는 병원에서 시작하는 영화는, 딸로 태어난 손녀의 미래를 걱정하는 할머니의 모습에서 암울한 미래를 예고한다. 그리고 눈을 돌려 여성에게 억압적인 사회, 낙태, 매매춘, 영아유기 등 이란 여성이 처한 사회적 억압을 훑어내린다. 여성의 암울한 현실은 제목처럼 끊임없이 ‘순환’하고 있음을 감독은 카메라를 360。 회전시켜가며 풀어간다.

이 영화는 이란에서 이슬람 여성의 명예를 실추시켰고, 이슬람의 규율을 위배하고 있으며, 여성을 비현실적으로 그리고 있다고 비난받고 있다. 그러나 이란의 여성감독 마르지예 메쉬키니 감독의 <내가 여자가 된 날>은 파나히 감독의 주장을 뒷받침한다. 9살이 되는 생일 날 낮 12시를 기해 여자가 되어 검은 스카프를 둘러써야 할 운명에 빠진 하사, 사이클경주에 나갔다가 남편에게 이혼당하고 부족에게 비난받는 아후, 호호백발 할머니가 되어서야 자신을 위한 냉장고며, 찻주전자를 살 수 있었던 후라, 이 세 여성이 보여주는 이란 여성의 삶은 이슬람 사회의 억압적 여성관을 우회적으로 보여준다.

여성의 변화에 대한 욕망을 세 개의 에피소드로 구성해 보여준 비비안 챙의 <금지된 속삭임>도 인기를 끈 작품. 그는 모녀관계를 특히 깊이 있게 탐색하는데, 일견 ‘모성’이 대안으로 제시되는 듯하나 그 모성은 맹목적인 것이 아니고 관계 회복에 근거한 애정이다.

한편 2000 칸영화제 대상수상작으로 가난한 이민자이자 미혼모에 설상가상으로 시력마저 잃어가는 셀마의 비극적 삶을 뮤지컬 형식으로 보여준 라스 폰 트리에 감독의 <어둠 속의 댄서>, 10대 소녀들이 성인으로 성장하는 과정에서 알 수 없는 충동과 격정에 휩싸이게 되는 심리를 잘 포착한 프랑스 네오미 르보브스키 감독의 <난 삶이 두렵지 않아>, “사랑은 질병이다, 빨리 극복할수록 좋다”는 독백으로 시작하는 림위화 감독의 <십이야>, 불운한 맘라카라는 여성을 통해 당당한 여성상을 보여주는 박티아르 쿠도이나자로프 감독의 <루나 파파> 등도 눈길을 끌었던 작품이다.

여성감독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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