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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연보 성공회대 사회학과 교수 인터뷰 서울시 이어 정부도 난자동결 등 생식의료 지원에 나섰지만 “생식세포 보관과 활용, 관리에 법적, 제도적 공백 있어” 최근 이슈화된 모 대학병원 시험관 아기 시술 오류 논란이 한 예 “임신, 출산에 실질적 지원할 수 있게 정책 방향 잡아야”

[인터뷰] 성공회대 정연보 “가임력 보존술 지원, 자칫 생식의료 산업 성장만”

2024. 03. 25 by 신다인 기자
정연보 성공회대 사회학과 교수 ⓒ성공회대 대학알리 제공
정연보 성공회대 사회학과 교수 ⓒ대학알리 제공

“여성들에게 실질적 도움이 되기보다는 자칫 생식의료산업의 성장에만 기여하게 되는 것은 아닌지 검토가 필요하다.”

서울시에 이어 정부도 난자동결 시술 등 생식의료 지원에 나서기로 한 것과 관련, 정연보 성공회대 사회학과 교수는 이렇게 지적했다.

미국 국립 암센터에 따르면 생식의료(Reproductive Medicine)는 생식력 보존, 불임 진단 및 치료 및 기타 생식 문제를 전문으로 하는 의학 분야다. 생식의료는 사춘기, 폐경, 피임(산아 조절) 및 특정 성 문제와 관련된 문제를 다룬다.

지난 1월 모자보건법 ‘생식세포 동결·보존 등을 위한 지원’ 항목이 신설되면서,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불임이 예상돼 생식세포의 동결·보존이 필요한 사람에게 지원할 수 있는 근거가 마련됐다. 이미 서울시는 지난해 9월부터 전국에서 최초로 난자동결 시술 비용의 50%를 지원하고 있다.

이에 그는 “인구를 증가시키겠다는 인구정책의 수단으로 여성의 몸을 보기보다는 여성 스스로 임신, 출산 여부와 시기 등을 결정하고, 이에 대한 실질적 지원이 가능하도록 정책 방향이 설립되어야 할 것”이라고 제언했다.

서울대 분자생물학과 졸업 후 같은 대학원 여성학협동 과정에서 석사, 미국 미네소타 대학교에서 ‘젠더 연구 및 과학기술사회학’으로 박사 학위를 취득한 정 교수는 국내에서 대표적인 테크노페미니즘 전문가로 꼽힌다.

여성주의 시각으로 생명공학 기술을 분석하고 있는 정 교수는 “난자채취는 다수의 난자를 한 번에 채취하는 호르몬 사용 등으로 건강상 부담이 있고, 아직 동결 난자로 출산을 시도할 때 성공률이 높지 않다”며 “(생식의료) 기술의 혜택과 한계에 대한 정보가 더 연구되고 논의돼 여성들에게 충분히 제공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비슷한 이유로 오스트리아는 비의학적 난자동결시술을  법적으로 금지하고 있다. 여성들의 출산을 미루도록 인도할 수 있고, 건강과 재정상의 희생에도 임신하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는 이유다. 

보관 및 관리 체제의 신뢰성이나 윤리성 문제도 있다. 2000년대 초 황우석 논문 조작 사건 땐  난임클리닉에 보관됐던 난자가 동의 없이 연구용으로 사용됐다는 문제가 드러났다. 2017년엔 제대혈 은행에 보관되거나 기증된 제대혈(탯줄 혈액)이 동의 없이 상업적 목적으로 사용된 것이 드러나기도 했다.

정 교수는 “향후 난자 등 생식세포 등의 동결, 보관, 활용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관련 기관들에 대한 관리 시스템의 검토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난자만의 문제가 아니다. 정자 역시 관리 시스템과 정책의 부재로 인한 문제가 일어나고 있다. 최근 사회적으로 논란을 일으킨 모 대학병원의 시험관 아기 시술 오류가 대표적 사례다.

모 대학병원에서 시험관 아기 시술을 통해 아들을 가진 부부는 25년 만에 아들의 유전자가 남편의 것과 다르다는 사실을 알고 해당 교수와 대학병원에 항의했지만 제대로 된 사과와 배상을 받지 못했다. 잘잘못을 가리고 손해배상을 청구할 법적, 제도적 근거가 없기 때문이다.

정 교수는 “이 경우는 생식세포의 보관과 활용, 관리에 있어서의 법적, 제도적 공백을 일면 보여주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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