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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자스민 녹색정의당 의원 인터뷰 “8년 전이나 지금이나 이주민 고려하는 정당 없어 한국 사회 이주민은 늘어나는데 수용성은 떨어져 현 정부 이민청 추진안은 껍데기뿐…구조적 문제 짚을 수 있어야“

[인터뷰] 이자스민 “저임금 외국인 가사노동자 도입은 비인간적”

2024. 03. 22 by 박상혁 기자
이자스민 녹색정의당 의원 ⓒ박상혁 기자
이자스민 녹색정의당 의원 ⓒ박상혁 기자

'한국 최초의 귀화인 출신 국회의원.'  '250만명 이주민의 대변인.' 

이자스민 녹색정의당 의원을 따라다니는 수식어다. 19일 서울 영등포 국회의원실에서 만난 이 의원은 정부와 여당의 이민자 정책을 “반창고 정책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서울시의 저임금 외국인 가사돌봄서비스 추진은 “비인간적·인종차별적 정책”이라고 질타했다.

류호정·이은주가 내려놓은 정의당 비례대표 의원직을 승계한 이 의원의 임기는 4개월에 불과하다. 그럼에도 “250만 이주민의 스피커 역할을 맡을 사람이 국회에 필요하다”는 사명감을 갖고 이민사회기본법 추진 등 이주민 정책 개선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1995년 결혼이민으로 한국에 입국한 그는 지난 30년간 이주민 및 이주여성들의 인권운동에 앞장서온 인물이다.  2016년 새누리당 비례대표로 최초의 귀화인 출신 국회의원이 됐던 이 의원은 “지난 8년간 나를 제외한 누구도 귀화인 출신 국회의원이 되지 못했다. 이주민의 정치참여에 대한 사회적 장벽이 여전하다”고 토로했다.

이자스민 녹색정의당 의원은 지난 17일 국내 이주인권단체가 공동주관한 세계 인종차별 철폐의 날(3월 21일) 기념대회에 참석했다. ⓒ의원실 제공
이자스민 녹색정의당 의원은 지난 17일 국내 이주인권단체가 공동주관한 세계 인종차별 철폐의 날(3월 21일) 기념대회에 참석했다. ⓒ의원실 제공

이주민 관련 사회, 정치적 장벽이 여전한데도 정부와 여당은 저출생으로 인한 생산인구 급감 문제를 해소하는 해법 중 하나로 해외 인력을 대규모로 끌어오는 방안을 내놨다.

고용노동부는 올해 '고용허가제'를 통한 비전문 외국인력의 E-9 비자 허가 규모를 전년 대비 4만5000명 늘린 16만5000명으로 잡았다. 법무부는 이민정책을 총괄하는 산하기관 '출입국·이민관리청'(이민청)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이 의원은 “한국은 언어적 장벽이 강하고 기업도 외국인에 보수적인데, 이주민 수용에 대한 구조적 개선 없이 필요한 인재들이 들어와 주길 바라고 있다”며  “이 같은 상황을 해결하지 않으면 이주민들도 한국에 정착하지 않을 것”이라고 지했다.

또한 “국내 이민자 정책을 총괄하는 정부기관 신설은 필요하지만, 법무부 산하기관이 아닌 대통령 직속기관으로 만들어 각 부처의 이민정책을 조율할 수 있는 컨트롤타워, 또는 지자체와 협력할 수 있는 행정안전부 산하기관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아이를 키우는 부부에게 저임금 외국인 가사돌봄서비스를 제공하자는 서울시의 정책에 대해 “비인간적이고 인종차별적 시각에 기반한 정책”이라며 거세게 질타했다.

저출생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고용안정 및 일·가정 양립, 육아휴가 보장 등의 개선이 이뤄져야 하며, 자국민을 보호할 의무가 있는 해외 국가들이 '외국인 인력은 저임금을 줘도 된다'는 차별적인 시각에 동의하고 인력을 제공할 리도 없다는 것이다. 

이자스민 녹색정의당 의원 ⓒ박상혁 기자
이자스민 녹색정의당 의원 ⓒ박상혁 기자

다음은 이자스민 녹색정의당 의원과의 일문일답.

- 4개월의 짧은 의원직을 맡게 됐다.

“4년 같은 4개월을 지내고자 한다. 국회에 입성하자마자 모든 부처에 이주민 관련 활동과 정책을 보고받았고, 총선 직후 이민사회기본법 발의를 추진하고 있다. 모 매체 기사를 보니 내가 의원직을 내려놓은 동안 언론이 이주민·다문화 문제를 언급하는 빈도가 절반 넘게 줄었다고 한다. 이주민 정책을 말하는 스피커가 없어 관심이 떨어진 것이다. 지난 4년간 이주노동자 관련 정책은 거의 멈춰 있다. 현재 국회에 발의된 33개 이주노동자 관련 법안 중 24개가 계류 중이다. 욕을 먹더라도 국회에서 이주민에 대한 사회적 질문을 던질 수 있는 사람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 이주민 출신 정치인, 이주민을 위한 정책을 찾아보기 어렵다.

“8년 전이나 지금이나 이주민에 관심을 갖는 정당이 없다. 국내에 체류하는 외국인을 250만명으로 추산하는데, 귀화인이나 이주민 2세 등을 포함하면 그 수가 훨씬 많음에도 정치인들은 표가 제한적이라는 생각에 신경을 쓰지 않는다. 또한 외국인은 당원가입 및 정치활동에 제한이 많고, 다른 사회적 약자와 달리 경선에서 가점을 받지 못한다. 내 경우 여성과 이주민의 대표성을 모두 받아 국회에 입성할 수 있었다. 여성 의원도 소수에 불과한데, 이주민 대표성까지 할당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생각한다.”

- 과거에 비해 한국에서 이주민이 더 살기 좋아졌다고 보나.

“내가 한국에 들어온 1990년대에 비해 이주민을 위한 여러 제도가 생겼지만, 사회적 인식은 아직 충분히 발전하지 못했다. 2020년 발표된 이민통합정책지수(MIPEX)를 보면 한국은 100점 만점에 56점으로 조사 대상 52개국 중 18위를 차지했다. 등수로만 보면 나쁘지 않겠지만, 점수로 따지면 많이 부족하다고 본다. 여성가족부에서 3년마다 발표하는 다문화수용성의 경우 2015년 53.5%에서 2018년 52.81%, 2021년 52.27%로 하락하는 추세다. 이주민의 수는 늘어나는데 그들에 대한 수용성이 낮아진다면 현존하는 이주 관련 제도도 제 구실을 못하고, 사회적 문제는 커질 수밖에 없다.”

- 현재 한국에서 일하는 이주여성들의 처우는 어떠한가.

“가장 열악한 환경에서 일할 뿐 아니라 여성으로서의 임금격차와 이주민으로서의 임금 격차, 두 가지 피해를 모두 받고 있다. 이주여성들이 주로 일하는 농어촌업계의 경우 장시간 일해야 하면서도 휴식시간이 없다. 지난해 고용노동부가 실시한 농어촌기숙사 실태조사는 업계의 거부로 지금까지 완료하지 못했다. 가수를 시켜주겠다는 말에 한국에 들어왔는데 업주의 강요로 성매매를 하게 되는 이주여성들도 많다. 이밖에도 비자문제, 가정폭력 등 우리 눈과 귀에 들리지 않는 문제점들이 많지만 정부는 외국인노동자 관련 예산을 삭감하고 있다.”

- 정부와 여당은 법무부 산하기관으로 이민정책을 총괄하는 이민청 신설을 추진하고 있다.

“이민정책 컨트롤타워 설치는 필수다. 하지만 현 추진안은 껍데기만 있고 내용이 없다. 이민정책을 성공하기 위해서는 우리 사회의 이민자수용성을 어떻게 올릴 것인지, 앞으로 생길 사회적 갈등들을 어떻게 봉합할 것인지 이야기해야 한다. 규제기관인 법무부가 이러한 정책을 만들 수 있을지 의문이다. 대통령 직속기관을 만들어 모든 부처가 협력할 수 있도록 컨트롤하거나, 지자체와 함께하도록 행정안전부에 이민청을 만드는 방법이 더 적절하다.”

- 서울시의 외국인 가사돌봄노동자 도입에 대한 생각은.

“비인간적이고 인종차별적인 정책이다. 저임금 외국인 가사노동자 인력을 공급해 저출생 문제를 해결하고 여성의 경력단절을 해결할 수 있다는 주장인데, 값싼 인력으로 해결할 수 있었으면 모든 선진국이 저출생 문제를 해결했을 거다. 송출국 입장에서도 차별적인 시선을 보이는 타국에 자국민을 보내고 싶지 않다. 최근 한국은행이 보고서를 통해 저임금 외국인 가사노동자 도입 우수사례로 홍콩을 꼽았는데, 홍콩아시아가사노동조합연맹(FADWU)는 이에 반발하는 성명을 냈다. 저출생은 가사노동자가 비싸서가 아니라 고용불안정과 일·가정 양립의 어려움, 출산휴가 사용의 어려움 등의 구조적 문제가 해결되지 않아 심화되는 것이다.”

- 이주민이 차별받지 않기 위해 어떤 정책이 필요한가.

“이민 및 이민정책에 대한 법적 정의부터 명확히 해야 한다. 외국인, 유학생, 단기간 근로자, 다문화가정 등 다양한 유형이 있지만 이민이 무엇인지, 이민자는 누구인지에 대한 정의가 없다. 또한 이민자를 한 번 쓰고 휴지처럼 버리는 사람이 아닌, 우리 사회에 머물 수 있는 사람이 되도록 지원해야 한다. 이민자에 대한 국가와 지자체의 책임을 규정하고, 컨트롤타워를 수립한 뒤 사회문화, 교육, 미디어 등에서의 이민정책을 만들어야 한다. 총선이 끝나면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이민사회기본법을 발의하겠다. 임기 내 통과되지 않더라도 앞으로의 정책적 기반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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