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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서부지법 2일 선고

'순정 아니라 범죄다' 30년 대학선배 스토킹한 남성 징역1년6개월

2020. 07. 02 by 김서현 기자
살인까지 이어지는 스토킹이 단순 경범죄로 취급되면서 처벌은커녕 제대로 신고조차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살인까지 이어지는 스토킹이 단순 경범죄로 취급되면서 처벌은커녕 제대로 신고조차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대학 선배 여성을 30여년 간 스토킹하고 협박한 남성에게 징역 1년6개월이 선고됐다. 이같은 사실이 알려지자 30년간 한 사람에게 범행을 저질러 일상생활을 파괴했음에도 지나치게 낮은 형량이 선고됐다는 비판과 스토킹 처벌법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누리꾼들로부터 나오고 있다. 

서울서부지법 형사9단독(박수현 판사)는 대학 선배에게 결혼을 요구했다가 거절 당하자 수십회에 걸쳐 협박성 문자 메시지를 보낸 혐의로 구속 기소된 남성 신모(50)씨에게 징역 1년6개월을 선고했다. 협박 혐의가 적용됐다.

신씨는 1991년 처음 만난 대학 선배 A씨에게 구애했다가 거절당하자 이후 지속적으로 문자·음성 메시지를 보내고 거주지나 가게 등으로 찾아가 ‘스토킹’ 행위를 했다.

A씨가 신씨를 고소해 형을 선고받은 후에는 자신이 다른 여성과 연애하지 못 하는 이유가 A씨 탓이라고 앙심을 품은 것으로 알려졌다. 신씨는 A씨를 협박하거나 폭행한 일로 징역 10개월을 선고받은 바 있으며 총 4차례 처벌 받았다.

이번에 재판 넘겨진 혐의는 2016년부터 2019년까지 총 38회에 걸쳐 협박성 메시지를 보내 협박한 혐의다.

신씨는 ‘지조 없는 한심한 네X 때문에 내 인생이 처절히 망가졌다’ ‘가만히 두지 않겠다’ 등 메시지를 보내고, A씨와의 형사사건 기록을 언론에 공개해 보복하겠다고 협박한 것으로 조사됐다.

재판부는 “동종 범죄로 실형을 선고받았음에도 또다시 이 사건 범행에 이르렀고, 접근금지를 명하는 가처분 결정 이후에도 계속 연락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피해자는 스토킹 행위로 극심한 정신적 고통을 겪었을 것인데, 피고인은 그 책임을 피해자에게 전가하는 태도로 범행을 진심으로 뉘우치고 있지 않다”며 실형을 선고했다.

이같은 사실이 알려지자 누리꾼들은 “30년 간 범행을 저질렀는데 고작 1년6개월?”이라며 공분하고 있다.

현재 한 사람을 집요하게 쫓아다니거나 수 차례 이상 교제를 요구하는 행위 등 스토킹 행위를 했을 때 이를 처벌할 방법은 없다.

이번 사건이 징역형을 선고받을 수 있었던 것은 스토킹 행위 중 문자메시지를 통한 위협이 있었기 때문이다. 

현재 스토킹 범죄는 대부분 경범죄의 ‘지속적 괴롭힘’ 위반으로 처벌되고 있으며 경범죄로 처벌할 경우 공원에 반려견의 개똥을 방치한 것과 같은 형량을 선고받게 된다.

한국여성의전화 분석에 따르면 지난해 '연인 등 지인에 의한 여성 살해 피해자'는 99명, 살인미수는 130여 건이다. 이 중 이혼이나 결별, 만남을 거부했다는 이유로 살해된 사람이 58명(29.6%)에 달한다.

정춘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달 29일 스토킹 범죄를 처벌하기 위한 ‘스토킹범죄의 처벌 및 피해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 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지난 총선 당시 더불어민주당과 미래통합당, 정의당 등은 여성안전 공약의 일환으로 스토킹 처벌법 제정을 전면에 내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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