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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별금지법제정연대 주최 토론회 ‘구조적 성차별 없다는데 무슨 여성할당제?’ “적극적 조치는 구조적 차별 개선하기 위한 것… ‘양성평등 채용목표제’로 남성이 혜택받고 있어” “적극적 조치는 평등한 공동체 위한 보상… 적극적 조치 의무화, 민간기업에 확대해야”

‘여성할당제’가 남성 역차별?... “적극적 조치는 차별이 아니다”

2023. 04. 03 by 이수진 기자
차별금지법제정연대 연속토론회 1회차 ‘구조적 성차별 없다는데 무슨 여성할당제? 평등의 관점으로 적극적 조치 다시보기’가 30일 저녁 서울 종로구 일대에서 열렸다. ⓒ이수진 기자
차별금지법제정연대 연속토론회 1회차 ‘구조적 성차별 없다는데 무슨 여성할당제? 평등의 관점으로 적극적 조치 다시보기’가 30일 저녁 서울 종로구 일대에서 열렸다. ⓒ이수진 기자

‘여성할당제’는 남성을 역차별하는 제도라는 비판이 있다. 차별을 해결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조치’하는 것도 차별이 될 수 있을까.

차별금지법제정연대가 주최한 연속토론회 1회차 ‘구조적 성차별 없다는데 무슨 여성할당제? 평등의 관점으로 적극적 조치 다시보기’가 30일 저녁 서울 종로구 일대에서 열렸다.

주최 측은 “지금 한국 사회에서 적극적 조치가 의미하는 바는 무엇이고, 시민들과 이야기해야 할 지점은 무엇일지 구체적으로 모색해보고자” 한다며 이번 토론회의 의의를 밝혔다.

일상적으로는 혼용해서 쓰고 있지만, 사실 ‘할당제’와 ‘적극적 조치’는 엄밀히 다른 개념이다.

오랜 시간 적극적 조치를 연구해 온 성공회대학교 김경희 교수에 따르면, “할당제는 채용이나 승진 등에서 여성이나 특정 사회적 집단의 수나 비율을 정해서 소수 집단에 적극적으로 기회를 부여하는 것”이고, “적극적 조치(Affirmative Action, AA)는 어떤 직업이나 직종에 특정 성의 비율이 낮으면, 보이지 않는 차별이 존재했다고 가정하고 그것을 변화시키기 위해 일정한 목표치를 정하는 것”이다.

김 교수는 “적극적 조치는 차별이 아니다”며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이것은 구조적 차별을 개선하기 위한 것이다”고 설명했다.

차별금지법제정연대 연속토론회 1회차 ‘구조적 성차별 없다는데 무슨 여성할당제? 평등의 관점으로 적극적 조치 다시보기’가 30일 저녁 서울 종로구 일대에서 열렸다. ⓒ이수진 기자
차별금지법제정연대 연속토론회 1회차 ‘구조적 성차별 없다는데 무슨 여성할당제? 평등의 관점으로 적극적 조치 다시보기’가 30일 저녁 서울 종로구 일대에서 열렸다. ⓒ이수진 기자

미국에서는 이와 관련해 1961년 고용평등위원회(EEOC)를 설치했다. EEOC는 성차별로 문제가 제기된 기업을 직접 조사하고 피해 당사자를 대신해 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 재판에서 혐의가 인정되면 기업은 큰 액수의 징벌적 배상을 물어야 하고, 이는 타 기업에도 ‘여성이나 소수자를 차별하면 손해’라는 경각심을 준다.

우리나라에서 처음 도입된 적극적 조치는 ‘여성공무원 채용목표제’다. 하지만 반발이 심해 2003년부터는 ‘양성평등 채용목표제’로 바뀌었다. 지난 2015년부터 ‘양성평등기본법’이 시행되면서, 공무원뿐만 아니라 국공립대, 과학기술 영역, 근로자 500인 이상 민간기업 등도 적극적 조치의 대상이 됐다.

사실상 공무원 분야의 ‘양성평등 채용목표제’는 더 이상 여성만을 우대하는 조치는 아니다. 지난 2019년에는 이 제도로 인해 중앙부처에 남성 43명이 추가합격했다. 한편, 여성은 39명이었다. 같은 해 지자체의 경우, 남성 추가합격자는 192명에 달했던 데 비해 여성은 33명에 그쳤다. 2015년 이후부터는 오히려 남성이 이 제도의 혜택을 보고 있는 실정이다.

김 교수는 “다수의 여성들이 비정규직이고 절대다수가 중소기업에서 일하고 있는데 (남녀고용평등법상 ‘적극적 고용개선조치’는) 공공기관 등을 대상으로 하고 있어서 실효성이 떨어지고 있다”며 “미국 노동부 산하에 있는 EEOC 같이, 연방 정부와 계약을 맺은 기업의 경우에는 적극적 조치를 반드시 하도록 하는 제도가 (우리나라에도)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차별금지법제정연대 법률위원회 박한희 변호사가 발언하고 있다. ⓒ이수진 기자
차별금지법제정연대 법률위원회 박한희 변호사가 발언하고 있다. ⓒ이수진 기자

차별금지법제정연대 법률위원회 박한희 변호사는 “(적극적 조치는) 평등권 침해도 아니고 역차별도 아니다. 이는 공동체를 다시 평등하게 만들기 위한 보상이고, 사회 구조 자체를 바꾸기 위한 조치다”며 “차별금지법이 차별의 구제나 국가의 조치를 통해서 적극적 조치가 실현될 수 있는 토대를 만든다”고 역설했다.

한 참가자가 “다양성이 경영의 향상성을 가져오는 사례”에 대해 질문하자, 박 변호사는 “여성을 채용하는 기업은 100명 중에서 인재를 고르는 거다. 여성을 채용하지 않는 기업은 50명 중에서 인재를 고르는 거고. 누가 더 성장할 것인지는 명백한 것”이라며 “더 많은 사람들이 있을 때 회사가 원하는 인재를 채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적극적 조치가 사무직 외에 기술직, 현장직에도 이점이 있을지”에 대해서 김 교수는 “여성들이 들어오자 작업 도구를 (여성들이 사용할 수 있게) 경량화하는 작업을 했는데, 여성에게만 좋은 게 아니라 남성도 오히려 더 안전하면서도 가벼워서 좋다고 하더라”고 답했다.

김 교수는 “우리나라는 미국하고 다르게 공공 부문은 상대적으로 (적극적 조치의) 비중이 큰 편이다. 그걸 적극적으로 모니터링하면서 민간 쪽으로 계속 넓혀가는 것도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밝혔다.

박 변호사는 “(채용목표제나 적극적 조치에 관해) 국가에서 단순히 양적인 문제를 감시하는 것이 아니라, 이게 어떤 의미인지 기업들도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사회적으로 이해될 수 있는 용례들을 만들어 나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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