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악, 악산(惡山)? 악산(樂山)!
2011-09-30 김별아 / 소설가
한계령 - 서북능선 - 중청 - 대청봉(1708m) - 중청대피소 - 공룡능선 - 마등령 - 비선대 - 설악동(강원 인제군 북면 한계리 - 강원 속초시 설악동)
-총 23㎞, 15시간 소요
한계령 - 서북능선 - 중청 - 대청봉(1708m) - 중청대피소 - 공룡능선 - 마등령 - 비선대 - 설악동(강원 인제군 북면 한계리 - 강원 속초시 설악동)
무엇을 하든 무언가를 반드시 얻어야 한다는 결과주의와 성취지상주의가 지배하는 세상에서는 어느 누구도 제대로 산을, 삶을 즐기지 못한다. 그런데 중청대피소에 도착했을 때 산행을 마친 아이들에게서 한 통의 문자가 왔다. “공룡능선은 대야산을 서너 개쯤 붙여놓은 것 같다!”는 것. 아, 대야산! 지난해 10월 15차 산행에서 정상에 이르는 50m의 수직절벽을 오르다가 그야말로 죽음의 예감과 공포를 생생하게 맛본 마(魔)의 산! 그때부터 걱정이 되어 잠이 오지 않았다. 누군가의 고단한 코골이 소리를 들으며 엎치락뒤치락하노라니 내 안의 두려움과 불안이 어서 빨리 산에서 ‘내려가라!’고 아우성치는 것만 같았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일단 산에 들어오면 도망칠 수가 없다. 오로지 내 발로 내 온몸을 밀어야만 떠나든 벗어나든 할 수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