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하는 여성 코미디에 묻히다
드라마 ‘워킹맘’ 억지 재결합 공감 실패
친정엄마 애보기 전략… 육아해법 회피
초심과 달리 갈피 못 잡아
친정엄마 애보기 전락 아쉬워
그러나 ‘불량아빠 길들이기’란 부제를 단 드라마 ‘워킹맘’은 초심의 의도와 달리, 또는 시청자의 바람과 달리 갈피를 잡지 못하는 것 같다. 정신적 멘토로 이루어졌다는 재성과 은지의 위험한 관계, 은지 엄마와 가영 아버지의 재혼, 재성과 가영의 이혼, 가영의 셋째 아이 임신, 은지-가영-정원의 삼각관계, 재성의 막무가내 재결합 요구 등 일하는 엄마의 애환이나 불량 아빠의 갱생보다는 주변의 에피소드 중심으로 드라마가 진행되고 있어 아쉽다.
‘워킹맘’은 가장 중요한 키워드인 육아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사회적으로 접근하지 못하고 친정엄마를 애보기로 전락시켜 안타깝다. 가영은 취업에 치명적 걸림돌인 육아를 해결하기 위한 수단으로 죽은 친정엄마 타령만 한다. 결국 가영은 애들을 맡기기 위한 친정엄마를 만들기 위해 아버지의 재혼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인다. 재취업하는 주부들의 가장 큰 어려움이 되는 육아문제를 사회적 모색과 더불어 대안을 모색할 수도 있었다. 그러나 가영은 가족에게만 의존하여 해결하려는 접근 방식으로 인해 가족 내 분란과 갈등만 부추기는 결과를 초래하는 모습을 보여 아쉬움만 주었다.
일하는 엄마에 대한 관심보다 ‘엄마’로서의 직분에만 초점
오직 ‘엄마’라는 직분에만 초점이 맞추어진 대사들은 ‘일하는 사람’에는 관심이 없다. 일을 하다 아이를 데리러 가야 하고 아이를 데리고 회사로 와서 일을 하기도 한다. 회사 일을 하며 밤새워 시댁 잔치도 준비해야 한다.
가영의 이런 모습을 보며 모른 척하는 아이 아빠인 재성에게 따끔하게 야단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가정에서는 얼마나 번다고, 얼마나 대단한 일을 한다고 애를 팽개치느냐며 질책이고 직장에서는 애 핑계로, 아줌마가 다 그렇지라며 비난이 따른다.
적어도 재결합으로 몰고 가기 위해서는 최소한의 극 중 장치는 필요하다. 여전히 재성은 정신 차리기보다는 어떻게 하면 가영에게 얹혀살까 궁리 중이다. 구직을 위한 노력도, 무책임하게 살아온 날에 대한 반성도 없다. 오직 노숙을 면하기 위한 집을 필요로 한다. 그래서 눈물, 콧물 흘리며 같이 살게 해 달라고 단지 매달리기만 할 뿐이다.
애 둘을 두고 이혼한 마당에 단지 셋째의 임신 사실이 재결합의 이유가 될 수 없음에도 드라마는 재결합의 의지를 곳곳에서 보여준다. 재성에 대한 가영의 어정쩡한 모습이나 종만이 가영의 재결합을 이유로 가출하고 어렵게 한 재혼을 되돌리는 행위는 딸의 도덕적 결합을 원하는 이치와도 어긋날 뿐더러 개연성도 떨어진다. 오히려 세 아이를 데리고 살아가는 딸 가영이 새롭게 시작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바람직한 일이라 생각한다.
워킹맘의 멘토가 남자동료?
진정성 퇴색되고 코미디화
‘워킹맘’에서 가영을 도와주고 이해해 주는 사람은 가족이 아니다. 직장 동료이자 남편인 재성도, 회사 내 여성 동료들도, 시어머니나 친정아버지도 아니다. 여성학을 공부하는 시누이조차 표리부동한 모습을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