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유진 서양화가
사람-도시, 긴장 묘사 에나멜·아크릴로 흘리고 뿌리는 독특한 기법
2007-08-10 정필주 객원기자 myvirtual@paran.com
서양화가 강유진(30)씨는 도시의 풍경을 주로 그린다. 예원학교 시절부터 지금까지 줄곧 도시 속에서 살아왔다는 그는 도시의 스펙터클에 매료됐다고 한다.
"예를 들면 공항은 현대문명의 최첨단이 만들어낸 인공물이죠. 그러나 그 안에 인간의 흔적은 삭제되어 있어요. 그런 거대도시의 이면에 있는 공허함이 매력적이었어요."
강 작가는 그림을 그리기 전 사진을 찍는다. 고층빌딩, 도로, 공항, 수영장, 갤러리, 쇼윈도, 공사현장 등 전형적인 도회 풍경을 사진기로 찍은 뒤 확대 복사한 후 먹지를 대고 캔버스에 옮겨 그린다. 이러한 방식은 매우 기계적으로 느껴지는데, 작품에 작가의 감정이 개입되지 않게 하기 위해서란다.
영국 유학 시절, 작품에 대한 세부 표현까지 명분을 찾아내도록 강요했던 학교 분위기로 인해 그는 도시 풍경과 자신과의 교감을 진지하게 고민하기 시작했다. 여기에서 강유진 작가 특유의 '도시 풍경에 대한 철학'이 싹트기 시작했다.
"많은 사람들이 인공의 공간인 도시에서 태어나 살아가고 있어요. 그러니 인공과 자연을 구분하는 건 중요치 않고, 이제는 인공적인 것이 '제2의 자연'일 수 있다고 봐요. 그래서 자연인인 사람들과 인공물인 도시 사이의 끝없는 긴장감을 표현하고 싶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