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 경제] 한국도 ‘블랙프라이데이’라는데… 할인율 저조, 이유는?

미국 이어 한국에서도 ‘블랙프라이데이’ 행사 디지털·가전·패션·뷰티 등 주요 업종 총망라 한국 블프, 미국만큼 할인 체감율 높지 않아 영토 규모·유통 구조·경쟁 강도 등 영향 산업부 주관 ‘코리아세일페스타’도 진행 “관계부처 합동 및 참여 소상공인 늘어”

2025-11-25     신미정 기자
대규모 할인행사인 ‘블랙프라이데이’가 시작됐지만 소비자들은 체감 할인율이 낮다고 지적한다. ⓒ챗GPT 생성 이미지

미국의 대규모 할인행사인 ‘블랙프라이데이’가 국내에서도 시작됐지만 생각보다 체감 할인율은 낮다는 지적이 나온다.  미국에서는 여러 유통사가 경쟁을 하며 물류비용을 줄이기 위해 대규모로 재고를 많이 쌓아두는 반면, 상대적으로 그렇지 못한 한국은 이미 최적의 판매량 예측이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최근 블랙프라이데이 시즌을 맞아 온·오프라인에서 대대적인 세일 행사가 이뤄지고 있다. 블랙프라이데이는 미국 추수감사절(11월 넷째 주 목요일) 다음 날인 금요일부터 크리스마스 시즌까지 이어지는 연중 최대 규모의 할인행사다. 1년 매출의 20~30%가 이 시기에 이뤄질 정도이며, 이때를 기점으로 대다수 소매업체 장부가 적자에서 흑자로 전환된다고 해 ‘블랙’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한국에서도 2015년 메르스 확산 사태로 침체된 내수 경기를 회복시키려는 차원에서 정부는 ‘코리아 블랙프라이데이’ 할인행사를 도입했다. 이듬해 ‘코리아세일페스타’(코세페)로 이름을 바꿨다. 2019년부터는 민간 업체가 자율적으로 행사를 진행할 수 있도록 했다. 

하지만 일부 국내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체감할 정도의 할인 규모는 아니라는 지적이 나온다. 30대 여성 주부 A씨는 “블프(블랙프라이데이) 치고는 할인율이 높지 않더라. 그래도 안 하는 것보단 나으니 그냥 샀다”고 말했다.

또 다른 30대 직장인 여성 B씨는 “블프라고 해서 엄청난 세일을 하는 게 아니라는 걸 알고 있다”면서 “애초에 인기가 높은 상품들은 할인에서 제외되는 경우가 많아서, 대대적 할인을 한다기보다 원래 할인 중이던 상품들을 조금 더 할인하는 정도이지 체감할 정도는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업계에선 할인율 차이는 한국과 미국의 다른 유통 구조에서 나온다고 설명한다. 미국의 백화점과 아울렛, 소매업체들은 대부분 제품을 직접 도매로 구매해 판매하는 유통 구조다. 영토가 넓은 미국에서 다양한 유통사들이 물류비용을 줄이고자 제품을 대규모로 구매해 판매하고 연말까지 팔리지 않고 쌓인 제품을 이 시기에 원가에 가까운 금액에 팔아서라도 내년을 준비하고자 한다.

반면 한국은 작은 영토에 효율적인 물류 시스템을 갖추고 있어 미국만큼의 대량 구매가 보편적이지는 않으며, 유통사들이 제조업체로부터 구매해 판매하는 구조도 아니다.

업계 관계자는 “회사 규모 자체가 미국 회사들이 훨씬 크니, 재고도 더 많이 쌓아놨을 것”이라며 “온 김에 세일 상품이 아닌 것들도 사가기 때문에 블프 때 팔 물량을 미리 많이 확보해 놓는다. 미국 기업들은 ‘여태 손해를 보고 있지만 이때 만회한다’는 심리가 크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에서는 체감상 20년째 불경기다. 백화점 브랜드들도 온라인이나 아웃렛 매장을 통해 재고를 매우 싼 값에 파는 상황”이라며 “이미 가격을 낮춘 상태에서 더 손해 보고 장사 할 수 없다는 심리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한국에서 가전 구매 시 제품이나 구매처를 고민할 때, LG 아니면 삼성 정도로 고민하지만, 미국에서는 경쟁사 제품들도 워낙 많을 뿐만 아니라 유통사도 코스트코, 월마트, 베스트바이 등 비교도 안 될 정도로 많아 할인율이 차이 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에서 ‘블프’ 시기나 이름이 회사마다 다른 점도 세일을 인지하기 어려운 점 중 하나다. 

정부는 지난 10월 29일부터 11월 9일까지 산업통상자원부, 문화체육관광부, 행정안전부, 중소기업벤처부 등 관계부처가 모여 전보다 큰 규모의 ‘코리아그랜드페스티벌’을 열었다.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기존에도 한국형 블랙프라이데이 할인율이 크지 않다는 지적이 있어왔다”면서도 “5월 가정의달, 설, 추석, 휴가철 등 쇼핑 특수 외 시기인 11월은 쇼핑 비수기임을 고려해, 정부와 업계가 함께 내수 진작을 위해 마련한 자리다. 올해는 정부가 박지성 전 국가대표 축구선수를 홍보대사로 위촉해 중소기업들의 판촉 행사를 돕고 있고 기업들의 참여도 매년 느는 것으로 보아 긍정적 효과를 내는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