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도 군대 가라는 것이 성평등인가요?”

성평등부, 제3차 성평등 토크콘서트 ‘소다팝’ 2030 청년 19명 참석…남성 7명·여성 12명 병역 제도·여자대학 존치 등 의견 나눠

2025-11-24     김세원 기자
21일 서울 성동구 KT&G 상상플래닛에서 성평등가족부가 주최한 제3차 성평등 토크콘서트 ‘소다팝’에서 원민경 성평등가족부 장관이 참여자의 발언을 듣고 있다. ⓒ손상민 사진기자

“여성들은 인종차별이 심각하던 시기에 흑인 남성보다도 참정권을 늦게 얻었습니다. 여성이 기본적인 권리를 누리게 된 지 얼마 안 됐는데 과연 여성과 남성을 같은 선상에 두고 이야기할 수 있을까요?”(30대 여성) 

30대 여성 A씨는 지난 21일 성평등가족부가 서울 성동구 KT&G 상상플래닛에서 개최한 제3차 성평등 토크콘서트 ‘소다팝’에서 병역 문제가 언급되자 이같이 목소리를 높였다. ‘사회진입기 청년의 성별 인식격차’를 주제로 열린 이번 3차 토크콘서트에는 남성 7명, 여성 12명 등 2030 청년 19명이 참석했다. 

A씨는 “군대를 가고 싶었지만 신체 기준 미달로 가지 못했다. 저는 군대를 가는 것이 권력이라고 생각한다”며 “과거 여성이 군대를 갈 수 없었던 이유를 우리 모두 다 알고 있다. 전쟁이 터졌을 때 여성이 어떤 상황에 놓였는지 다 알고 있는데 이런 상황에서 여성에게 군대를 가라는 것은 폭력”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여성이 군대를 간다고 해도 평등하게 총기 다루는 일을 배울 수 있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보건과 관련된 업무만 맡게 될 수 있다. 또 여성을 수용할 수 있는 시설이 충분한지도 미지수이며, 시설을 만들 세금은 어떻게 충당할 수 있을지도 고려해 봐야 한다”며 “전시 상황에서 내 한 몸 지킬 수 있는 기술을 배울 수 있다면 그 2년은 아깝지 않다. 다만 여성에게 군대를 가라는 말을 하고 싶다면 복합적으로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참가자들은 대체적으로 병역 문제를 성차별로 봐서는 안 된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또 다른 30대 여성 B씨도 “여성은 억울하다. 남성만 군대에 가도록 한 것은 국가전략적인 차원에서 이뤄진 일이었지 여성들 때문이 아니지 않냐”라며 “군대에서 발생하는 문제들은 여성이 아닌 남성들이 만든 문화에서 기인한 것인데 이를 성차별적인 관점에서 바라보는 것이 맞는지 의문이 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군대를 가기 때문에 많은 기회를 놓친다고 하는데 그렇다면 대기업 내 성별 비율 등을 살펴봤을 때 남성의 비율이 확연히 낮아야 하는 게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21일 서울 성동구 KT&G 상상플래닛에서 성평등가족부가 주최한 제3차 성평등 토크콘서트 ‘소다팝’에서 원민경 성평등가족부 장관이 참여자의 발언을 듣고 있다. ⓒ손상민 사진기자

“병역을 징벌로 생각하게 만든 국가 책임”

공익·면제자 등 사각지대에 놓인 남성들을 고려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20대 남성 C씨는 “친구 중 군 면제를 받은 사람이 있다. 이 친구는 군 복무를 희망했지만 몸이 많이 안 좋은 탓에 결국 면제를 받았다. 문제는 면제 대상자가 됐다는 통보를 받기 전까지 아무 곳에도 취업을 할 수 없었다는 것”이라며 “항상 군 문제가 언급되면 남녀가 대립해 싸우는 데 면제자들은 어느 쪽에도 끼지 못한 채 차별받는 경향이 있다. 이 문제도 함께 해결돼야 성평등을 이룰 수 있다”고 말했다. 

공익근무를 했다고 밝힌 30대 남성 D씨도 “남성 내에서도 현역과 현역이 아닌 사람 사이에 차별이 존재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언제부터 우리가 군대 가는 것을 리스크로 여기게 됐는지, 리스크로 여기게끔 만든 사람이 누군지 생각해 봤을 때 적어도 여기에 있는 사람(2030 남성·여성)은 아니”라며 “나라에서 젊은이들을 데려다가 헐값에 쓰고 있다. 병역을 징벌처럼 생각하게 만든 국가에 책임이 있다”고 지적했다. 

성평등 토크콘서트에서 병역 의무를 언급하는 것이 부적절하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30대 여성 E씨는 “남성이 군 복무를 하는 것에 대해 안타깝고 불합리하다는 생각이 드는 것은 맞지만 병역이라는 키워드를 봤을 때 남성과 여성 간 일종의 밸런스를 맞추기 위해 넣은 것인가 싶어 실망감이 들었다”고 비판했다. 

30대 남성 F씨는 “성평등 토크콘서트에 병역 문제를 가져오면 ‘남자들이 불이익 받고 있으니 챙겨달라’는 취지로 해석될 수 있다. 병역은 성평등 문제가 아니”라며 “남성들이 군대에 대한 불만이 있으면 여성이 아닌 정부와 군에 이야기하면 되는 것이 아닌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원 장관은 “병역 문제를 성평등과 어떻게 연결시킬 것인가와 별개로 군 인권 개선을 위해 많은 노력과 국민적 관심이 필요하다”며 “군에서 겪는 어려움을 저희가 도외시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취지)”라고 설명했다. 

21일 서울 성동구 KT&G 상상플래닛에서 성평등가족부가 주최한 제3차 성평등 토크콘서트 ‘소다팝’에서 참여자가 발언을 하기 위해 마이크를 건네받고 있다. ⓒ손상민 사진기자

“여대는 여성 리더십 실현의 공간…존치돼야”

또한 현장에서 여자 대학의 공학 전환 문제가 언급되자 여성 참가자들은 여대가 존치돼야 한다고 성토했다. 여성 A씨는 “아직도 사회가 평등하지 않고 여성은 불법촬영 위험에 노출돼 있는데 여학교를 없애야 한다는 말들이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여대 출신이라고 밝힌 또다른 30대 여성 G씨는 “여대의 존재가 역차별이라는 말을 들으면 화가 난다”며 “여대라는 공간은 여성에게 리더십을 경험하게 해주고, 발언권을 주는 소중한 공간인데 공학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말을 들으면 여성을 존중하지 않는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남성 F씨는 “여대 재학생들이 원하지 않는데 날치기 식으로 공학전환을 하면 당연히 안된다”고 지적했다. 또다른 30대 남성 H씨는 “여대는 여성 교육 증진을 위해 설립됐고, 현재의 상황에 비춰봤을 때 여대만의 차별점이 있다면 존치돼야 하는 것이 맞다”면서도 “다만 현재 초중고 학생들 간에 여성과 남성 등 상대방을 향한 혐오가 이어지고 있는 상황인데 이를 개선하기 위한 인식 개선과 교육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성평등부는 성별 인식격차에 관한 청년세대의 목소리를 폭넓게 듣기 위해 연말까지 총 5회의 ‘소다팝’을 이어간다. 4차와 5차는 오는 12월에 개최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