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는 지금] 급랭하는 중-일...미묘한 한국과의 삼각관계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의 '대만 유사시 개입' 발언으로 중국과 일본의 관계가 급격히 냉각되고 있다.
23일 중국 외교부에 따르면 왕이 중국공산당 중앙외사판공실 주임(외교부장 겸임)은 19~22일 중앙아시아 3국(키르기스스탄·우즈베키스탄·타지키스탄)을 방문한 뒤 중국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일본을 강하게 비판했다.
왕이 주임은 올해가 일본의 제2차 세계대전 패전 80주년임을 상기시키며 "일본이 해야 할 것은 대만을 침략해 식민지로 만든 역사와 군국주의 전쟁 범죄를 심각하게 반성하는 것으로, 대만과 역사 문제에서 규칙을 지키고 언행에 신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왕 주임은 "(다카이치 총리가) 해서는 안 될 말을 한 것이고, 건드려선 안될 선을 넘은 것"이라고 주장했다.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도 양국의 긴장관계는 계속됐다.
리창 중국 총리와 다카이치 총리가 접촉해 긴장을 완화할 수 있을지 주목됐으나 두 총리 간 회담은 결국 성사되지 않았다. 두 총리는 서로 접촉을 의도적으로 피하는 모습을 보이며 신경전도 이어갔다.
행사 첫날 주요국 정상 사진 촬영 때, 리 총리는 다른 정상 세명 옆에 다카이치 총리가 있었는데도 시선을 주지 않고 외면했다. 다카이치 총리 역시 사진 촬영 뒤 자유롭게 인사하는 자리에서 이재명 대통령을 포함한 다른 정상들에게 다가가 악수하고 인사를 나누면서도 리 총리와는 거리를 뒀다.
한국의 이재명 정부는 일본의 이시바 시게루 전 총리에 이어 다카이치 총리 정부와도 관계 개선을 추구하고 있다.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때부터 악화돼 윤석열 정부때 최악의 관계로 치달았던 중국과의 관계 개선도 이재명 정부 실용외교의 중요한 과제 중 하나다.
미국과 중국이 무역전쟁을 벌인데 이어 중국과 일본이 대만 문제로 갈등이 심화되면서 이들 나라 사이에 있는 한국의 입장이 난처해 지고 있다. 한국은 섵불리 나설 수도 어느 한편을 옹호할 수도 없는 입장이다.
다카이치 "대만 유사시 집단 자위권"
다카이치 일본 총리는 지난 7일 대만 유사시는 일본이 집단 자위권을 행사할 수 있는 '존립위기 사태'에 해당할 수 있다고 밝혔다
다카이치 총리는 이날 중의원(하원) 예산위원회에서 제1야당 입헌민주당 오카다 가쓰야 의원이 '(다카이치 총리가)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중국이 대만을 해상 봉쇄할 경우 존립위기 사태가 될 수 있다고 발언했다'고 질문하자 "해상 봉쇄를 풀기 위해 미군이 오면 이를 막기 위해 (중국이) 무언가 무력을 행사하는 사태도 가정할 수 있다"고 답했다.
그느 "전함을 사용해 무력행사를 수반한다면 존립위기 사태가 될 수 있는 경우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다카이치 총리는 "단순히 민간 선박이 늘어서서 (배가) 지나가기 어려운 것은 존립위기 사태에 해당하지 않겠지만, 전쟁 상황에서 해상이 봉쇄되고 드론이 날아다닌다면 다른 견해가 있을 수 있다"며"실제로 발생한 사태의 개별적, 구체적 상황에 따라 정부가 모든 정보를 종합해 판단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존립위기 사태는 일본이 직접 공격받지 않더라도 밀접한 관계가 있는 나라나 지역이 공격받아 일본이 위기에 처할 수 있는 상황을 뜻한다. 존립위기 사태라고 판단되면 집단 자위권을 행사할 수 있다.
일본 총리가 대만 유사시 자위권 행사 가능성을 공식적으로 언급하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아사히 신문은 일본 정부가 내부적으로 대만이 공격받을 경우 존립위기 사태로 볼 수 있다고 판단해 왔지만, 공식적으로는 이를 언급하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기시다 후미오 전 총리는 총리 재임 당시였던 지난해 2월 대만 유사시가 존립위기 사태에 해당하는지에 관한 질문에 "정보를 종합해 판단해야 하므로 일률적으로 말하는 것은 곤란하다"며 명확한 답변을 하지 않았다.
일본의 집단 자위권을 허용하는 안전보장 관련법이 통과됐던 2015년에도 아베 신조 전 총리는 존립위기 사태의 예로 중동 호르무즈 해협 기뢰 제거 등을 제시한 바 있다.
다카이치 총리는 지난달 31일 경주 APEC(아시아태평양경제연홥) 정상회의 기간에 열린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의 첫 회담에서 중국이 민감하게 반응하는 남중국해 문제와 홍콩, 신장위구르자치구 상황에 대해서도 심각한 우려를 표명했다.
다카이치 총리는 대만 문제에 대해 “지역의 안정과 안전에는 양안(兩岸) 관계가 양호한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언급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카이치 총리는 지난달 31일 자신의 엑스(X)에 이번 APEC에서 각국 정상과 만난 사진을 올리면서 대만 대표로 참석한 린신이 총통부 선임고문과 인사하는 모습도 함께 게시하는 등 취임 이후 중국의 민감한 문제들을 거론하고 있다.
중국 "극히 악질적"
남아프리가공화국에서 23일(현지시각) 막을 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 참석한 일본의 다카이치 총리와 리창 중국 총리는 행사 마지막 날에도 함께 사진을 찍으면서도 눈길을 마주치지 않았다.
일본 공영 NHK에 따르면 다카이치 총리는 이날 밤 일본 기자들에게 리 총리와 접족이 없었다고 밝혔다.
현지 영상을 보면 다카이치 일본 총리와 리창 중국 총리는 다른 정상들과는 인사를 나눴으나 세 명의 정상을 사이에 두고 자리했지만, 양국 총리는 서로에게 아예 눈길 조차 주지 않았다.
이는 최근 중국과 일본의 냉랭함을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류진쑹 중국 외교부 아주국장은 지난 18일 가나이 마사아키 외무성 아시아·대양주 국장과 만나 “(다카이치 총리) 발언의 성격과 영향은 극히 악질적이고, 중국인의 공분과 규탄을 불렀다”고 지적했다.
마오닝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류 국장이 “일본은 잘못된 발언을 즉각 철회하고, 실제 행동으로 잘못을 바로잡아야 한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일본 정부는 전날인 17일 가나이 국장을 중국에 보냈다. 일본은 “일상적 교류의 일환”이라고 했지만, 중국이 자국민 일본 여행과 유학 자제 요청을 통해 실질적 제재를 가하자 사태를 수습하기 위한 조처라는 해석이 나왔다.
중국 매체는 가나이 국장이 대화를 마친 후 고개를 숙이며 인사하고, 류 사장이 뒷짐을 지고 이를 내려다보는 영상을 공개하기도 했다.
일본 아사히신문은 "외교 실무선에서 중국의 우위를 과시하는 듯한 장면을 일부러 내보내는 것은 이례적"이라며 "일본이 해명하러 왔다는 인상을 강조하며 중국이 우위에 있다는 것을 보여주려는 의도"라고 평가했다.
중국 정부는 일본 여행과 유학 자제를 연달아 권고했다. 중국 교육부는 16일 홈페이지에 “일본이 최근 사회적 불안을 겪고 있으며 중국인을 겨냥한 범죄가 급증하고 있다”며 “일본 유학 계획을 신중하게 세우라”고 공지했다.
중국 외교부도 지난 14일 통지문에서 “일본 지도자가 대만 문제와 관련해 노골적으로 도발적 발언을 해 중·일 간 인적 교류 분위기를 심각하게 악화시켰다”며 “이로 인해 일본 내 중국인의 생명과 안전에 중대한 위험이 발생하고 있어 가까운 시일 내 일본 방문을 주의하라”고 경고했다.
쉐젠(薛劍) 주오사카 중국 총영사는 '대만 유사(有事·큰일)가 일본의 유사'라는 일본의 인식을 거친 말까지 동원해 거칠게 비난했다.
산케이신문에 따르면 쉐젠 총영사는 지난 9일 엑스(X) 계정에 일본어로 올린 글에서 "'대만 유사는 일본 유사'는 일본의 일부 머리 나쁜 정치인이 선택하려는 죽음의 길"이라고 말했다.
그는 "일본 헌법은 차치하더라도 중일평화우호조약의 법적 의무를 위반하고 제2차 세계대전 승리의 성과 중 하나인 대만의 중국 복귀를 무시하는 것"이라며 "패전국으로서 이행해야 할 승복 의무를 저버리고 유엔 헌장의 옛 적국 조항을 완전히 망각한 매우 무모한 시도"라고 주장했다.
쉐 총영사는 8일 '더러운 목을 벨 수밖에 없다'는 극단적 위협성 글을 올렸다가 지웠다고 산케이가 전했다.
보복
중국이 일본산 수산물 수입을 다시 금지했다.
일본 공영 NHK에 따르면 지난 19일 중국 정부는 일본에 정식 외교 경로를 통해 일본산 수산물 수입을 즉각 정지하겠다고 통보했다.
중국은 일본이 2023년 8월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 오염수(일본 정부 명칭 '처리수') 해양 방류를 시작하자 곧바로 일본산 수산물 수입을 전면 금지했다.
이후 지난 6월 후쿠시마현, 미야기현 등 10개 지역을 제외한 나머지 지역에 나온 수산물 수입을 재개하기로 결정했다.
중국은 일본산 수산물 수입 재개를 결정하며 일본에 시설 등록과 방사성 물질 검사 증명서 제출 등 조건을 달았다. 중국에 수산물을 수출하겠다고 신청한 시설은 697곳이지만, 허가된 시설은 3곳에 불과하다고 교도통신이 전했다.
지난 5일 홋카이도 가리비와 해삼 6톤이 중국으로 수출되면서 중국은 2년여 만에 일본산 수산물 수입을 재개했으나 보름 만에 다시 수입을 중단했다.
NHK는 "중국 측이 오염수 점검의 평가가 필요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으나, 다카이치 총리의 이른바 '대만 유사시 개입' 발언에 대한 반발의 일환으로 보인다"라고 전했다.
중국 외교부는 지난 7일 일본산 수산물 수입 재개와 관련해 "만약 어떠한 위험 요소라도 발견되면 즉시 법에 따라 수입을 제한할 것"이라며 "후쿠시마 핵 오염수에 대한 샘플 채취 점검링을 계속할 것이며, 일본이 이를 지속적으로 허용하기를 바란다"라고 밝힌 바 있다.
일본 정부는 중국으로부터 일본산 수산물 수입을 중지한다는 연락은 받지 않았다고 밝혔다.
일본산 소고기 수입 재개를 위한 협의도 중단했다.
교도통신은 일본산 소고기 수출 재개를 위한 중·일 정부 간 협의도 중국 쪽 의향에 따라 중지됐다고 전했다. 중국은 2001년 9월 일본에서 광우병이 발생하자 소고기 수입을 중단했으며 최근 수입 재개를 위한 협의를 해왔다.
중국이 2010년 센카쿠(중국명 댜오위다오) 열도 분쟁 당시 시행한 희토류 수출 통제가 다음 선택지일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와 무역 분쟁을 거치며 전략 물자와 경제 보복 수단을 가다듬어 온 중국은 일본을 더 '아프게' 괴롭힐 역량을 갖춘 상황이기도 하다.
일본의 센카쿠 열도 국유화로 양국이 정면충돌한 2012년 때처럼 중국에서 반일 시위나 일본 제품 불매운동 등이 벌어질 경우에도 일본 기업들의 타격은 불가피하다.
다만 양국 갈등 장기화는 경기 회복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중국의 무역·소비·고용 등 경제 전반에 악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19일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희토류 소관 부처인 일본 경제산업성은 이번 중·일 갈등이 중국의 대일 희토류 수출규제 강화로 악화될수 있는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 경제산업성 간부는 “언제 무슨 일이 일어나도 이상하지 않다”며 불안감을 토로했다고 아사히는 전했다.
희토류는 스마트폰·전기차·배터리·반도체 등 첨단산업뿐 아니라 미사일·전투기·잠수함 등 방위산업에도 반드시 필요한 전략 자원이다. 전 세계 정제 희토류 생산량의 약 90%를 통제하는 중국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와의 무역전쟁에서 희토류를 무기화해 펜타닐 관세 인하 등 항복을 받아냈다.
일본도 지난해 희토류 수입량의 약 63%가 중국에서 왔을 정도로 대중 의존도가 높은 만큼 중국의 희토류 수출통제 조치는 일본이 견디기 어려운 제재가 될 수 있다.
지난 2010년 9월, 일본 해상보안청이 센카쿠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 인근에서 조업 중이던 중국 어선을 나포하면서 희토류 분쟁이 시작됐다.
이 지역은 일본이 실효 지배 중이지만, 중국은 자국의 영토라고 주장하며 강력히 반발했다. 양국의 외교 관계가 급격히 냉각되자, 중국은 희토류 수출을 사실상 중단하는 조치를 내렸다.
일본은 2010년 중국-일본 희토류 분쟁 희토류 대책을 마련해왔지만 여전이 희토류의 60% 이상을 중국에 의존하고 있다.
난처한 한국
중국 정부는 24일 마카오에서 개최 예정이던 한·중·일 문화장관 회담을 연기한다고 18일 한국에 전달했다.
2007년부터 매년 한·중·일 3국이 번갈아 개최하는 문화장관회의는 3국 간 문화 교류와 협력을 증진하기 위한 고위급 회담으로 코로나19 기간 화상회의를 진행한 것을 제외하고 매년 대면회의를 가졌다.
마오닝 외교부 대변인은 20일 외교부 브리핑에서 “일본 지도자가 대만을 둘러싸고 공공연히 잘못된 발언을 함으로써 중국 국민들의 정서를 건드렸다”며 “이는 중·일·한 3국 협력을 파괴하는 행위"라고 비난했다.
중국 공산당 계열 매체인 환구시보 기자는 지난 17일 중국 외교부 정례 브리핑에서 “한국 외교부 대변인이 지난 14일 일본 정부가 도쿄의 ‘영토·주권전시관’의 추가 공간을 개방한 데 대해 강하게 항의했다”며 중국 정부의 입장을 물었다.
마오닝 외교부 대변인은 “관련 보도를 주시하고 있다”며 “최근 일본의 악질적인 언행이 주변국의 경계와 불만, 항의를 불러오고 있다”며 “일본은 침략의 역사를 깊이 반성하고 평화 노선을 확고히 지키며, 행동으로 주변국과 국제사회의 신뢰를 얻어야 한다”고 비판했다.
중국 관영매체가 굳이 한·일간 영유권 문제를 언급하고, 중국 외교부가 이를 역사 문제로 연결해 답변했다. 중국 인민일보 일본어 홈페이지에는 해당 문답을 “일본 정부의 부당한 주장에 대해”라고 적시하기도 했다.
중국의 포털 바이두와 AI서비스도 19일 “독도는 한국땅”이라고 표기하며 중국 정부와 궤를 같이 했다. 바이두 백과사전은 그간 한국과 일본이 영유권을 다투는 섬으로 단순·건조하게 표기했었다.
중국이 한국에 우호적으로 돌변한 것은 중·일관계가 악화하면서 한·일간에 묵은 역사 갈등을 재점화하고 한·미·일 공조를 흔들려는 의도도 있어 보인다.
홍콩의 영자신문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중일 분쟁이 동북아시아에서 한미일 3국 협력을 복원하려는 한국의 노력을 약화시킬 것이라도 보도했다.
한국은 대만 해협을 둘러싼 중국과 일본 간의 긴장이 고조되면서 한국의 실용적 외교와 중국과 미국 간의 균형을 시험할 위협이 되고 있다고 관측통들이 경고하고 있다고 SCMP는 전했다.
SCMP는 중국의 일본에 대한 제재가 2017년 한국의 미국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이후 한국에 대한 보복 조치를 떠올리게 한다고 분석했다.
중일 갈등은 일본이 공군 특수비행팀인 블랙이글스 T-50B 특수훈련기에 대한 중간 급유를 거부하면서 양국 간 외교 현안으로 부각할 우려가 커지고 있는 가운데 발생했다고 SCMP는 지적했다.
한국의 이재명 정부는 중국과 관계 개선을 추진하고 있지만 핵추진 잠수함 문제로 중국과 긴장관계를 맞을 수도 있다.
중국은 외교부는 “지역 군비 경쟁을 부추길 수 있다”며 기본적 우려를 밝혔지만, 오커스(AUKUS. 미국., 호주, 영국 방위협력체) 때처럼 강경 성명은 내놓지 않았다.
오스트리아 빈의 유엔기구 주재 중국 대표부의 왕췬 대사는 2021년 9월 16일 국제원자력기구(IAEA) 9월 이사회 회의에서 "미·영의 이번 조치는 적나라한 핵확산 행위"라며 "이런 핵확산 행위는 한반도 핵 문제와 이란 핵 문제 등의 해결에 심각하게 부정적인 영향을 초래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왕휘 아주대학교의 정치학과 교수는 SCMP에 "한국인들은 분쟁이 한국을 원치 않는 분쟁으로 몰아넣을 수 있다는 우려를 가지고 지켜보고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중국과 일본의 긴장을 완화할 수 있는 체면을 지켜주기 위해 "외교가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하다"며 "한국은 두 나라 충돌의 영향으로 가장 먼저 고통받을 수 있기 때문에 중재자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김태현 중앙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중일 갈등은 동북아시아의 안정과 번영을 위해 협력이 필수적인 세 나라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한국이 지역 평화와 안정을 위해 두 나라에 한 발 물러설 구실을 제공함으로써 외교적 인지도를 높일 수 있다"고 덧붙였다.
G20 정상회의 참석을 위해 남아프리카공화국을 방문한 이재명 대통령은 23일(현지시각)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 리창 중국 국무원 총리와 각각 회동을 가졌다.
이 대통령과 다카이치 총리가 지난 APEC 정상회의에 이어 G20 정상회의를 계기로 다시 만난 것에 대해 반가움을 표하고, 두 나라의 미래지향적인 협력의 필요성을 다시 확인했다고 대통령실은 전했다.
이 대통령은 리창 총리를 만나 경주 APEC 당시 한중 정상회담을 통해 양국 관계가 전면적으로 복원된 점을 평가하고, 양국의 민생에 실질적으로 기여할 수 있는 협력 성과를 추진해 나가자고 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시진핑 주석에게 안부를 전해달라고 말한 뒤, 베이징에서 이른 시일 내에 만나기를 기대한다고 전했고, 리 총리도 시 주석의 안부 인사를 전달했다.
다카이치 총리는 폐막 전 단체 사진을 찍으면서 이 대통령에게 박수까지 쳐가며 손을 맞잡고 반갑게 인사했다. 이 대통령과 리창 총리도 앞선 회담에서 덕담을 나눴다.
일본과 중국의 관계가 냉각되면서 내년 1월로 예정됐던 한중일 정상회의도 불투명해졌다.
군국주의 망령 우려하는 중국
중국이 다카이치 총리에 대해 잇따라 강경 발언을 쏟아내는 것은 근본적인 반일 감정에 지역을 둘러싼 안보상황의 변화에 대한 우려 때문이라고 CNN은 분석했다.
CNN은 최근 중국의 일본에 대한 강경한 자세는 대만에 대해 중국과 대립하는 입장을 취할 경우 어떤 일이 발생할 수 있는지 일본과 이 지역의 다른 국가들에게 경고하기 위해 신중하게 조정된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CNN은 또 "미국의 동맹국들이 자국의 군사력 증강에 맞서 국방비 지출과 조정을 강화함에 따라 아시아에서 군사적 입장이 바뀔 가능성에 대한 중국이 깊은 우려를 하고 있다"고 전했다.
일본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제정한 평화헌법에서 벗어나 국방 예산을 늘리고 공격 능력을 갖추기 위해 최근 몇 년간 안보 태세에 대대적인 변화를 가져왔다.
CNN은 이는 중국이 대만 주변을 포함한 이 지역에서 군사 활동을 강화하고 미국이 동맹국들에게 국방비 부담 분담을 확대하도록 촉구하면서 나온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전 일본 지도자들은 군사적 대응의 맥락에서 대만에 대한 논의를 피했지만, 정치인들, 특히 다카이치가 소속된 당의 우익들 사이에서는 중국이 일본의 남쪽에 전략적으로 위치한 대만을 공격할 경우 일본에 미칠 영향에 대해 점점 더 경계하고 있다고 CNN은 전했다.
이러한 정서는 일본의 방위비 지출을 더욱 확대하고 심지어 헌법을 개정하려는 움직임을 점점 더 부추기고 있다.
여자 아베로 불리는 다카이치는 총리로 당선되기 전 일본 제국의 전쟁 잔학 행위에 대한 책임론에 의문을 제기하며 중국의 분노를 샀으며 대만 문제에 대해 명확하게 말하는 행보를 보였다.
다카이치 총리는 미국과의 긴밀한 안보 관계를 촉구하며 대만의 국방력 강화를 가속화하기 위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CNN은 중국의 군과 관련된 사화관계망서비스(SNS)에 이러한 노력이 군국주의의 망령(the ghost of militarism)이 세계에 혼란을 일으킬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군국주의 일본은 지난 1930년대 중일 전쟁때 중국 점령기간에 20만 명 이상의 비무장 민간인을 살해하고 수만 명의 여성과 소녀를 강간하고 고문했다. 이 사건은 20세기 가장 악명 높은 전시 잔학 행위 중 하나인 난징 대학살로 알려져 있다.
국립 싱가포르대학교의 청자 이안 부교수는 "일본의 입장에서는 중국이 다카이치를 조기에 제압하려 한다는 비난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 정부는 지난 21일 안토니오 구테흐스 유엔(UN) 사무총장에게 다카이치 총리의 ‘대만 유사시 발언’이 부적절했다는 서한을 보내는 등 여론전을 국제사회로 확대하고 있다.
푸충 유엔 주재 중국대표부 대사는 서한에서 “일본이 대만 해협 정세에 무력 개입할 경우, 이는 침략 행위에 해당한다”며 “2차 세계대전 패전국으로서 일본이 역사적 책임을 깊이 반성하고 잘못된 발언을 철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푸 대사는 “일본이 감히 양안 상황에 무력 개입을 시도한다면 이는 침략행위가 될 것이다. 중국은 유엔헌장과 국제법에 따라 자위권을 단호히 행사해 주권과 영토 완전성을 확고히 수호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일본 외무성은 이 서한과 관련해 로이터통신에 보낸 이메일 성명에서 "다카이치 총리를 강하게 비난한 푸충의 서한에 대해 알고 있다"고 밝혔다. 외무성은 "외교부는 일본의 평화 약속은 변함이 없다며 "중국의 주장을 절대 용납할 수 없다"고 일축했다.
마이니치신문은 23일 “시진핑 중국 정부가 일본의 고립화를 노리는 국제 여론 형성에 나서고 있다”고 보도했다.
전날 끝난 G20에서도 중국과 일본과의 접촉은 이뤄지지 않았다.
중국 외교부는 다카이치 총리의 관련 발언 철회를 주장하며 리 총리와 다카이치 총리간 만남은 예정돼 있지 않다고 미리부터 밝힌 바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일본은 중국을 상대로 대화는 열려있다는 자세를 보이고 있지만 긴장 완화의 실마리는 잡히지 않는다"며 "일본은 국제회의에서 중국을 염두에 두고 '힘에 의한 현상 변경 반대'의 원칙을 강조해왔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