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집에서 죽을 권리’…고령사회, 웰다잉 제도화 절실

부족한 인프라·사회적 인식 부족이 걸림돌 국회입법조사처, ‘연속적 돌봄모델’로 웰다잉 기반 마련 제안

2025-11-22     서정순 기자
챗지피티로 생성한 자택임종 이미지

임종의 순간을 병원이 아닌 자신의 집에서 맞이하고 싶다는 노인들의 바람이 늘고 있지만, 우리 사회는 여전히 자택임종을 위한 제도적 기반이 부족하다.

국회입법조사처는 20일 발표한 보고서 ‘내 집에서 생을 마감할 권리를 위한 자택임종 활성화 방안’에서 초고령사회에 대응하고 인간의 존엄한 죽음을 보장하기 위해 자택임종 지원체계 마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실제 장기요양 수급 노인의 67.5%가 ‘자택’에서의 임종을 희망하지만, 실제 자택임종은 14.7%에 그쳤다.

반면, 의료기관에서 임종한 비율은 72.9%에 달했다. 통계청의 사망원인 통계(2020~2023년)에서도 주택 내 사망 비율은 15.5~16.5%에 불과한 반면, 의료기관 사망자는 74.8~75.6%로 압도적이었다.

보고서는 병원 중심의 임종이 환자와 가족 모두에게 높은 비용 부담은 물론, 정서적 불안과 병상 부족 등 사회적 문제를 야기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노인의료비는 사망 전 6개월 내에 집중되며, 이 중 약 90%가 병원 입원비로 사용되고 있다.

자택임종이 어려운 이유로는 △죽음을 언급하기 어려운 사회문화 △임종돌봄 인프라 부족 △사망 이후 장례 절차에서의 제도적 불이익 등이 꼽혔다.

자택에서 사망하면 사망진단서 발급부터 검안, 경찰조사 등 복잡한 절차를 유족이 감당해야 하는 현실도 문제로 지적됐다.

영국과 일본은 국가 차원에서 자택임종을 적극 지원하고 있다. 영국은 ‘생애말기 돌봄 전략’을 수립하고, 죽음에 대한 인식 개선 캠페인을 벌이며 통합 돌봄체계를 통해 자택임종을 가능하게 했다.

일본은 재택의료와 간호 시스템을 정비하고, ‘사전돌봄계획’을 통해 환자의 자기결정권을 존중하며 병원 중심의 임종 구조를 전환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한국형 자택임종 활성화를 위해 △자택임종 사례 공유와 사전돌봄계획 보급 △인식개선 캠페인을 통한 사회적 논의 확산 △가정형 호스피스 확대 △임종돌봄 휴가 제도 마련 △가정 내 필수 의료기기 지원 △임종확인 전담 인력체계 구축 등을 제안했다.

특히 의료·요양·돌봄·복지가 유기적으로 연계된 ‘한국형 연속적 돌봄 모델(continuum of care model)’ 구축을 통해 자택임종이 실질적인 선택지가 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우리 사회는 이미 사망자 수가 출생자 수를 앞지른 ‘다사 사회’로 접어들었다”며, 웰다잉을 위한 돌봄체계 전반의 재정비가 시급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