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이윤미 용인시의회 운영위원장, 지방의회 첫 성희롱 등 피해자 지원 조례 제정
[내 삶을 바꾸는 풀뿌리 생활정치] ⑫이윤미 용인시의원(더불어민주당) 의회 내 두 차례 성희롱 발생...“피해자 회복은 조직의 책임” 공동육아 경험 기반...대안교육기관 지원조례 제정 수지아이쿱 이사장 활동 경력...탄소중립, 에너지 전환 앞장
경기 용인시의회에서는 2023년 12월과 2024년 6월, 두 차례에 걸쳐 성희롱 사건이 발생했다. 피해자는 시의회 소속 여성 직원과 여성 의원이었고, 가해자로 지목된 인물은 각기 다른 남성 부의장들이었다.
반복된 사건은 조직 내 성희롱 대응 체계의 부재와 피해자 회복을 위한 제도 미비를 드러냈다. 이윤미 운영위원장은 이러한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조례 제정을 추진했다.
지난 10월 24일, 용인시의회 본회의에서 ‘직장 내 성희롱·성폭력·스토킹 피해자 치유 및 회복 지원 조례’가 통과됐다. 이 조례는 피해자가 심리치료 및 의료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법적 기반을 마련한 전국 최초의 지방의회 조례다. 피해자 보호와 조직 차원의 회복을 위한 제도화 시도라는 점에서 주목을 받았다.
피해자의 신속한 일상 회복과 회복적 정의 실현 목표
이 조례는 의원과 의회사무국 직원을 포함한 용인시의회 전체 구성원을 대상으로 한다. 주요 내용은 피해자 치유 및 회복 지원의 범위와 절차 규정, 심리 상담·의료비 지원, 피해자지원 심의위원회 설치 및 운영, 피해자 정보 보호 및 비공개 심의 원칙 등을 포함하고 있다.
지난 12일 용인시의회에서 만난 이윤미 운영위원장은 “지방의회도 하나의 조직이고, 피해자 회복은 조직이 책임져야 할 몫”이라며 “피해자 개인이 심리적 상처와 2차 피해를 감당해야 하는 현실을 바꾸고 싶었다”고 차분한 어조로 말했다.
“시의회의 규모와 구조 특성상 가해자와 피해자의 분리가 어렵고, 피해자 치유와 회복이 매우 제한되는 상황이었어요. 이로 이해 피해자가 실질적인 지원을 받을 수 없었죠. 지침이나 예산 배정만으로도 피해자 지원이 가능할 수도 있어요. 하지만 피해자 지원을 일관되게 보장하려면 가장 안정적이고 확실한 제도적 장치인 조례가 필요하다고 생각했어요.”
심리상담비 최대 400만원, 의료비 최대 500만원
조례는 예산 범위 내에서 심리상담비 최대 400만원, 의료비 최대 500만원을 지원할 수 있게 하고, 필요 시 전문기관에 위탁할 수도 있도록 했다. 피해자 정보는 철저히 보호되며, 심의 과정은 비공개로 운영된다. “이번 조례는 피해자 개인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의회 공동체 전체의 건강한 조직문화를 만들기 위한 시작이에요.”
조례 원안에는 시행 전 피해자에 대한 소급 적용 규정도 포함돼 있었다. 하지만 본회의 심의 과정에서 해당 조항이 삭제됐다. “의회 내에서 발생한 두 건의 사건 모두 지침상 2년 이내였기 때문에 피해자도 지원받을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였지만, 오해를 피하기 위해 부칙을 조정했죠.”
실제로 조례 추진 시점은 두 번째 사건 이후여서 특정인을 위한 맞춤 조례라는 비판이 제기되기도 했다. 이에 대해 그는 “성희롱 사건이 반복되는 현실을 두고도 아무런 제도적 장치 없이 지나간다면 더 큰 문제”라며 이 조례의 예방적 효과도 강조했다.
용인시 대안학교 17개...대안교육기관 지원 조례 제정
이 의원은 세 아들을 키우는 엄마로 교육문제에도 관심이 많다. “두 아이는 공동육아를 했고, 협동조합 어린이집 이사로 4년간 활동했어요. 그 과정에서 서로 다른 의견을 수렴하고, 갈등을 조정하는 등 민주주의를 체화할 수 있었어요.” 이 의원이 행정과 정치 영역에서도 시민참여를 강조하는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용인엔 대안교육기관이 17개로 경기도에서 가장 많아요. 간담회를 통해 학부모와 학교 관계자들의 생생한 목소리를 들었어요. 각각의 조례를 개정해 수도·하수도 감면부터 건강검진까지 공교육 학생과 동일한 기준을 적용받도록 제도 개선을 추진했어요.”
탄소중립과 자원순환에도 깊은 관심을 갖고 활동하고 있다. 3년째 용인시의회 의원연구단체인 ‘탄소중립연구소’ 에서 활동 중이다. 2년차에는 대표를 맡아 재생에너지 확산을 위한 연구와 정책제안을 이어갔다.
행정ㆍ전문가ㆍ시민이 함께 참여하는 간담회와 토론회를 거쳐 ‘다회용기 사용 활성화 지원 조례’와 ‘시민참여형 에너지전환 지원 조례’를 발의했다. 이 과정에서 다양한 의견을 수렴해 현장에서 실천 가능한 방안을 마련하는 것을 최우선의 과제로 삼았다.
“에너지전환 조례에 힘입어 용인시협동조합협의회와 몇몇 사회적기업이 주축이 돼 시민협동조합을 추진했고, 현재 시민 200여 명이 조합원으로 참여하고 있어요. 모레인 14일 지역사회 에너지 공동체 ‘용인모두의햇빛협동조합’이 출범할 예정이에요. 이 조례는 탄소중립 실천에 기여할 뿐 아니라 시민참여를 촉진하는 계기를 마련할 수 있어 제겐 가장 의미있는 의정활동이에요. ”
“시민이 주체가 되는 정치를 하고 싶다”
의원이 되기 전엔 수지아이쿱생협 이사장, 소비자기후행동 이사, 용인시민파워 대표, 식생활교육네트워크 대표 등을 역임하며 지역사회에서 돌봄, 교육, 식생활 문제를 공론화해왔다.
“지역 현장에서 몸으로 부딪히며 느낀 시민들의 고민을 제도와 정책으로 풀어내고 싶었어요. 시민의 목소리를 시정에 반영하기 위해 ‘내가 직접 해보자’고 결심한 거죠. 다양한 계층의 목소리를 대변하고 소외된 이들을 위한 정책을 실현하는 것이 정치라고 생각해요. 소통과 연대를 통해 시민들의 정치참여를 이끌어내고, 행정과 시민사회의 가교 역할을 하고자 합니다.”
향후 계획으로는 마을공동체 중심의 탄소중립 실천 정책을 제시했다. “재활용, 재사용, 수선이 가능한 지역 거점을 마련해 자원순환을 촉진하고, 시민이 환경정책의 주체가 되는 구조를 만들고 싶어요. 정책이 회의실 논의에 그치지 않고 시민의 일상에서 작동할 수 있도록 실효성을 높이는 것이 목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