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 수성’ 이끄는 글로벌 엔지니어링 리더… 박미례 회장이 이끈 20년 ‘퀀텀 점프’
[장영희가만난사람] 박미례 수성엔지니어링 대표이사 회장 여성신문 ‘올해의 여성 경영 리더’ 선정
공학 근처에도 가본 적이 없지만 이쯤되면 공학자 뺨친다. 이런 말을 듣기에 수성엔지니어링 박미례 회장은 손색이 없을 듯하다. 창업자인 부군(고 강완희 선대회장)에게서 기업을 이어받은 지 거의 20년이 된 지금 수성을 수성하는데 그치지 않고 업그레이드시켰다. 수성은 세상에 홀로 우뚝 설 수 있는 나이를 일컫는 30세 이립(而立)을 2021년 지나 불혹(不惑)이 되는 40주년을 향해 흔들림 없는 발걸음을 내딛고 있다. 2006년 회장 취임 이후 줄기차게 ‘스마트화’와 ‘글로벌화’에 박차를 가한 보상인지 ‘2023 ENR225 지수’ 순위(189위)에 드는 기염을 토했다. 한국의 중견 엔지니어링사가 세계적인 기업들과 겨눠 이뤄낸 결과라 결코 가볍지 않다. 그에게 ‘올해의 여성경영리더’ 수상 소감을 묻자 그동안 애써온 자신을 위로하는 듯하다고 했다. 기술력 오직 기술력으로 ‘퀀텀점프 2025’를 외치는 그를 11월13일 서울 문정동 사옥에서 만났다. 그의 집무실에는 해외 발주처에서 받은 진귀한 선물과 감사패들로 빼곡했다.
- 수성엔지니어링은 정확히 어떤 회사입니까?
“반도체나 자동차, 전기, 기계는 잘 알아도 일반인에게 엔지니어링은 생소할 거에요. 엔지니어링은 종합건설 분야에 속하는데 이 때도 현대건설과 삼성물산 같은 시공하는 큰 회사를 떠올리시죠. 그런데 이 종합건설사들이 시공을 하려면 맨 먼저 반드시 설계라는 기술적인 뒷받침을 받아야 합니다. 수성 같은 엔지니어링 회사들이 이런 일을 하고 있어요. 또 건설 개념에서도 흔히 아파트 같은 공동주택이나 롯데타워 등의 초고층 건물만을 연상하지만, 도로·철도·교량·도시계획 같은 ‘사회기반시설(SOC)’도 포함됩니다. 수성엔지니어링은 바로 그 ‘사회기반시설의 기획(Plan)·설계(Design)·건설사업관리(감리, CM:Construction Management)’를 전문으로 하는 건설 엔지니어링 기업입니다. 국내외 정부와 공공기관이 주로 발주를 내므로 궁극적으로 한국 국민과 세계인이 고객인 셈입니다. 인류를 위한 안전과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수성은 미션을 ‘인적 기술적 무결점으로 최고의 기술을 제공하여 사회와 인류행복에 공헌한다’로 정했어요. 회사의 미션에 우리가 현재까지 해왔고 앞으로도 부단히 노력해야 하는 모든 것이 담겨 있다고 생각합니다.”
- 2025년 건설엔지니어링 업계의 업황은 어떻습니까?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2025년 공공 SOC 예산이 줄었어요. 민간투자도 위축되고 있어서 어려운 상황입니다. 이 쪼그라든 물량을 놓고 수주전을 벌이고 있으니 경쟁 격화는 불 보듯한 일이지요. 올해는 업계 전체가 전년 대비 큰 성장 없이 정체를 보일 듯해요. 수치로는 지난해와 비슷할 것 같지만 예산 축소에다 고금리 등 금융여건 악화가 맞물리며 올해 현장 체감경기는 훨씬 차가운 것 같습니다. 공공 발주가 줄어드는 데다 설계원가 인상마저 기대에 못 미쳐 수익성은 더 나빠지고 있어요. 그렇다고 저희가 뭐 당장 급격하게 쪼그라들지는 않습니다. 수주한 프로젝트들이 설계는 보통 2~3년, 감리(건설사업관리)도 3~4년에서 어떤 프로젝트는 총 5~7년이 걸리니까요. 상황이 어려워도 기업은 같은 자리에 머무르면 안 됩니다. 직원들은 매년 월급 인상을 기대하는데 올려주려면 끝없이 성장해야 합니다. 수주를 따내기 위해 그야말로 미친 듯이 뛰고 있어요. 그런데 예산 축소에 따른 국내 수주 감소는 해외에서 어떻게든 메워갈 수도 있는데, 올해 큰 경영 위협은 다른 데서 생겼어요.”
- 다른 경영 위협요인이 무엇인가요?
“올해 경영상 가장 어려운 점은 중대재해처벌법(사업주나 경영책임자가 안전확보의무 등 조치를 소홀히 하여 중대한 산업재해나 시민재해가 일어나 인명 피해가 발생할 경우, 사업주나 경영책임자를 처벌하는 법률)이 강화된 거예요. 고속도로 교량 붕괴 같은 대형 사고가 터지면서 사회적 규제가 강화되고 있어요. 수성의 경우 두 개 축인 설계와 감리가 각각 60~70%, 30~40%를 차지하는데 둘다 이 법 영향권에 들어 있어요. 감리는 저희 엔지니어들이 종합건설사의 시공현장에 나가 설계도대로 제대로 시공하고 있는지, 안전성에 문제가 없는지를 꼼꼼히 들여다보는 작업이에요. 물론 건설 현장의 사고 책임은 직접적으로는 시공사에 있지만 설계 및 감리 회사도 영향을 받거든요. 자칫 뭔가 한번 잘못되면 처벌받기 때문에 큰 위협을 느낍니다. 물론 현장 직원들을 일깨우고 안전교육과 현장 점검을 더욱 철저히 하고 있는데, 두려움이 사라지지는 않네요.”
- 수성이 올해 역점을 두고 추진하고 있는 주요 사업을 말씀해 주시겠어요?
“2025년 올해 실적(수주액) 목표는 2200억원인데, 목표 달성을 기대하고 있어요. 지난해(2004억원)보다 10% 가량 늘려 잡은 건데 이 수준도 힘겨울 정도로 요 몇 년 상황이 어렵습니다. 계속사업을 포함해 현재 진행하고 있는 수주 사업은 3600억원 규모인데 사업 수로는 총 168개입니다. 이 중 국내 사업이 158개(해외 10개)이고 발주처로는 공공분야가 141개로 압도적으로 많습니다. 현재 추진하고 있는 몇 개 주요 사업을 살펴볼까요. 우선 용인-광주 고속화도로를 꼽을 수 있어요. 용인~광주~성남 간 이동시간을 30분 줄이고 용인터미널 일대 교통의 상습 정체 해소를 기대하는 사업입니다. 올 연말께 경기 부천시 대장신도시와 서울 홍대입구역을 잇는 총연장 20.03km의 광역철도를 건설하는 대장-홍대 철도사업의 감리에도 들어갑니다. 물환경 분야로는 인천 검단하수처리장 증설사업과 탄자니아 상수도 개선사업도 본사업에 참여하기 위하여 박차를 가하고 있습니다. 기존 사업관리와 더불어 필리핀 민자철도 IC 사업(Independent Consultant Engineering)처럼 해외 PMC(Project Management Consultancy) 사업도 여러 건 완료 및 수행 중입니다.
해외사업으로는 필리핀 마닐라 케손시티와 불라칸 지역을 연결하는 23km 길이의 도심 철도 사업인 MRT-7 민자철도 건설사업(산미구엘 시공)을 꼽을 수 있어요. 이 사업 대주단에 기술자문 중인데 후속 사업으로 연결하려고 애쓰고 있습니다. 수성은 교량 사업에서 강세인데 특히 해외에서 그렇습니다. 미얀마 양곤과 달라 지역을 연결하는 총 길이 4,325km에 달하는 사장교인 미얀마 우정의다리 프로젝트의 설계·감리가 드디어 내년 초 준공을 앞두고 있어요. 2016년 수주가 확정된 이 사업은 미얀마 최초의 교량건설사업인데 2017년 말 수성이 실시설계를 끝냈고, 2018년 말 착공식 이후 공사감리도 저희가 했어요. 무려 4개 대형 업체가 뛰어든 수주전이었는데 4년 여 정말 전사적으로 노력해 따낸 프로젝트라 이제 준공한다니 참으로 기쁜데요. 수출입은행이 대외경제협력기금(EDCF)을 지원 한 사업이라 우리나라가 생색을 좀 내도 됩니다. 캄보디아에서도 수도 프놈펜 동부와 시내를 연결하는 사장교 한·캄보디아 우정의다리(3.5km) 사업을 본격 시작했어요. 필리핀 비사야스 지역 내 3개 섬(파나이·기마라스·네그로스)을 사장교 2개와 도로로 연결하는 32.47km‘PGN 교량사업’은 현재 설계 중인데 건설사업관리(감리)도 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어요.”
- 회사 자체를 ‘스마트 수성(Smart SOOSUNG)’이라는 브랜드 비전으로 리포지셔닝하고 있다면서요? 경쟁사 대비 뭔가 특별하다면서요? ‘AI 대전환’시대인데 AI를 업무에 어떻게 활용하고 있는지도 궁금합니다.
“수성은 단순한 설계·감리 회사가 아니라, AI와 디지털 기술을 융합한 스마트 엔지니어링 기업을 표방하고 있어요. ‘스마트수성’은 데이터·AI·디지털트윈을 통해 엔지니어링의 전 과정을 혁신한다는 의미의 키워드입니다. 지난 10여 년 정말 열심히 노력해왔어요. 우선 2014년 업계 최초로 ‘4IR부서(4차산업혁명 대응부서)’를 만들어 드론·BIM (Building Information Modeling: 3D 가상공간에서 시설물의 설계·시공·운영에 필요한 정보를 통합 관리하는 기술)을 기존 설계 프로세스에 접목하기 시작했어요. 당시에는 업계에서 어리둥절할만큼 혁신적 시도였어요. 2018년에는 국토개발 플랫폼 ‘프롬(Prom)’을 만들었는데 GIS·공공데이터·법령정보를 한 플랫폼에 결합한 거에요. 도시계획 엔지니어링을 데이터 기반으로 전환한 첫 사례로 평가됩니다. 2019년에는 보안형 클라우드 ‘데이터 허브’를 구축했어요. 회사에서 수행한 모든 프로젝트 데이터를 독립 클라우드(Secure Disk 기반)에 공유했어요. ‘언제, 어디서나, 누구나’접근 가능한 협업 생태계를 만든 겁니다. 건설현장에서 드론을 많이 쓰고 있어서 2022년에 ‘드론스퀘어(Drone Square)’라는 드론플랫폼을 개발했어요. 드론 촬영 영상을 3D 수치 시뮬레이션으로 전환해 디지털트윈(물리적 사물을 동일하게 표현한 가상모델)을 구축하는 플랫폼인데, 설계·시공·유지관리까지 건설프로젝트 전 과정에 적용됩니다.
인공지능(AI)은 지난해부터 본격 활용하기 시작했어요. 오토데스크 같은 기존 설계도구에 엔지니어링 기술과 AI를 접목한 AI BIM 플랫폼 ‘SSBIM’을 지난해 구축했어요. 설계 효율과 정확도라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는 생산성 혁신 플랫폼이에요. 그리고 올해 드디어 ‘수성 AI 챗봇’을 선보였죠. 대형언어모델(LLM)을 기반으로 설계기준·시방서·법령을 학습한 엔지니어링 특화형 AI 어시스턴트를 활용, 설계 검토, 기준 질의, 보고서 작성까지 도와주는 시스템이에요.”
(박 회장은 ‘변화할 것인가, 변화 당할 것인가?’, ‘시스템이 아니고 플랫폼으로 바꿔야 한다’는 화두를 던지며, 2018년 전문인력을 영입하여 4IR팀과 IT기술개발팀을 새로 만들고 스마트화에 전사적 역량을 쏟아 부었다.)
- 중견기업이 이런 성과를 이루다니 참 대단합니다. 스마트수성 비전은 박회장께서 2006년 경영에 첫발을 들인 시점부터 진두지휘한 프로젝트라면서요? 전산전문가가 아닌 영문학 전공자가 이룬 성과라 더 놀랍습니다만.
“제가 영국계 로이즈은행에 15년 다녔는데 감사 부서에 있을 때 아시아책임자가 저를 전산 구축 담당자로 갑자기 선정했어요. 늘 전체 부서를 들여다보는 사람이니 적임자라면서요. 깜짝 놀랐죠. 전산시스템 구축하고 전사에 보급하는 역할까지 전산업무 부서장으로 7년 여 있으면서 이 세계에 완전 눈을 떴어요. 2006년 처음 수성에 와 보니까 시스템이란 게 없고 손과 기억에 의존해 일하고 있었어요. 데이터도 여기저리 흩어져 있었죠. 엔지니어링 업계 전체가 그랬는데 다른 업계가 ERP(전사적자원관리) 같은 경영관리시스템을 쓰고 있는 것과 대비되었죠. 데이터 등 모든 것을 집적한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생각했고 처음부터 건설 엔지니어링에 딱 맞는 시스템을 구축하려고 동분서주했어요. 우리 회사에 업계 최초로 ERP와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했어요. 수성은 이른바 얼리어답터여서 다른 회사들이 디지털 전환을 말할 때 이미 데이터 중심 엔지니어링 기업으로 자리 잡았고, ‘스마트수성’이라는 이름으로 실천했어요.‘빨리 시작했고, 꾸준히 진화하고 있다’는 것이 수성만의 차별점이라고 생각합니다. 서울 사옥인 수성위너스 빌딩에 들어서면 맨 먼저 보이는 것이 모든 부서 이름 앞에 붙은 ‘스마트’인데, 스마트 수성을 한 눈에 드러내죠.”
- 수성에서 스마트화와 함께 박미례 브랜드로 불리는 것이 ‘글로벌화’입니다. 경영 신참자가 어떻게 척박한 해외로 나갈 생각을 하셨나요?
“2006년 6월 선대회장이 돌아간 지 한달만에 수성에 나왔어요. 남편이 목숨처럼 여기던 수성인데 뭐라도 해야겠다고 생각해서 사실 무작정 나왔죠. 한편으로 기술 전문가를 CEO로 영입하려고 수소문했어요. 당시 저에 대해 회사 안팎에서 걱정이 많았다고 하고 심지어 매각 소문까지 나돌았어요. 그래도 경영 전면에 나서진 못했어요. 그러다 어느 날 수성 임원들이 제 방에 와서 그래요.‘왜 CEO를 외부에서 찾느냐. 경영 전면에 나서달라. 우리도 열심히 하겠다’는데 진정성이 느껴졌어요. 용기를 냈죠. 지금 생각해보면 외국계 은행 다닐 때 특히 감사와 전산 업무를 깊이 해본 것이 경영에 도움이 되었고 회사에서 영어를 사용하고 수없이 해외 출장을 다닌 것이 해외시장 개척에 두려움을 없앤 기초 자산이었어요.
사실 글로벌화는 안하는 것이 이상했어요. 국내 시장은 너무 경쟁이 치열하고 수익이 박한 데다 종합 엔지니어링 회사를 내세우면서도 해외 수주 실적은 전무했거든요. 글로벌 수성을 외쳤죠. 2006년 말 몽골 시장부터 공략에 나섰어요. 2007년부터 본격화했는데 도로와 지하철, 도시계획 등의 사업을 다수 수주했어요. 당시 직원들은 해외시장에 관심이 없었고 사업과정도 이해하지 못했는데, 몽골에서 연쇄 승전보가 울리면서 큰 자신감을 갖게 된거죠. 이후 미얀마, 필리핀, 아프리카에 진출했는데 이 동력은 모두 몽골 프로젝트의 성공에서 비롯했다고 생각합니다. 몽골에‘교-조르갈’이라는 이름의 첫 현지 합작법인을 세웠는데 6년 적자 후 흑자 전환했어요. 2012년 해외사업을 체계적으로 진행하기 위해 해외사업부를 만들었어요. 저도 2009년부터 2020년까지 11년간 정말 미친 듯이 해외시장을 찾아 다녔어요. 한해 174일이나 해외에 체류한 적도 있었어요. 그 때는 정말 의욕이 충만해서 날아다녔죠. 초창기에는 제가 제안서의 영문법을 봐주기도 했는데 이제는 직원들이 잘합니다. 1년에 한두 번 요청이 있을 때만 해외 수주 현장에 갑니다. 일화도 제법 있는데 수성 30주년사에 다 담았죠. 참 아프리카에서 싸이의 ‘강남스타일’이 저를 엄청 도와준 거 아세요? (강남스타일? 2012년 7월에 발표되었으니 해외개척기 때네요. 아프리카에서도 유행했었나요?) 그럼요. 이디오피아와 모잠비크 다니면서 ‘안녕하세요’와 함께 가장 많이 들은 말이 ‘강남스타일’이었어요. 한국인을 만나면 연예인 보듯이 사진 찍자고 하더라구요. 또 아시아에서는 K드라마도 유행해서‘여보, 언니, 오빠’를 우리말로 하더라구요. K컬처라는 소프트파워가 경제활동에도 도움이 되는 걸 정말 실감했어요.”
- 세계은행(IBRD) 등 5개 다자간 개발은행 수주를 석권한 적도 있었다면서요? 해외사업은 정보와 네트워크가 중요할 텐데 현재 상황은 어떤가요?
“온 우주의 기운이 수성에 모였던 건지 2018년 5개 다자간 개발은행(MDB)에서 차관으로 시행하는 사업을 모두 수주하는 대기록을 세웠어요. 우리도 50~60년대 그런 시절이 있었지만 저개발 국가들은 인프라 개발을 원해도 재원이 없잖아요. 그래서 아프리카와 아시아를 공략할 때 차관사업 프로젝트에 집중했어요. 월드뱅크 차관을 통한 첫 수주가 몽골이었고 그 다음이 모잠비크였어요. 해외 수주가 한창 잘되던 때인 2020년 해외사업 비중이 18%로 높아졌어요. 해외진출 초창기인 2009년에는 5%에 불과했거든요. 수성은 국내 10위권인데 이 규모에서는 여전히 해외사업이 활발한 축에 속해요. ‘ENR225’라는 세계 건설사 순위에서도 2023년 189위에 랭크되었어요. 설계에서 시공까지 아우르는 세계 큰 업체 틈바구니에서 설계에 주력하는 회사로서는 순위를 높이기가 참 어렵더라구요.
국내 엔지니어링 업체가 해외 진출에서 부닥치는 가장 큰 애로는 해외시장에 대한 정보와 경쟁력 부족이에요. 현지 사정에 어둡고 연고도 없으면 사실 막막해요. 그래서 저는 업체 단독 진출보다 코리아 컨소시엄을 구성하고 정부의 ODA(정부를 비롯한 공공기관이 개발도상국의 경제발전과 사회복지 증진을 목표로 제공하는 공적개발원조)를 적극 활용해야 수주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고 주장해왔어요. 엔지니어링사는 종합건설 분야의 최앞단·최전선에 위치해요. 저희가 수주를 따내면 우리 뒤에 있는 기계·전기·설비·시공업체 다 나갈 수 있는거죠. 그러니까 엔지니어링사를 도와달라고 KOTRA(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를 설득했고 그래서 만들어진 게 KOTRA 해외수주협의회였어요. (초대 회장을 맡으셨죠?) 제가 제안한 걸 맡아달라고 하니 받아들였죠. 제가 맡고 나서 매달 세미나를 하는 등 공부를 세게 했어요.‘코트라프로젝트플라자’도 만들었어요. 전 세계 발주처의 담당자를 초청하는 연례 행사인데 우리나라에 오니까 직접 만나 해외 수주 계기를 만들 수 있었죠. 전 세계 192개 국에 사무실이 있는 코트라가 정보를 모아 뿌려주면 좋겠다고 요청하기도 했는데, 현재는 정착이 돼서 코트라가 해외 발주 프로젝트를 찾아 매주 메일로 보내주는 등 적극 도움을 주고 있어요. KOTRA 해외수주협의회로 모든 엔지니어링사를 도울 수 있어서 기쁘게 생각합니다.”
- 엔지니어링 회사는 ‘사람이 곧 자본이자 경쟁력’아닙니까. CEO로서 인력관리가 중요할 텐데 어떤 견해를 갖고 계신가요?
“젊은 공학도들이 매년 많이 들어오고 있는데 발주처인 정부나 공공기관에 가서 이분들한테 질책을 받거나 좀 싫은 소리를 들으면 참지를 못해요. 이해를 못하죠. 어렵게 공대 나온 내가 왜 이런 처우와 대접을 받느냐며 분을 참지 못하고 떠났거나 떠나려는 젊은 엔지니어들이 많습니다. 회사나 선배 입장에서는 열심히 가르친 될만한 친구들이 떠나는 걸 보면 참 안타깝고 너무 아까운 거예요. 프로젝트 하나를 오롯이 책임질 정도의 선임엔지니어 한 명을 키우려면 거의 10년이 걸립니다. 각각의 현장에 맞게 자기 프로젝트를 혼자 감당하려면 상당한 교육과 훈련을 거쳐 역량을 쌓아야 합니다. 회사 차원에서 매달 기술 세미나를 열고 사내기술대전 개최 등의 노력을 하는 것도 이 일환이지요. 어찌 보면 시간을 들인 만큼 본인의 기술력이 쌓여가는 업종이거든요.”
- 앞으로 16년 후 반세기(창립 50주년) 수성의 발전 청사진이나 이루고 싶은 목표가 있습니까?
“수성은 토목·건설 엔지니어링은 물론 공학기술이 필요한 모든 산업영역으로 확장하여 글로벌 최고 수준의 스마트 엔지니어링 회사가 되는 것이 목표에요. 가령 드론 및 AI플랫폼을 이용한 토목엔지니어링의 3D 자동설계나 에너지 및 기후변화 관련 탄소저감기술 및 탄소배출권거래, 해상풍력 및 해양 도시개발 같은 분야를 들여다보며 토론하고 있어요. 사실 이미 우즈베키스탄과 베트남에는 기후변화 대응 타당성조사에 착수한 상황이에요. 일본과 얼라이언스(동맹)를 맺을까 구상중이기도 합니다. 개발한 플랫폼 2개를 들고 12월에 일본 엔지니어링사를 둘러보려고 해요. 일본이 세계 시장에서 수주를 많이 하는 이유는 단 하나에요. 일본국제협력기구(JICA)의 지원금이 한국의 몇십 배 많거든요. 자이카에서 나온 프로젝트만 수주해도 글로벌 순위가 올라갑니다. 요즘 들어온 젊은 엔지니어들은 해외 일을 하고 싶어 하는데 그런 환경을 적극 만들어주고 싶어요. 이루고 싶은 것은 너무나 많지만, 결국 우리가 바라고 꿈꾸는 것은 ‘엔지니어링을 가장 깊이 이해하고 몰두하는 기업’이 되는 겁니다. 그런 최고의 기술력을 가진 회사가 되면 기업가치가 높아질 것이고 또 그렇게 되면 직원들의 월급을 올려줄 수 있겠죠. CEO로서 제 목표는 기술력 있는 엔지니어들을 업계 최고 수준으로 대우할 수 있는 기업이 되는 것입니다.”
- 스스로 ‘나의 리더십’을 어떻게 표현하시겠어요?
“세 가지가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첫째, CEO 스스로가 열심히 일하는 것을 보면 임직원들도 스스로 각자 맡은 일을 열심히 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예전에 외국은행에서도 누가 시켜서가 아닌 일이 재미있어 열심히 하다 보니 같은 직장 내에서도 남과 다른 길을 가지 않았을까 생각합니다.
둘째, 스마트하게 일하자고 독려하는 것입니다. 새로운 IT기술을 늘 빠르게 습득하여 업무의 생산성을 높이고 스마트하게 일을 하여 시간을 줄이고 그것을 직원들에게 돌아가게 하는 것입니다.
셋째는 우리 직원들에 대한 애정이라 생각합니다. 마주치는 직원들의 얼굴을 늘 살피고 혹시 얼굴이 안 좋은 임직원들에게는 영양제를 권하거나 보내 주기도 합니다. 저에게 임직원들은 저와 함께 인생을 살아가는 동반자입니다.”
- <여성신문>‘올해의 여성경영리더’로 선정되었는데 수상 소감이 궁금합니다.
“몇 번 거론하셨는데 그동안 주저했었는데 올해 이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지금 수성 직원이 1068명인데 이들에게 어떻게 하면 조금이라도 월급을 더 줄 수 있을까 고민했었는데 그런 지난 시간에 대한 보상이라고나 할까, 애쓴 것에 대한 위로라고나 할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우수한 인력을 뽑고 훌륭한 엔지니어를 만들기 위해 늘 기술을 외쳐왔어요. 19년을 그렇게요. 기술력이 있는 엔지니어링 회사와 엔지니어에 대한 사회적 평가가 높아졌으면 좋겠어요. 어쨌든 누군가 알아주는 사람이 없다하더라도 늘 열심히 기술력 증진을 위해 힘 쓸거예요. 갈 길이 멀고 할 일이 많아 늘 마음이 바쁩니다.”
- 사진 촬영이 유일한 취미 맞습니까? 박 회장께 사진은 어떤 존재인가요?
“숨을 쉴 수 없을 정도로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을 때 사진을 만났어요. 사진은 제게 숨구멍이 되어주었죠. 번아웃증후군도 데려가 주었어요. 이런 연유로 지난 2023년 개인전 제목을 ‘숨,쉼’으로 붙였어요. 요즘 촬영하는 사진의 주제는 사람과의 인연을 ‘겁’이라는 제목으로 표현했어요. 커다란 바윗돌을 비단천이 스쳐서 다 닳을 때까지의 셀 수 없이 긴 시간을 ‘한 겁’이라 하는데 우리가 옷깃만 스쳐도 전생에 500겁의 인연이 있다 하잖아요. 내 주변 사람들과의 인연의 소중함을 사진으로 표현하는 것입니다.”
*박미례 회장은?
성신여자대학교 영문학과와 고려대학교 경영전문대학원을 졸업했다. 영국계 로이즈은행 서울지점에서 15년 가까이 일했다. 2006년부터 대표이사 회장으로 수성엔지니어링을 이끌고 있다. KOTRA 해외수주협의회 초대 회장, 한국엔지니어링협회 이사, 세계엔지니어링협회 아시아지부 이사를 지냈다. 현재 한국엔지니어링협회 감사와 한국엔지니어링공제조합 이사로 활동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