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목조름’ 포르노 막는다… 소지·유포 모두 처벌
온라인 플랫폼에도 삭제 의무 부과 국내서도 목조름 행위 정의 넣은 법안 발의
영국 정부가 여성 폭력을 근절하기 위한 일환으로 목조름과 질식시키는 행위를 담은 포르노를 불법화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BBC와 ITV 등은 영국 정부가 이 같은 내용을 담은 ‘범죄 및 치안법’ 개정안을 지난 3일(현지시간) 제출했다고 보도했다. 해당 법안은 다음 주 상원에서 논의될 예정이다. 영국 정부는 개정안에 대해 “소녀와 여성에 대한 폭력을 절반 수준으로 낮추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이번 개정안이 통과되면 목조름과 질식시키는 행위를 담은 포르노의 유포는 물론 소지하는 사람도 처벌 대상이 된다. 또한 온라인 플랫폼 역시 관련 포르노를 사전에 탐지해 삭제 조치를 취해야 하며 그렇지 않을 경우 미디어 규제당국인 오프콤(Ofcom)으로부터 최대 1800만파운드(약 339억원)의 벌금을 부과 받을 수 있다.
영국 과학혁신기술부(DSIT)는 개정안에 따라 목 조르는 장면을 담은 포르노 영상이 온라인 안전법상 우선 단속 대상에 오르게 되며, 아동 성착취물과 테러를 조장하는 콘텐츠와 동일한 수준에서 규제될 것이라고 밝혔다.
버니 라이언 목조름해결연구소 대표는 정부의 이번 개정안을 환영한다고 밝혔다. 그는 “성인이 합의 하에 안전하게, 성생활을 이어갈 자유가 있다는 점은 인정하지만 규제되지 않은 수많은 온라인 콘텐츠가 특히 아동과 청소년에게 심각한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목조름은 심각한 폭력적 행태 중 하나로, 가정폭력에서 상대를 통제하고 침묵시키거나 공포에 몰아넣는 수단으로 악용된다”며 “맥락 없이 포르노에서 묘사될 경우, 청소년들에게 친밀한 관계에서 어떤 행동이 허용되는지에 대해 해로운 메시지를 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안드레아 사이먼 여성폭력대책연합회 사무총장은 “안전한 목 조르기라는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며 “인지 기능 저하나 기억력 상실 등 목조름이 야기하는 장기적인 피해에 여성들은 동의할 수 없다”고 말했다.
통상 교제폭력이나 가정폭력 상황에서 발생하는 목조름 행위는 친밀한 파트너 살인 전조 증상으로 인식돼 왔다. 이에 국내에서도 국회입법조사처가 지난 5월 보고서 ‘친밀한 파트너 살인을 어떻게 예방할 것인가’를 통해 “우리나라도 비치명적 목조름을 별도 범죄로 규정해 교제 및 가정폭력 피해자의 사망을 예방할 필요가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보고서는 연인이나 배우자 간 폭력에서 목이 졸린 피해자는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살해당할 확률이 약 7.5배 높은 것으로 나타난다고 밝혔다. 미국 아이다호주는 가족 구성원이나 과거·현재의 교제 상대를 목조름한 경우 최대 15년형을, 북아일랜드는 2023년 이를 중범죄로 신설해 최대 14년형을 선고할 수 있도록 했다. 호주 빅토리아주는 질식으로 인한 상해 시 최대 10년형, 별다른 상해 없이 질식시킨 경우에도 최대 5년형을 규정하고 있다.
보고서를 작성한 허민숙 입법조사관은 “반복되는 비치명적 목조름은 결국 피해자 사망으로 이어질 수 있는 심각한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에서는 이러한 위험성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부족할 뿐만 아니라, 이를 체계적으로 식별하고 관리하는 시스템 역시 미흡한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현재 국내에서는 더불어민주당 전진숙 의원이 목조름 행위를 정의하는 내용을 담은 ‘가정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일부개정법률안’을 지난 달 대표 발의한 상태다. 해당 법안은 지난달 29일 법제사법위원회로 회부됐다.
발의한 의원들은 제안 이유에 대해 “가정폭력범죄의 한 형태로 빈번히 발생하는 ‘목조름 행위’는 기본적으로 형법상의 폭행죄, 상해죄 또는 살인미수죄에 해당하나, 통계적으로 더 심각한 범죄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아 특별한 관리가 필요하다”며 “이에 현행법에 목조름 행위를 정의하고 가정폭력에서 목조름 행위가 있었던 경우에 응급조치, 긴급임시조치 및 임시조치를 함에 있어 피해자와 격리시키도록 사법경찰관리 등에게 의무를 부여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