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영희가만난사람] ‘여의도의 현인’ 김학균 “대투자의 시대, 누구나 투자하고 살아야 한다”
[장영희가만난사람] 김학균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전무) ‘여의도의 현인’ 김학균의 투자 승률을 높이는 열가지 조언
한국 주식시장이 파죽지세다. 지난해 미국 등 다른 나라 증시가 연일 최고치를 갈아 끼우던 때 되려 아래로 곤두박질치거나 지리한 게걸음 장세를 보였던 한국 시장이 올들어 돌변했다. 지난 6월20일 3000P(포인트)를 탈환하더니 불과 4개월 후 4000P를 뚫었다. 7개월 만에 70% 상승이라니 놀라운 기세다. 가보지 않은 길을 가고 있는 한국 증시에 대해 전문가들은 어떻게 보고 있을까? 강산이 세 번 바뀌는 동안 애널리스트로 일하며 방송과 유튜브 등에서 개인투자자에게 남다른 통찰과 식견을 보여주었던 김학균 신영증권 전무(리서치센터장)를 만났다. 때마침 4000P를 찍었던 10월27일 그날이었다. 막 출간한 『5000P 시대를 위한 투자 대전환』의 논지가 더 부각되리라는 예감이 들었다. 강세장에서야말로 투자에 더 조심해야 하니까 말이다. 책의 꽤 여러 대목에서 ‘오마하의 현인’ 워런 버핏을 언급한 그에게 ‘여의도의 현인’ 같다고 하자 그건 현인이라는 말을 모욕하는 것이라며 손사래를 쳤다. 김 전무는 지금과 같은 대투자의 시대에는 누구나 투자하고 살아야 하는데, 시간을 이기는 돈으로 주가지수 상품을 적립식으로 장기 투자하면 투자승률을 높일 수 있다고 힘주어 말했다.
-오늘 역사적인 날이네요. 4000P 축포를 쏘아 올렸어요. 현재 시장을 어떻게 보십니까?
“2025년 한국 증시는 놀라운 복원력을 보여주고 있어요. 한국경제에 대한 여러 우려가 나오지만 주가는 오르고 있어요. 한국이야 올들어서야 상승세를 탔지만 미국과 독일, 일본 등 세계 주요국 증시는 진작부터 강세장을 이어가고 있었어요. 미국을 빼더라도 독일과 일본의 경우 경제가 사실 한국보다 나을 것이 없거든요. 이른바 메인스트리트(실물경제)와 월스트리트(주식시장)의 괴리 현상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지속되고 있어요. 금융위기 때 전 세계적으로 중앙은행들이 돈을 많이 풀은 데다 돈을 푸는 방식도 과거보다 훨씬 급진적이었죠. 유동성의 힘으로 자산시장에서 풍선 효과가 나타난 것은 글로벌 현상이에요. 예전에는 ‘주가는 경제의 그림자’라 그랬는데 이제 아주 딴세상 별 세계에요. 그런데 한국 증시가 지난해까지는 부진했었잖아요. 한국 기업의 지배구조 때문인 것 같아요.”
-후진적 지배구조가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초래했다는 말씀이죠? 이재명 정부의 상법 개정 추진이 주식시장을 끌어올리고 있다고 봐야겠네요.
“주요국과 달리 한국 시장이 올해 뒤늦게 가파르게 올라가는 이유는 상법개정 등의 지배구조 개선 노력이 가장 크다고 봅니다. 기업이익이 주주들에게 잘 가야 주가가 오를 수 있는데 한국에는 오너의 존재라는 지배구조의 특수성이 존재해요. 기업경영이 오너라는 지배주주 중심으로 흐르니까 기업이 돈을 벌어도 그게 대다수 주주들의 돈이 아니었던거죠. ‘1주 1표’원칙이 확립되고 배당성향을 높이는 등 주주권익이 강화되어야 합니다. 지배구조 개선 관련 목소리가 시작된 건 이번 정부 들어서만은 아닙니다. 전 정부에서도 시도는 했었죠. 정치권에서 왜 주식시장을 신경쓰는 걸까? 제가 보기에는 주식투자 인구가 특히 2021년 코로나19 팬더믹 직후부터 엄청 늘어났거든요. ‘동학개미’로 통칭되는 개인투자자들이 1천만명을 넘어선 게 바로 2021년이었어요. 지난해 말은 1423만명인데 2019년(618만명)에 비해 2.3배나 늘었어요. 미국 시장으로 달려간 ‘서학개미’는 빠진 수치입니다. 주식에 이해관계가 걸린 국민이 많아지니 정치영역에서도 자본시장 활성화를 주요 어젠다로 삼고 적극 추진해야 할 당위성과 시급성이 커진 겁니다. 상법 개정은 현재 3차 개정을 앞두고 있는데 1, 2차 때 주식시장이 열렬히 환호했었잖아요. 정책하는 분들이 큰 효능감을 느꼈을거에요. 거버넌스 개혁을 통한 증시활성화는 사실 이미 일본이 추진해 효과를 봤던 정책이니 잘 벤치마킹해야겠죠. 앞으로 지배구조 개선을 비롯한 자본시장 활성화 정책 기조는 계속될 겁니다. 비가역적이에요. 되돌아가는 것을 용납하지 않을 겁니다.”
-최근 4000P를 돌파하면서 신규계좌가 급증하고 투자자예탁금과 ‘빚투’지표인 신용거래융자(10월말 기준 25조2725억원)도 연일 사상 최대치를 경신하고 있어요. 아직 신규 자금이 새로 시장에 들어온 것은 아니고 과열이라고 보기도 어렵다지만 급등하는 시장에 개인투자자들은 어떻게 해야 할까요?
“지금은 대투자의 시대에요. 저는 늘 투자하고 살아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돈이 많은 사람이건 적은 사람이건 형편에 맞게요. 투자의 기본은 쓰지 않고 아끼는 거에요. 은행예금은 원금이 깨지진 않지만 이자가 낮아요. 근데 저는 주식을 오히려 길게 투자하면 리스크를 확 낮출 수 있기 때문에 투자를 권합니다. 이런 생각으로 책(『5000P 시대를 위한 투자 대전환』)을 썼어요. 강세장이나 약세장이나 모두 통용되는 언제 읽어도 도움이 되는 투자의 보편성을 얘기하고 싶었어요. 투자에 대해 나쁜 기억을 가진 분도 많을텐데 세상에 확실한 건 없지만 역사 속에서 검증된 원칙을 갖고 투자하면 성공의 확률을 높일 수 있어요. 프랑스의 좌파 경제학자인 토마 피케티는 불평등의 이유를 자산소득이 노동소득보다 빠르게 증가하는 데서 찾았어요. 돈이 돈을 버는 속도가 더 빠르다는 건데요. 투자하고 살아야 합니다.”
-‘투자 이렇게 하면 성공한다’의 보편성은 무엇입니까?
“저는 현재의 시장을 단순한 지수 상승이 아니라 자본시장 구조의 변곡점으로 바라봅니다. ‘코스피 5000 시대’는 상징어일텐데 작금의 대투자 시대에는 관점과 태도의 대전환이 필요합니다. 주식투자란 투자의 기쁨과 슬픔을 모두 감내하는 자기 책임의 과정이에요. 코스피 4000P 돌파 뉴스가 미디어에 나오면 2000P에서는 거들떠 보지도 않았던 분들이 투자를 하고 싶어하고 아니 해야될 것 같은 강박에 시달립니다. 이미 들어와 있는 투자자는 조바심이 나서 급등 종목을 덥석덥석 사고 매수 후 떨어지면 더 떨어질까봐 겁을 냅니다. 시장이 상승하면 두려움이 사라지고 하락하면 공포에 휩싸이는 ‘인지적 편향'이 반복되는 것을 이겨내야 하는데 물론 쉽지 않죠. 분명한 것은 그때 그때 마음이 시키는 대로 매매하면 고가 매수와 저가 매도를 반복하게 되고 이는 필패로 귀결됩니다. 거꾸로(저가 매수·고가매도) 해야 돈을 벌지 않습니까. 그런데 인간이 가진 편향심리에다 조증과 울증을 거의 무작위로 반복하는 시장에 맞서 투자위험을 줄이기란 매우 어려운 것도 틀림없어요. 그래서 저는 개인투자자들께 주가지수에 적립식으로 장기 투자하는 ‘패시브(passive, 시장 지수를 추종)’ 투자를 강력 추천합니다.”
-패시브 투자가 성에 차지 않을 투자자가 많지 않을까요? 특히 지금과 같은 강세장에서는요. 또 미국처럼 한국 시장도 주가가 장기 우상향하고 있다는 근거가 있습니까?
“코스피200이나 인덱스펀드 같은 주가지수의 장기 적립식 투자가 굉장히 시시하게 들릴 수 있어요. 저는 투자에 특별한 지식이 없어도 즉 누구에게나 좋은 방식이고 언제 시작해도 좋다는 믿음이 있어서 추천했어요. 장기 투자하면 시장이 꼭 보답한다는 것이 제 주장입니다. 근거가 있냐구요? 물론입니다 시장은 언제나 변덕이 죽끊을 듯 했지만, 장기적으로는 성장해왔다는 것이 역사적 사실입니다. 20세기(1900~1999년) 100년 동안 미국은 세계대전과 대공황, 오일쇼크 등 숱한 우여곡절을 겪었지만 다우지수는 1만7587% 올랐어요. 매년 5.3% 상승하면 이런 엄청난 수익률이 만들어집니다. 21세기(2000~2025년 7월말)에도 다우지수는 283% 올랐는데 연평균으로는 5.4% 상승했어요. 두 기간 모두 배당수익은 전혀 넣지 않은 거에요. 미국만 그럴까요? 한국 시장에도 시간의 힘은 작동했어요. 1980~1999년 20년 동안 코스피지수는 928% 올랐어요. 이 동안 한국은 외채위기와 IMF 외환위기를 겪었음에도 연평균 상승률이 12.3%나 됩니다. 2000~2025년(7월말 기준) 코스피 상승률은 215%로 연환산 4.6%를 기록했어요(배당 미포함). 미국 대비 결코 처지는 결과가 아니에요. 연 5%대 상승률을 시시하게 보면 안됩니다. 매년 이 소소한 수익률이 시간과 복리의 마법으로 거대한 상승률로 변하는 겁니다. 우리는 일 년 앞의 기대는 과대평가하고, 십 년 동안 이룰 수 있는 일을 과소평가하는 잘못을 더 이상 범하지 않아야 합니다.”
-장기 패시브 투자의 우월성을 인정해야겠네요. 그런데 개인투자자 중에는 그래도 종목투자를 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하는 분들이 많을거에요. 높은 수익률의 짜릿함 혹은 기대를 접지 못하니까요. ‘종목투자 이렇게 하라’고 조언해 주실 수 있을까요?
“개별주식 투자가 나쁘다는 게 아닙니다. 적절한 지적 소양과 감정적 기질을 가진 분들은 개별 종목을 사서 인덱스보다 더 높은 수익률을 추구해도 됩니다. 다만 패시브 투자는 누구에게나 좋지만 종목 투자는 ‘케바케’ 그야말로 다 달라요. 일반화시키기 어렵고 속된 말로 대박과 쪽박이 공존합니다. 투자의 성패를 좌우하는 것은 종목 선정과 매매 타이밍일텐데, 이걸 누구나 잘할 수 없어요. 무엇보다 그 누구도 시장의 무작위에 가까운 단기 급등락을 맞출 수 없거든요. 다만 종목투자로 큰 돈을 번 사람들이 있고 우리가 배울 수 있는 롤모델은 있어요. 가령 가치투자의 대가 벤자민 그레이엄이나 워런 버핏 같은 분은 훌륭하다고 생각합니다. 아는 것과 모르는 걸 구별하고 또 내가 아는 것에 대해서도 틀릴 수 있으니까 늘 의심했어요. 알고 있다고 믿는 것에 대해 가지는 엄격한 태도가 회의주의(skepticism)인데, 비관주의(pessimism)와는 족보가 달라요. 투자는 낙관론의 편에 서는 동시에 회의주의를 견지해야 합니다. 사실 몰빵하지 말라는 분산투자와 여러번 나눠 사라는 분할매수를 강조하는 것에도 회의주의가 녹아 있어요. 비극이 뭔지 아세요? 잘 알지 못하는 것을 안다고 착각해 시장이 만들어준 행운을 자신의 실력으로 오인하는거에요. 전업투자자를 꿈꾸기도 하죠. 자기 능력의 한계를 알고 그 안에서 포지션을 잡는 것은 정말 중요합니다. 투자의 세계에서 확실한 것은 모든 것이 불확실하다는 사실 뿐입니다.”
-종목투자에 성공하고 싶은 분들이 투자의 구루들에게 배울 게 더 있을 것 같습니다.
“가치투자의 대가들은 주가가 오른다고 조바심을 내지 않고 가격이 자신이 생각하는 가치보다 충분히 낮아졌을 때 사들였어요. 투자 종목에 대해 내가 잘 알고 있는지 합당한 가격에 매수했는지를 깐깐하게 살폈던거죠. 벤저민 그레이엄은 자신의 능력 범위와 투자 종목의 내재가치와 가격과의 차이인 ‘안전마진’에 대해 늘 깊이 생각해야 한다고 했어요. 생각은 최대한 많이 하고, 행동은 최소한으로 해야 투자 승률을 높일 수 있어요. 속된 말로‘사팔사팔’하면 돈을 잃기 십상이죠. 야구에 빗댄 워런 버핏의 말도 흥미롭습니다. ‘야구에서 스트라이크 세 개를 치지 않으면 아웃되지만 투자는 그렇지 않다. 내가 원하는 기회를 제한없이 기다릴 수 있다.’ 지금도 마찬가지인데 강세장에서 사람들은 나만 벌지 못하고 있다는 상대적 박탈감과 지금 올라타지 못하면 기회를 날릴 것 같은 조급함에 덜컥 고점 매수를 해서 낭패를 봅니다. 투자의 기회는 버스와 같아요. 지나가면 또 옵니다. 진짜 야구선수의 책을 읽으면서 무릎을 쳤던 적도 있어요. 김태균 선수(한화이글스)의『타격에 대한 나의 생각들』의 한구절에서 어떤 면에서는 버핏보다 더 깊은 통찰이 느껴졌거든요. ‘삼진을 당하더라도 내가 설정해 놓은 스트라이크존을 벗어난 공에 반응해서는 안된다. 그걸 쳐봐아 좋은 타구가 나오기 어렵고 방망이가 나쁜 공을 따라다니면 타격의 밸런스가 깨진다. 선수의 몸은 가장 마지막에 했던 동작을 기억하기에 다음 타석에도 악영향이 이어진다.’ 방치가 아닌 숙고의 결과라면 아무 것도 안하는 것과 기다리는 것도 적극적인 투자행위라고 봅니다.”
-개인투자자에게 ‘이것만은 안돼’하는 투자지침이 있을까요?
“투자는 결과가 중요한 게임입니다. 이 지적게임에서 이기면 짜릿한 성취감을 맛보겠죠. 시장에서 퇴출되는 경우는 오직 한가지, 회복 불능의 치명상을 입었을 때일 겁니다. 그레이엄의 제자이자 버핏의 동학이었던 가치투자자 빌 루안은 4대 투자원칙 중 ‘레버리지 금지’를 가장 앞세웠어요. 빚을 내서 주식을 사는 건 신발 없이 마라톤을 뛰는 것과 같다고요. 금방 발바닥이 터지겠죠. 찰리 멍거의 단 한번이라도 곱하기 0이 나와서는 안된다는 말도 비슷한 의미입니다. 그 전에 제 아무리 화려한 성적을 거두었어도 단 한번 곱하기 0이 되는 실책을 범하면 자산이 0이 되어 망합니다. 빚투가 위험한 건 울퉁불퉁한 비포장길 같은 주식시장에서 견디기가 어렵고 급락이 거듭되면 반대매매로 강제 청산되기 때문입니다. 당장 쓸 돈이 아닌 여윳돈으로 투자하면 설령 고점에 물리더라도 버티면 회복을 바랄 수 있어요. 그래서 저는 종목투자는 물론 지수투자도 몇 년간 없어도 되는 돈으로 투자해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부자는 자산이 많기도 하지만 시간을 이길 수 있는 돈을 갖고 있어 투자에 절대적으로 유리합니다. 주식은 모름의 철학 위에 서 있는 자산인데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위기가 오더라도 견딜 수 있는 돈으로 투자하는 것인데, 그러면 이길 확률이 높아집니다. 부자가 되려는 꿈을 이루려면 부자처럼 투자해야 해요. 부자처럼이 뭐냐? 시간을 이기는 여윳돈으로 시간의 힘으로 불어나는 복리의 마법에 올라타는 것입니다.”
-불패자산은 없다는데 미국 시장은 연일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습니다. 미국시장 불패론과 AI 버블론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어떤 시장도 어떤 자산도 영원히 오를 수는 없어요. 사이클로부터 자유로운 자산은 없거든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승자인 미국도 늘 불패는 아니었어요. S&P500지수는 1937~1950년, 1968~1982년, 2000~2012년 세차례 긴 횡보 장세를 보였어요. 이 장기 횡보는 기록적인 장기 상승장 직후에 나타났죠. 산이 높으면 골이 깊다는 증시 격언을 확인시켜 줍니다. 그런데 사이클은 자산의 절대적 질과는 무관해 보여요. 훌륭한 자산일수록 투자가 몰리고 비싼 가격에 거래되고 있어요. 오를수록 아이러니하게도 불패론이 커져요. 가치 투자자의 시각에서는 이 기업이 벌어들일 이익이 제대로 반영됐는지 안됐는지 알기가 어려워요. 일반적으로 어떤 기업이 벌어들일 미래의 이익보다 가격이 비싸면 투자하기 나쁜 거고 싸면 좋은 거잖아요. 특히 미국 빅테크 기업들인 M7은 밸류에이션이 높고 주가의 변동성도 큽니다. 좋은 건 맞지만 비싸기 때문에 결국 나중에 조정을 받게 되면 세게 얻어맞을 수 있어요. 성장주일수록 검증이 어려운 성장스토리에 솔깃해서 과도하게 높은 가격에 산 것은 아닌지 의심하고 경계해야 한다고 봅니다. 좋을수록 투자가 몰리고 비싸게 거래되니까 버블이 생깁니다. 버블이 얼마나 부풀어 오르다가 언제 터질 지는 아무도 알 수 없지만 반드시 터질 겁니다. 애널리스트로서 버블 터지기의 트리거는 금리일 것 같아요. 결국 장기 금리가 올라가면 굉장히 위태로워질 거라고 봐요. AI 버블론에 대해서도 버블이냐 아니냐부터 논란인데 버블이라고 하더라도 그게 얼마나 부풀어 올라서 언제 터질지는 알 수 없지만 금리가 트리거가 될거라고 생각합니다.”
-30년 가까이 애널리스트로 일했는데 결정적 장면 혹은 강렬한 기억같은 게 있을까요?
“그냥 생활인이죠. 정직하게 하려는 지향은 있었어요. 증권사 분석보고서는 아무래도 돈이 걸려 있으니까 거칠고 격한 피드백이나 비판을 받을 때가 많았어요. 결정적 장면이나 강렬한 기억이라고 하기는 그렇고 작지만 성취감은 있었어요. 뭔가 쓰고 말하는 것에 대한 욕구가 강해서 그런 것 같아요. 무엇보다 배울 게 많고 좋은 동료를 만나 감사할 따름입니다. 제가 50대 중반인데 제 또래들이 슬슬 후선으로 물러나는 시기잖아요. 임원이라 내년 3월에 다시 기회가 주어지면 소명을 다할 것이고 자유로워지면 본격 투자자의 길을 가야죠.”
-앞으로 투자자로서 어떤 포트폴리오를 구상하는지 궁금합니다.
“현재도 투자자입니다. ETF와 펀드에 투자하고 있어요. 저는 가치투자를 지향하는데 제가 몸담은 신영증권은 한국에서 가치투자를 지향하는 거의 유일한 증권사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게으른 투자와 부지런한 투자를 각각 절반쯤 할 생각입니다. 게으른 투자는 적합한 인덱스 상품을 고르면 될 터인데 부지런한 투자에는 준비를 많이 해야죠. 열심히 깊게 기업분석을 해서 앎의 범위를 넓히고 이를 기반으로 의사결정을 내려야하니까요. 저는 특정 종목에 대해 적정한 가치를 마음 속에 가지고 있고 그 가치보다 낮은 가격에 사는 게 투자라고 생각합니다. 투자에 앞서 자기 돈의 성격을 따져 잘 구획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저는 부자가 아니지만 몇 년을 안써도 되는 부자의 돈으로 투자할 겁니다. 우리가 예측할 수 없는 ‘Mr.마켓’의 변덕을 견뎌낼 돈, 즉 시간을 이기는 부자의 돈으로 투자하면 승률을 높일 수 있어요. 우리는 누구나 투자하고 살아야 하고 기왕이면 잘해야 합니다. 투자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결과 아닙니까.”
*투자자에게 드리는 열 가지 조언
1. 낙관론의 편에 서라
2. 당장 시작하라
3. 망하지 않는 게 중요하다
4. 시장 행운과 자신의 실력을 구분하라
5. 많은 것을 하기보다 하지 않으려고 노력하라
6. 회의주의자가 되어라
7. 투자의 기회는 버스와 같다, 지나가면 또 온다
8. 불패인 자산은 존재하지 않는다
9. 부자처럼 투자하라
10. 일 년 앞의 기대는 과대평가되고, 십 년 동안 이룰 수 있는 일은 과소평가된다
* 김학균 리서치센터장(전무)은?
성균관대학교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1997년부터 자본시장의 애널리스트로 활동하고 있다. 신한투자증권·한국투자증권·대우증권 리서치센터를 거쳐 현재 신영증권 리서치센터를 이끌고 있다. 한국거래소 밸류업 자문위원, 금융감독원 자문위원을 맡고 있다. <중앙일보>와 <경향신문>에 칼럼을 연재하고 있다. 저서로는『5000P 시대를 위한 투자 대전환』(2025), 『부의 계단』(2021, 공저)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