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위원장 “정부, 임신중지 약물 승인해야”

9.28 국제 안전한 임신중지의 날 맞아 대체 입법 마련과 임신중지 약물 승인 등 촉구

2025-09-28     신다인 기자
2023년 4월 9일 서울 용산역 광장에서 '모두의 안전한 임신중지를 위한 권리보장 네트워크' 주최로 낙태죄 폐지 2주년 집회가 열리고 있다. ⓒ연합뉴스

안창호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 위원장이 9월 28일 ‘국제 안전한 임신중지의 날’을 맞아 정부와 국회에 임신중지 관련 입법을 서둘러 마련할 것을 촉구했다.

안 위원장은 이날 성명을 내 2019년 헌법재판소의 낙태죄 헌법불합치 판결을 내린 후 6년간 이어진 입법공백으로 “여성의 건강권이 위협받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세계보건기구(WHO)가 필수의약품으로 지정한 임신중지 약물조차 국내에 도입되지 않았다”며 “이로 인해 음성적으로 거래되는 임신중지 약물로 인해 여성의 건강권이 위협받고 있고, 이러한 위험은 사회적·경제적으로 취약한 여성과 청소년에게 가중될 수밖에 없다”고 했다.

또 2021년 한 해에만 약 3만2천건의 임신중지 시술이 이루어진 것으로 추정된다며 “그럼에도 정부와 국회가 안전한 임신중지를 위한 입법과 대책을 내놓지 않는 현실을 다시 지적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유엔 여성차별철폐위원회 등을 비롯한 국제인권기구들도 한국 정부에 임신중지의 완전한 비범죄화와 서비스 접근 장벽 제거를 지속적으로 권고해왔다. 인권위는 이미 2019년과 2024년에 각각 임신중지를 비범죄화하고, 임신 주수 등에 따른 제한을 최소화하고, 임신중지 약물 도입해야 한다고 권고한 바 있다.

안 위원장은 “이와 같은 권고를 상기하면서, 원치 않는 임신의 예방을 위한 실질적 성교육과 국가의 사회적 책임 강화 역시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있음을 다시 한 번 강조하고자 한다”고 했다.

이어 국회에 대해 헌재 결정 취지에 따른 관련 법률 제정을 조속히 완료할 것을, 정부에는 △임신중지 약물 승인 △건강보험 적용 △정확한 정보 제공 등 행정적 지원 체계 마련을 요구했다.

마지막으로 “인권위는 여성의 안전한 임신중지권이 온전히 보장되는 평등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앞으로도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국회에서는 지난 7월부터 임신중지 후속입법에 대한 논의가 본격 시작됐다. 남인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수술뿐 아니라 약물 임신중지를 허용하고, 건강보험 급여 적용을 포함한 ‘모자보건법 개정안’을 22대 국회에서 처음 대표 발의했다.

한편, 9월 28일은 1990년 라틴아메리카와 카리브해 여성들의 시민 행동을 기념해 제정된 ‘국제 안전한 임신중지의 날’로, 모든 사람의 안전한 임신중지 권리 보장과 차별·낙인 종식을 목표로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