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학전공 여성은 느는데, 왜 현장엔 여성이 없을까?

‘산업계 여성공학인력 활용 정책의 제도화 방안’ 25일 서울 영등포구 국회의원회관 정책 포럼 남성 중심 현장 및 여성 경력단절 여전 “기업, 성별인력 현황 공시 및 제도 확중해야” “국가, 기업 공시제 만들고 여성 지원 계속해야”

2025-09-28     신미정 기자
25일 서울 영등포구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산업계 여성공학인력 활용 정책의 제도화 방안’ 국회 정책포럼 단체사진. ⓒ이인선 의원실

과거에 비해 대학과 대학원에서 공학을 전공하는 여성은 늘고 있다. 그러나 산업현장에서는 여전히 여성 인력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학교와 달리 현장에서는 기성세대 남성들이 절대 우위를 점하고 있어 여성들이 버티기 힘든 구조라는 것이다. 육아·출산으로 인한 경력단절도 여전하다.

전문가들은 대안으로 기업의 책임을 강조했다. 기업들이 성별인력 세부 현황과 함께 여성인력 강화 프로그램 공개해,자체적으로 개선 노력을 기울이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역차별’ 논란을 이유로 중단된 국가적 차원의 지원도 지속돼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25일 서울 영등포구 국회의원회관에서 ‘사업계 여성공학인력 활용 정책의 제도화 방안 국회 정책 포럼’이 열렸다. 산업현장에서 여성 공학인력의 활용 실태와 문제점을 살펴보고 이를 제도적으로 뒷받침하기 위한 법·제도 개선 방향을 논의하기 위해 마련됐다.

이인선 국민의힘 의원(여성가족위원회 위원장, 기획재정위원회 위원)은 개회사에서 “대학과 대학원에서 여성 비율이 꾸준히 늘고 있으며 현장에서도 성과를 내는 여성 인재들이 많아지고 있다”면서도 “산업현장에서는 여전히 여성 참여율이 낮고 경력단절과 승진 장벽이 해소되지 못해 성장 잠재력이 충분히 발휘되지 못하고 있다. 이는 개인적 손실을 넘어 국가 경쟁력에도 심각한 제약으로 작용한다”고 말했다.

이어 “UN은 2030년까지 의사결정권자의 절반을 여성으로 확대한다는 목표를 제시한 바 있다”며 “우리나라 역시 이러한 흐름에 발맞춰 글로벌 기준에 부합하는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영옥 한국여성공학기술인협회 회장은 환영사에서 “산업현장에서 여성 비율이 여전히 낮은 원인과 현장 진출 장애 요인을 진단해 해결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며 “임금, 승진 기회, 업무 배정 등에서 나타나는 성별 격차와 제약으로 인한 산업분야 여성 공학인력의 경력 이탈을 막고 지속적인 성장을 지원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최근 산업계 여성인력비율(여성 공학인력)은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다. 2013년과 2022년의 산업현장에서 근무하고 있는 산업기술인력(전문대졸 이상) 전공계열 여성인력비율을 살펴보면 2013년 대비 2022년 공학계 전체는 11.3% 증가했으며, 공학계 여성 비율은 8.2%에서 12.9%로 57.3% 증가했다.

기업, 여성인력 위한 확보 프로그램 및 성별 인력 현황 공개해야

이날 ‘공대 여학생 산업현장 진출지원 정책 제안’을 발표한 송영서 아주대학교 특임교수는 “많은 정책적 도움으로 5명 중 1명이 공대 여학생지만, ‘왜 여성만 혜택을 주냐’라는 지적 탓에 여성 공학 기술 특화(사업)는 크게 줄어든 상황”이라며 “여성 수가 늘었음에도 공학 분야의 산업 현장은 여전히 여성들이 이겨내기 힘든 환경”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여성공학 정책지원 5개 중 4개가 중단된 상태다. 현재는 지난해 시작한 현장형 기술 문제 해결 프로젝트 사업인 ‘산업현장 진출지원 사업’만이 진행 중이다.

‘사업계 여성공학인력 활용 정책의 제도화 방안 국회 정책 포럼’ 발표 및 토론자들. ⓒ한국여성공학기술인협회

송 교수는 대안으로 기업의 ‘기술적 멘토링’을 제안했다. 그는 “아주대 공학 여학생들 4명과 지도교수 1명, 기업 멘토 1명이, 기업 멘토와 현장형 기술 교재 하나 선정해 연구하고 멘토링하는 프로그램을 진행했다”며 “현장 경험에 목말라 있던 학생들의 피드백이 너무 좋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기업 입장에서는 사실상 ‘봉사’에 해당하기 때문에 부담스러워하는 부분이 있다”며 국가의 정책지원을 강조했다.

‘경력단절 예방 및 성장지원 정책 제언’에 대해 발표한 임미숙 한국여성정보인협회 회장도 여성인력 확보를 위한 방안으로 기업의 역할과 노력을 강조했다.

한국에서는 ‘여성 노동력의 확보’가 국가 경쟁력의 핵심이라는 인식이 확산됐지만, 최근 30대 한국 여성의 경력단절률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대비 2배 수준이며, 여성 관리자와 임원은 각각 20%, 6%로 OECD 평균보다 훨씬 낮다.

또한 통계청이 지난해 11월 발표한 ‘기혼여성의 고용 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4월 기준 경력단절 여성은 121만5천명이며, 비중이 가장 큰 연령대는 35~39세였다. 기혼 여성 중 24.7%가 경력단절을 겪는 상황이며 10년 이상 경력단절자도 40%가 넘는다.

임 회장은 “(여성)인재는 충분하지만 관리자 진출이 막혀있는 게 문제”라며 원인으로 ‘경력단절 후 복귀했다가 관리자로 승진하지 못하는 경우’와 ‘기업의 전반적인 여성인력 육성을 위한 노력 부족’을 꼽았다.

임 회장은 “가장 큰 문제는 육아휴직 후 복직해도 승진이 막힌다는 점”이라며 “회사 입장에서는 대체 인력이 필요한데, 불가능하다 보니 그 자리가 없어지거나 다른 사람으로 채우기 때문에 복귀를 못 시키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기업이 여성인력 성장을 위해서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는지에 대한 지표를 만들고, 이를 스스로 공시하고 관리할 수 있도록 국가가 제도화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해외 선진국, 여성위한 장학금·할당제·프로그램 등 다양

‘여성공학인력 활용확대 위한 법·제도 개선 방안’에 대해 발표한 신선미 한국여성정책연구원 부원장은 해외의 다양한 여학생 지원 사례를 설명했다.

유럽은 ‘성주류화 정책’ 아래 ‘호라이즌 유럽’을 시행 중이다. 호라이즌 유럽은 EU가 2021년부터 2027년까지 총 955억 유로, 한화 약 140원 규모로 운영하는 세계 최대 연구·혁신 프로그램이다. 기후 변화 대응, 보건, 문화, 포용사회, 디지털 전환 등 글로벌 현안을 해결하고 과학·기술 경쟁력 강화를 목표로 한다. 참여기관은 성평등 계획을 의무적으로 수립하고 이행하고 모니터링도 해야 한다. 한국도 올해부터 아시아 국가 최초로 준회원국으로 참여해 EU의 100조 원이 넘는 연구 예산을 활용해 국제 공동연구에 참여할 수 있게 됐다.

영국은 공과대학 여학생들을 위한 장학금을 운영하고 있으며, 프랑스의 과학 분야 엘리트 학교 ‘그랑제콜’은 입학 전 2~3년간의 예비반을 두고 여학생 비율을 30%로 맞추기 위해 노력 중이다. 명확한 합격 점수가 있는 것은 아니고 교수들이 성적과 인터뷰를 종합해 여학생 비율이 30%에 도달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제141차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양성평등정책포럼으로 열린 이번 국회 세미나는 민주당 미래경제성장전략위원장 이언주 최고위원과 국민의힘 국회 여성가족위원회 이인선 위원장이 주죄했으며, 산업통상자원부, 한국여성공학기술인협회,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이 주관했다.

ⓒ한국여성공학기술인협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