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경제칼럼] AI로 여성 일자리 41% 위험... AI 활용율 높여야

-송경진 고려대 아세아문제연구원 연구위원

2025-09-25     송경진 고려대 아세아문제연구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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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국의 인공지능(AI) 투자와 경쟁이 뜨겁다. 2028년까지 전 세계적으로 AI에 3조 달러(약 4천2백조 원) 투자가 전망된다. 지난 6월 이재명정부는 100조 원을 투자해 ‘AI 3대 강국 실현’이라는 야심 찬 국가 비전을 밝혔다.

급격한 기술 발전은 경이로울 따름이다. AI와 로봇으로 작동되는 중국의 다크 팩토리(dark factory)가 세상을 놀라게 했다. 사람이 없어도 되고, 무인이니 전등도 불필요하며, 24시간 쉬지 않고 작동·생산하니 생산성도 높은 공장이다. 새로운 형태의 산업 생산 방식의 단면을 보여준다. 아울러 많은 이들이 일자리의 미래를 걱정한다.

지난 5월 발표된 국제노동기구(ILO)와 폴란드의 국책연구기관(NASK)의 공동 연구 보고서는 전 세계적으로 25%의 일자리가 AI에 의해 대체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고소득 국가에서는 그 비율이 34%로 더 높게 나타났다.

특히 고소득 국가에서 AI 도입으로 인해 사라질 가능성이 있는 여성의 일자리는 41%에 달한다. 초고도 대체 위험에 노출된 여성의 일자리는 9.6%로 예측됐다. AI로 쉽게 대체될 수 있는 단순 행정직이나 사무직 일자리에 종사하는 여성의 비율이 높기 때문이다. 반면, 전기 엔지니어, 기계 엔지니어 등 AI 증강이 가능한 일자리 종사자가 많은 남성의 경우에는 대체 가능 비율이 28%로 훨씬 낮다. 초고도 대체 위험에 노출된 남성의 일자리는 3.5%에 그친다. 링크드인(LinkedIn)의 74개국 조사 결과에 따르면, 95%의 경우에서 AI 증강이 가능한 일자리에 남성의 비중이 높은 것으로 드러났다.

AI 증강 혹은 대체 등 종사하는 일자리의 특성 때문인지 전반적으로 여성의 AI 도입 비율이 남성보다 적게는 10%, 많게는 40%까지 떨어지는 격차를 보인다. 하버드경영대학원의 최근 연구도 뒷받침한다. AI가 제공하는 혜택은 남녀 구분이 없지만 여성의 AI 사용 비율이 남성보다 25%나 낮다는 연구 결과다. 연구자들은 업무에서 AI 사용이 비윤리적이라고 느끼는 여성이 남성보다 훨씬 많기 때문으로 분석했다.

여성의 AI 활용률 제고가 시급하다. 여성의 낮은 AI 사용률은 임금과 승진 기회에 있어서 남녀격차 심화뿐 아니라 AI 데이터의 왜곡 가능성도 높인다. AI의 대규모 혹은 소규모 언어모델은 축적된 데이터뿐만 아니라 사용자와의 소통을 통해서 끊임없이 새로운 정보를 수집하면서 업그레이드된다. 여성의 저조한 참여는 AI 시스템의 성별 고정관념 및 임금, 승진 등 모든 면에서 불평등을 강화하는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 이는 AI 도입이 본격화된 시대에도 임금과 승진 기회에서 남녀 격차가 지속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따라서 여성의 AI 활용과 STEM 전공 및 일자리 비중을 높이기 위한 의식적 노력이 어느 때보다 필요하다. 이는 이재명 정부의 AI 인재 양성이라는 국정 목표와도 궤를 같이한다.

여성의 AI 활용률을 제고하기 위해서는 당장의 성인 대상 AI 교육과 함께 초등 교과과정에서부터 STEM(과학, 기술, 공학, 수학) 교육 강화가 필요하다. 성별 고정관념이 배제되고 성 인지도가 충분한 커리큘럼 개발과 활용, 그리고 학생들에게 제대로 전달하고 이해도를 제고할 교수법도 요구된다.

STEM 학위를 취득 후 STEM 분야로 이동하는 과정에서 여성 참여 비율이 하락한다. 우리나라도 2021년 기준 STEM 전공 여학생 비율은 25.4%였는데, 동기간 STEM 분야 여성 연구 인력은 21.8%에 불과했다. 여성 STEM 전공자들은 남성 위주의 일터에서 고립감과 자신감 하락을 흔히 경험한다. 능력 외적인 이유로 도태되는 일이 없도록 직장 내 배려와 대책이 시급하다.

현 정부의 성인 AI 재교육 확대 목표는 AI로 인한 일시적·장기적 비자발적 실업에 대비한 전직 훈련과 실업급여 규모 확충, 플랫폼 노동자의 실업보험 참여 확대 등 사회안전망 강화의 큰 틀에서 논의되고 계획돼야 할 것이다. 아울러 AI 도입을 확대해야 할 중소기업의 부담이 급격하게 늘지 않도록 일정 기간 지원도 포함돼야 한다.

이재명 정부의 100조 원 AI 투자 계획에 AI 도입에 따른 사회적 비용 예산도 배정돼 있기를 바란다.

송경진 고려대 아세아문제연구원 연구위원 ⓒ본인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