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 길을 내다] 월경은 힘들다? 도전장 내민 김도진, “깔창 생리대 사건이 계기됐죠”

[CEO 길을 내다] 김도진 해피문데이 대표 유기농 생리대 1세대에서 펨테크 선도 기업으로 식약처 기준보다 엄격한 검사, 성적서 공개도 생리주기 맞춘 생리대 배송 서비스 ‘특허’ 건강 관리 ‘월경’에서 시작…생애주기 케어 도전 경영능력 인정받아 ’2025 여성기업 유공자 포상‘ “여성이 최대 잠재력 발휘할 수 있길”

2025-09-26     신미정 기자
김도진 해피문데이 대표는 여성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해피문데이를 통해 “(더 많은) 여성이 최대 잠재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돕겠다”고 말했다. ⓒ손상민 사진기자

여성의 ‘월경’은 언제나 숙제다. 언제 시작할까, 세진 않을까 불안하고 배와 허리가 아프고 졸리기도 하는 등 일상마저 제약한다. 이러한 불편한 월경에 도전장을 내민 이가 있다. 해피문데이 김도진 대표다.

2017년 스타트업 해피문데이를 설립한 김도진 대표는 여성의 건강 관리 방식을 월경에서부터 바꿔 나가고 있다. 1세대 유기농 생리대 브랜드로서, 제품 출시 이후 8년 동안 한 해도 빠짐없이 형광증백제, 중금속, 휘발성유기화합물(VOCs) 등에 대한 품질 검사를 정기적으로 시행하고 있다. 이는 식약처가 제시하는 기준보다 높다. 과불화화합물의 경우 무려 135종을 검사한다. 브랜드 차원에서 5년 이상 정기적인 품질 검사를 시행하고 성적서를 공개하는 브랜드는 해피문데이가 유일하다. ‘안전한 생리대’를 시작으로, 탐폰, 청결제는 물론이고 월경주기 계산, 월경주기에 맞는 여성용품 구독 서비스, 불규칙한 월경 대처, 분비물 체크 등 다양한 여성 건강 관련 정보와 서비스도 제공 중이다.

꾸준한 성장으로 해피문데이 모바일 앱은 대한민국 20대 여성 30% 이상이 가입했으며, 앱 누적 다운로드는 약 300만 건을 기록했다. 구독 12개월 이상 유지 이용자 비율도 87%에 달한다. 월경주기 맞춤 구독 서비스는 국내 최초 특허도 보유 중이며, 지난 7월엔  공장을 인수해 자체 생산 체제를 구축했다. 김도진 대표는 ‘펨테크’를 알림과 동시에 경영 능력과 기업과 정신을 인정받아 지난 8월 12일 ‘2025 여성기업 유공자 포상’을 받았다. 펨테크란 여성 건강을 위해 고안된 기술을 말한다.

펨테크라는 용어조차 생소하던 시기, 일명 ‘깔창 생리대’를 계기로 10대 소녀들에게 생리대 기부를 시작한 김 대표는 여성의 건강을 증진하는 기술개발이 현재 한국 사회가 직면한 고령화, 인구 감소 등 다양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본다. 월경도 감추어야 할 것이 아닌, 편하게 마주하고 나의 건강을 확인하는 지표로 활용되야 한다고 보고 있다. 올해 8년차, 여성의 평생 동반자를 꿈꾸는 해피문데이 김도진 대표를 성수동 사무실에서 만나 이야기 나눴다.

김도진 해피문데이 대표. ⓒ손상민 사진기자

-해피문데이 창업계기는.

“청소년 시절 정확히 기억나지는 않지만 어떤 여성 기업가의 자사전을 읽고 ‘멋있다’라고 생각했다. 그러면서 막연히 ‘기업을 세워 문제를 풀고 전 세계 돌아다니며 사업하고 싶다’고 생각했다. 처음 도전했던 창업에서 하차 후, 먼저 창업 지원을 검토하는 일을 해보면 좋겠다는 지인의 조언에, 벤처투자사에 입사했다. 일하면서 수많은 회사를 만났는데, 이들의 사업을 검토하는 과정에서 어떤 부분이 비어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여성을 대상으로 하는 서비스나 제품을 제공하는 회사는 많았지만, 대부분 ‘엄마’로서의 역할이나 뷰티, 다이어트 등 보여지는 사업이 대다수였다. 정작 중요한 건강이나 컨디션의 영역으로까지는 가지 못했다는 느낌이었다. 여성들이 사회활동에 참여한 지는 꽤 지났기 때문에 수요는 계속 올라가는데, 그만큼 공급이 뒷받침되지 못하고 생각했다.

더 직접적인 계기는 2016년 ‘깔창 생리대’ 기사를 접하고서다. 생리대가 없어 대신 운동화 깔창을 사용하는 저소득층 소녀들의 상황이 너무 안타까웠고 이를 위한 ‘사이드 프로젝트’를 시작한 게 발단이 됐다.”

-어떤 사이드 프로젝트였나.

“초경 가이드북 출판과 생리대 기부 프로젝트였다. 기부는 일시적이 아니라 적어도 1년은 꾸준히 하자는 목표를 가지고 친구들과 함께 시작했다. 한부모 가족을 지원하는 단체를 통해서 10대 소녀 4명을 직접 만났는데, 대화해보니 단순히 제품이 있고 없고의 문제가 아니었다. 월경을 처음 시작할 때는 주기가 일정하지 않고 서툰 부분이 많다. 궁금한 점도 많고 배워야 할 것도 많은데 여성 보호자의 부재와 겹쳐 대처방안이나 조언을 들을 수 없다는 것이 근본적인 문제라는 생각이 들었다. 더 넘어서는 나 또한 엄마의 방식을 그대로 이어받았을 뿐 만족도는 높지 않았다. 그래서 초경 가이드북 ‘어바웃 문데이’를 출판했고 현재까지도 판매하고 있다.

동시에 좋은 생리대를 기부하고 싶은데 과연 ‘좋은 생리대란 뭘까’라는 궁금증이 들어 찾아보다가 결국 ‘직접 만들자’라는 생각에 사업을 시작하게 됐다. 생리대 기부는 한국지역아동센터연합회와 함께 ‘걱정 없는 생리대 기부’라는 이름으로 계속하고 있다.”

ⓒ해피문데이

-해피문데이 생리대의 차별점이 궁금하다.

“일반적으로 검사는 ‘랜덤 샘플링’ 방식으로 이뤄지는데 얼마나 꾸준하고 지속적인 관리 체계를 갖췄느냐가 핵심이다. 해피문데이는 생리대 출시 이후부터 매년 식약처 보다 엄격한 기준으로 정기적으로 관리하고 있다. 검사도 외부 기관에 의뢰해 한국에서 가장 많은 135종(과불화화합물)을 검사 중이다. 이러한 내용을 모두가 볼 수 있도록 리포트로 공개하고 있다. 실제로 2017년 9월 일어난 ‘생리대 유해물질 파동’ 당시 식약처가 시행한 61개사 666개 제품 전수 조사에서 VOCs가 단 한 종도 검출되지 않은 제품에 해피문데이가 있었다. 그러면서도 가격은 합리적으로 편하게 살 수 있도록 했다. 

현재 해피문데이는 제품을 자체 생산하고 있다. 국내 소수 대기업을 제외하고는 대다수가 ‘브랜드’ 론칭 후 공장에서 생산 전문 제조업체에 위탁해 제품을 받는 OEM 방식을 택하고 있다. 반면 해피문데이는 올해 7월 공장을 인수해 이런 방식을 자체 생산으로 바꿨다. 마케팅이나 다른 곳에 자금을 쓸 수도 있었지만 ‘좋은 제품을 더 확실하게 만들자’는 의지가 크게 작용했다. 모두 생산 경력 30년이 넘으신 전문가이시고 현장에서 8년간 함께 일했던 분들이어서 믿음이 크다.”

ⓒ해피문데이 모바일 앱 갈무리.

-펨테크를 알리고 시장을 일궈온 경영능력 및 기업가 정신을 보여준 공로로 지난 8월 ‘2025 여성기업 유공자 포상’을 받았다. 7월에는 여성경제인협회가 주관한 여성CEO 오찬 포럼에도 초청됐다.

“펨테크는 2016년도에 해외 한 여성 창업가에 의해 만들어진 개념이다. 투자와 기술개발이 활발한 상황에서 페미닌 케어 영역도 기술과 융합돼 새로운 산업군을 열 수 있다는 관점이다. 요즘 한국 사회에서 인구 감소와 고령화가 큰 이슈인데, 그 해결 방안으로 자주 언급되는 것이 바로 여성의 사회경제적 참여다. 여성의 교육 수준이 높아지고 여성들이 경제력을 갖추는 것은 변할 수 있는 흐름인 동시에 임신·출산 나이가 늦어지면서 나타나는 다양한 양상들을 다룰 수 있는 것이 바로 펨테크 분야다. 여성이 당사자성을 가지고 사업을 구상하고 전개하며 비즈니스를 이어 갈 수 있는 부분이라고 본다.

해피문데이도 2017년에 창업해 이제 8년 차에 접어드는 시점이다. 업계에서는 ‘유의미한 성과가 나오기까지 10년 정도는 지나야 한다’는 말이 있는데, 해피문데이가 제품과 서비스 모두를 개발하고 여성 건강이라는 영역에서 중장기적인 관점으로 하나씩, 단계별로 접근해 나가는 점이 높이 평가받았다고 본다. 해피문데이가 유기농 생리대 1세대다. 과거엔 ‘월경’이 ‘케어’의 영역에 속하지 않았다. 시장이 단순히 비싼 생리대와 그렇지 않은 생리대로 양분된 측면이 있었고 지금까지도 경험적 측면에서의 ‘월경 케어’는 시장에 없는 게 사실이다. 반면 해피문데이는 여성들이 몸이나 정서적인 부분에서 더 건강한 삶을 살아가도록 한다는 측면에서 응원해주신 부분이라 생각한다.”

-월경을 바라보는 인식에도 변화가 있는지.

“건강 지표로서 월경을 말한 것은 해피문데이가 첫 브랜드일 것이다. 세계적으로 월경에 대해 이야기한 지 얼마 안 됐다. 일회용 생리대가 발명된 것도 100년이 채 안 된 것으로 알고 있다. 사실상 ‘터부시’된 거다. 10년 전만 해도 생리대 광고는 깨끗함이 주였고, 생리대는 깔끔하게 감추고 처리해야 하는 것에 불과했다. 여성이라면 대부분이 경험하는 것임에도 은밀하고 비밀스러운 것으로 여겨져 왔다. 최근 들어서야 건강이라는 관점에서 월경을 바라보는 시선들이 생긴 것 같다.”

김도진 해피문데이 대표. ⓒ손상민 사진기자

-애플 건강연구에 따르면 한국에서의 탐폰 사용률(30%)이 미국(48%)과 비해 저조하다.

“한국의 탐폰 사용률이 낮은 이유는 단순하다. 익숙하지 않아서다. 더 단순히 말하면 ‘엄마가 안 써서’다. 미국에서는 탐폰을 쓰는 엄마는 두 명 중 한 명이고, 우리 엄마가 아니더라도 옆집 엄마가 쓴다. 또 다른 이유는 신체적 활동의 차이다. 한국보다 미국에서 더 활동적인 운동을 많이 한다. 여성들이 탐폰을 가장 많이 쓰는 이유가 수영이다. 특별히 ‘탐폰을 쓰고 싶어서’라기보다는 수영을 하고 싶은데 방법이 탐폰밖에 없는 거다. 이런 활달한 신체 활동이 더 일반적인 미국 상황에서 당연한 결과다.”

-앞으로의 계획은.

“여성들이 해피문데이를 만난 전후가 확실히 달라지도록 하는 것이 첫 번째 목표다. 장기적으로는 여성이 최대 잠재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현재는 월경에 집중하고 있지만 월경을 넘어서 여성의 인생 파트너로서의 브랜드가 되는 것이 최종 목표다. 10대 때는 초경, 20대에 겪는 새로운 시도들, 30대에는 피임 방법 혹은 임신 준비 등 여성들의 생애 주기 부분 부분을 해피문데이가 함께 촘촘히 채워나가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