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세 고시, 아동 인권 침해”…인권위 첫 경고, 교육부에 제도 정비 권고
국가인권위원회, 조기 사교육 실태조사·정보공개·제도 정비 요구 유치원교사노조 “공교육 강화가 해법”
국가인권위원회가 이른바 ‘7세 고시’로 불리는 조기 사교육 행태가 아동의 인권을 침해할 수 있다는 판단을 내리고, 교육부에 제도 개선을 권고했다. 아동의 놀 권리와 발달권 보장을 위해 조기 사교육 실태조사와 시험 중심 유아교육기관에 대한 규제가 필요하다는 공식 의견이다. 전국국공립유치원교사노조는 이를 환영하며, 구조적 해법으로서 유아 공교육 강화를 제안했다.
지난 8월 14일 인권위가 교육부 장관에게 전달한 의견표명문은 △유아기 사교육 실태조사 및 정보공개 의무화 △시험 중심 유아교육기관 규제 방안 마련 △극단적 선행학습 제한 지침제정 △놀이·탐색 중심 유아교육 강화 등의 조치를 담고 있다. 이는 지난 4월 ‘7세 고시 국민고발단’ 826명이 인권위에 제기한 진정에 따른 조치다.
진정인들은 서울 강남 등 사교육 밀집 지역에서 확산 중인 극단적 조기 교육이 아동의 인권을 침해한다며 공식적인 개입을 요구했다. 인권위는 진정은 각하했지만, 유사한 교육 형태가 전국적으로 확산될 수 있고 사회적으로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판단해 교육부에 직접 의견을 전달했다.
인권위 아동권리위원회(소위원회 위원장: 이숙진 상임위원) 결정문에 따르면, ‘7세 고시’와 같은 사교육 프로그램은 △놀이 시간 부족 △과도한 학습 압박 △부모와 교사에 의한 교육 경쟁 유도 등 아동의 심리·정서적 부담을 초래하며, 아동을 성과 중심 평가 대상으로 전락시키는 문제를 안고 있다. 이는 국가의 교육 책무와 인권 보장 의무에 부합하지 않으며, 헌법과 아동권리협약에도 위배된다는 것이 인권위의 판단이다.
인권위는 사교육 기관의 불법 광고와 허위 정보 제공 문제도 지적했다. 학부모 대상 설명회나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유포되는 ‘7세 고시 대비 로드맵’과 교육기관의 과장 광고는 아동과 보호자에게 왜곡된 교육 선택을 강요하고 있다. 인권위는 교육부가 해당 기관들에 대한 지도·감독과 법령 정비를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권고는 인권위 전원위원회에서 8월 12일 최종 의결됐다. 의결에는 이숙진 위원장을 비롯한 한석훈·원민경·소라미 위원이 참여했다. 원민경 위원은 최근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돼, 아동·청소년 인권 정책과 관련한 전문성과 향후 행보에 관심이 모이고 있다.
유치원 교육 현장의 반응도 뒤따랐다. 전국국공립유치원교사노조는 “인권위의 입장을 적극 환영한다”며, 단순한 규제를 넘어 유아 공교육 강화가 반드시 병행돼야 한다고 밝혔다.
노조는 △학급당 유아 수 감축 △보조인력과 전담교사 확보 △유치원 교육환경 개선 △단계적 유아 의무교육 도입 등의 과제를 제시했다. 윤지혜 위원장은 “아이들이 놀며 자랄 수 있도록 국가가 교육환경을 책임져야 한다”며 “사교육비 부담도 함께 줄일 수 있는 공교육이야말로 해법”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