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관점 빠진 AI는 위험, 여성 참여 AI는 기회”

아샤 삭세나 미국 콜럼비아대 교수 인터뷰 “AI, 기존 데이터 편향성 증폭시켜 여성 참여 없이 공정한 디지털 세계 구축 불가”

2025-08-19     이세아 기자
지난 13일 인천 송도 오크우드호텔에서 만난 아샤 삭세나 미국 컬럼비아대 교수. ⓒWISET 제공

“여성 기업가들은 남성이 발견하지 못하는 문제를 찾아 해결할 수 있고, 그렇게 하고 있습니다. 한국 여성들이 인공지능(AI)이라는 강력한 기술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들을 생각해 보세요.”

아샤 삭세나(Asha Saxena) 미국 컬럼비아대 교수는 AI 대전환의 시기에 여성이 새로운 주역이자 든든한 파트너로 떠올랐다고 말한다. 

그는 교육자이자, 지난 30년간 헬스케어 데이터 분석 회사(ACULYST), 미래기술(Future Technologies) 등 3개 기업을 설립해 매각한 경험을 지닌 기업가다. 또 ’WLDA(World Leaders in Data and AI)’ 네트워크를 창립해 5년째 이끌고 있다. 포천 1000대 기업 등 120여 개 기업 여성 리더들과 남성 연대자들로 구성된 네트워크로, 여성의 AI 역량 향상과 성장 지원을 위해 활동 중이다.

지난 13일 인천 송도에서 개최된 ‘APEC 우먼 in STEM 심포지엄’에 기조강연자로 참석한 그는 “AI는 매우 강력한 기술이나, 기존 데이터의 편향성을 오히려 강화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여성의 참여만으로도 예방할 수 있는 문제들이 많다고도 강조했다.

“아마존이 HR AI 앱을 개발했을 때, AI는 기존 우수 엔지니어 대부분이 남성이라는 데이터를 바탕으로 여성 지원자의 이력서를 거부했어요. 남성들이 잘했으니 여성은 잘하지 못할 거라고 예측한 거죠.

또 한 제약회사에서 여성 분석가가 신약 개발 데이터를 검토했는데, 데이터셋에 여성 정보가 없어 주로 남성 대상 솔루션이 개발되고 있었습니다. 여성 데이터를 포함하자 결과가 완전히 달라졌어요. 개발 영역에 여성이 참여하지 않으면 여성을 위한 솔루션을 놓치게 됩니다.”

그는 “AI가 여전히 과학기술 분야로 인식돼 여성들이 문학이나 예술 분야로 진로를 택하는 경향이 있다”며 “AI가 문학이나 예술 분야에서도 활용될 수 있다는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여성들이 자신의 관심 분야가 회계든 무엇이든 AI를 도구로 활용할 수 있다는 것을 알려야” 한다는 얘기다. 교육과 기회 제공도 중요하다.

삭세나 교수는 “공정한 디지털 세계를 구축하려면 여성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남성 리더들의 참여도 필요하다”고 했다. 자신이 이끄는 AI 리더십 네트워크 WLDA의 명칭을 ‘여성 데이터·AI 리더(Women Leaders in Data and AI)’에서 ‘세계 데이터·AI 리더(World Leaders in Data and AI)’로 변경하기도 했다.

아샤 삭세나 미 컬럼비아대 교수가 지난 13일 인천 송도에서 개최된 ‘APEC 우먼 in STEM 심포지엄’에서 기조강연을 하고 있다. ⓒWISET 제공

정부 차원의 지원 방안으로는 “여성이 소유하거나 주도하는 AI 스타트업을 위한 AI 액셀러레이터 프로그램을 시작해야 한다”고 했다. “남성 차별이 아니다. 조직의 다양성을 높이기 위한 전략”이라고 강조했다.

AI 등 신기술 도입을 두고 현장에선 ‘대기업엔 여성의 자리가 없고, 중소기업엔 여성의 기회가 없다’는 말도 나온다. 여성은 기술 도입 관련 결정권을 지닌 고위직에 오르지 못하거나, 애초에 업무와 관련된 신기술을 접하고 익힐 기회를 얻기조차 어렵다는 지적이다.

삭세나 교수는 “리더가 대부분 남성인 조직에서, 남성들은 자신이 아는 남성 동료들에게 일자리를 주게 된다”며 “WLDA 같은 조직과 협력해 더 큰 여성 리더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고 이를 활용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중소기업은 “마이크로소프트, 오픈AI, 구글 등 기술 기업과 파트너십을 맺어 저비용으로 AI 기술에 접근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