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가 외면한 군산 교제폭력 생존자…특별 사면해야”

군산 교제폭력 정당방위 사건 공동대책위원회 기자회견

2025-08-07     김세원 기자
군산 교제폭력 정당방위 사건 공동대책위원회(공대위)는 지난 6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교제폭력 생존자를 8·15 특별사면 대상자에 포함시킬 것을 촉구했다고 밝혔다. ⓒ군산 교제폭력 정당방위 사건 공동대책위원회

군산 교제폭력 정당방위 사건 공동대책위원회(공대위)는 지난 6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군산 교제폭력 생존자를 8·15 특별사면 대상자에 포함시킬 것을 촉구했다고 밝혔다. 

군산 교제폭력 정당방위 사건은 수년간 남자친구에게 폭행을 당한 40대 여성 A씨가 지난해 5월 군산시 한 주택에서 남자친구가 술에 취해 잠든 틈을 타 옆방 이불에 불을 붙인 사건이다. A씨는 남자친구 B씨를 살해한 혐의(현주건조물방화치사)로 기소돼 1심에서 징역 12년을 선고받았다. 이후 진행된 항소심에서도 재판부는 피해자의 행위를 정당방위로 인정하지 않고 일부 감형에 그친 징역 10년을 선고했다. 

공대위에 따르면 A씨는 2019년부터 약 5년간 감금과 폭행을 동반한 교제폭력에 노출됐으며, 이 기간 동안 총 31차례에 걸쳐 경찰에 신고했으나 실질적인 보호를 받지 못했다. 또한 A씨는 수사 당시 “그 불이 꺼졌으면 제가 죽었다”며 교제폭력 현장에서 벗어나기 위해 불을 저질렀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성폭력예방치료센터와 광주여성의전화, 여성의당, 비호 등으로 구성된 공대위는 국가의 보호가 부재한 상황에서 생존자의 정당방위 행위에 형사처벌을 내린 것은 국가의 책임 전가라고 비판하며, 이재명 대통령을 향해 여성폭력 대응 실패를 인정하고 특별 사면으로 사회 정의 회복에 나설 것을 촉구했다.

A씨의 법률대리인 이한선 변호사는 “생존자는 수년간의 극심한 교제폭력에 호흡 부전으로 사망할 수 있다는 위험 진단까지 받았다”며 “사건 당시 고립돼 구조 요청조차 할 수 없는 상황에서 불을 지른 행위는 생존을 위한 선택으로, 이는 명백히 정당방위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박진숙 여성의당 비상대책위원장은 “반복되는 스토킹과 교제살인은 명백히 국가의 방관과 방치 속에서 벌어진 여성 폭력”이라며 “교제폭력 생존자에 대한 사면은 대통령이 베푸는 은혜가 아닌 국가가 마땅히 져야 할 최소한의 책임”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반성폭력활동가 연대자D도 “사법 시스템이 외면한 상황에서 국가가 이 참사에 책임을 지는 방법은 특별사면뿐”이라고 강조했다. 

권지현 성폭력치료예방센터장은 “피해자 보호는 국가의 의무이며, 이를 방기하면 누군가는 죽거나 죽이게 되는 일이 반복될 수밖에 없다”며 “국가와 수사기관, 피해지원 기관이 각자의 책무를 다하며 함께 보호 체계를 구축하지 않으면, 피해자에게 책임이 전가되는 악순환이 반복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한솔 광주여성의전화 부설 광주여성인권상담소 활동가는 “수사기관과 재판기관은 교제폭력이라는 관계의 특성과 맥락을 여전히 간과하고 있다”며 “여성 폭력의 위험성을 제대로 판별하지 못하는 시스템 속에서 생존을 위한 피해자의 선택이 오히려 죄가 돼버린 부당한 현실을 바로 잡아야 한다”고 말했다.

주인 비호 대표도 “교제폭력 생존자가 왜 방화를 저지를 수밖에 없었는지, 그 맥락을 이해하지 못하는 재판부를 직접 목격했다”며 “지속되는 폭력 속에서 생존을 위해 취한 최후의 수단을 단순히 앙심에 의한 방화치사 범죄로 판단한 것은 부당하다”고 주장했다. 

한편 공대위는 이날 기자회견을 마친 뒤 생존자에 대한 8·15 특별사면 요구안을 대통령실에 제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