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장의 2030 여성, ‘전태일의료센터’ 건립모금 50억 돌파 이끌었다
비용 200억 중 50억 시민 모금 기부하면 병원 벽에 이름 새겨 개인 기부자 1만9천명 넘어 기부자 55%는 ‘2030 여성’
일하는 사람들을 위한 공익병원 ‘전태일의료센터’ 건립기금이 목표액 50억원을 돌파했다. 20모금을 시작한 2023년 8월 이후 22개월 만이다.
전태일의료센터 건립위원회(이하 건립위)는 17일 “십시일반 소중히 모인 기금 덕분에 ‘예방-치료-복귀’라는 전태일의료센터의 설립 목표에 한 걸음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게 됐다”며 감사 인사를 전했다.
앞서 공익형 민간병원인 녹색병원은 2023년 8월 전태일의료센터 건립위원회를 출범하고 건물 신축을 위한 50억원 모금캠페인을 시작했다. 임상혁 녹색병원 원장이 1131만3846원을 기부하며 첫 번째 개인 기부자가 됐다.
우리나라 최초 노동자병원을 목표하는 전태일의료센터에는 산재 예방·치료·재활에 집중하는 노동자 전담 병동과 연구소 등이 세워질 예정이다. 사회연대병원이라는 의미를 담아 200억원이 넘는 건축 비용 중 50억원은 시민과 노동자에게 모금하기로 했다. 녹색병원은 부지 매입과 잔여 비용을 부담할 예정이다.
개인 기부자 중 80%는 여성
2명 중 1명은 ‘2030 여성’
건립위는 연령과 성별 정보가 있는 개인기부자 1만9천여명을 분석한 결과, 전체 기부자의 80%는 여성으로 나타났다. 특히 기부자 2명 중 1명은 2030 여성이었다. 기부자 중 30대 여성이 37%, 20대 여성이 26%를 차지했다. 이어 40대 여성 13%, 50대 여성 8.2%, 50대 남성 5.7%로 나타났다.
이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온라인커뮤니티 등을 통해 자발적인 연대 문화를 실천해온 2030 여성들이 이번에도 핵심 동력이었음을 보여준다. 건립위는 “지난해 말 대통령 탄핵 촉구 시위 물결과 ‘남태령 대첩’(농민들의 트랙터시위) 이후, 트위터(X)를 중심으로 후원 릴레이가 빠르게 확산됐다”며 “2024년 10월에는 한 트위터 게시물이 널리 공유되며 10만원 후원이 집중되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광장에서, 온라인에서 이 변화를 이끈 이들의 힘을 전태일의료센터에서도 느낄 수 있었다”고 했다.
실제로 기부 분석 결과, ‘가장 많은 후원이 있었던 달’은 △2024년 12월 △2024년 10월 △2025년 1월 순이었다. 2024년 12월 22일부터 25일까지 나흘 동안 전태일의료센터건립위원회에는 10억원이 넘는 후원금이 들어온 바 있다. 나흘 동안 목표 모금액의 20%가 넘는 금액이 모였다. 관심이 높아지면 홈페이지 서버가 마비되기도 했다.
전체 기부금 중 22%는 단체들의 기부였다. 이 가운데 35%는 노동조합·노동계 단체의 참여로 이뤄졌다. 건립위는 “그 외에도 직장에서 은퇴한 노동자, 최저임금을 조금 넘게 받는 봉제 노동자, 병원에서 일하는 청소미화노동자, 알뜰장터 바자회 수익금을 보낸 초등학생, 연예인과 웹소설 작가의 팬, 아르바이트를 하는 청년 등이 후원금을 보내주셨다”고 전했다.
시민 모금액은 달성됐지만, 모금은 이어진다. 건립위는 “총 건립비용이 200억원이 넘게 드는 만큼 지속적인 후원이 필요하다”고 했다.
기부와 관련한 자세한 내용은 전태일의료센터 건립위원회 홈페이지(taeilhospital.org)나 전화(02-490-2002)로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