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차별금지법 또 미루기 “민생·경제 더 시급”

취임 30일 기자회견서 유보적 입장 재확인 “일에는 ‘경중·선후’ 있어... 갈등 요소 많은 의제, 사회적 토론 필요...국회가 나서야”

2025-07-03     이세아 기자
이재명 대통령이 3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대통령의 30일, 언론이 묻고 국민에게 답하다'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이재명 대통령이 3일 ‘차별금지법 제정보다 민생과 경제가 더 시급하다’는 입장을 재차 밝혔다.

이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취임 30일 기자회견에서 “대선 경선 후보 시절 차별금지법에 대해 사회적 합의가 더 필요하다고 했는데, 노력하실 의사가 있는가”라는 연합뉴스 기자의 질문에 이같은 취지로 답했다.

“질문을 받지 말 걸 그랬다”는 우스갯소리로 답변을 시작한 이 대통령은 “차별금지법 얘기는 참 예민하다. 이게 중요한 우리 사회 과제 중 하나이긴 한데 일단은 민생과 경제가 더 시급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저는 무겁고 우선적인 급한 일부터 먼저 하자는 입장”이라며 “이런 갈등 요소가 많은 의제(차별금지법)에 대해서는 집중적인 사회적 토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지금 제가 그걸 할지 또는 다른 단위가 할지는 좀 봐야겠는데 이런 건 사실 국회가 하는 게 좋다”며 “우리는 집행 기관이다. 영 안 되면 마지막에 우리가 나서야 될 지 모르겠지만 가능하면 국회가 좀 나서서 이런 논쟁적 의제들에 대한 토론을 미리 해 주면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중간 단계 입법으로 생활동반자법이나 교통약자 이동권 보장법 마련 등에 대해 어떻게 보느냐는 질문에는 “생활동반자법은 저번 대선 때 우리 공약이었던 것 같다”며 “하여튼 이런 인권의 문제도 관심을 가져보도록 하겠다”고만 답했다.

차별금지법제정연대 회원들이 17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인근에서 ‘차별금지법 제정을 바라는 1만인의 목소리 - 이재명 정부, 차별금지법 제정으로 시작합시다’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신다인 기자

이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부터 차별금지법에 대해 유보적 입장을 보여 왔다. 지난 5월18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주관 첫 대선 후보 TV 토론에서 권영국 당시 민주노동당 후보에게 ‘차별금지법 제정에 동의하느냐’는 질문을 받았을 때도 “방향은 맞지만 현안이 복잡하게 얽혀 있어서 이걸로 새롭게 논쟁 갈등이 심화되면 지금 당장 해야 할 일을 하기 어렵다”고 한 바 있다.

차별금지법은 1997년 김대중 전 대통령 시절부터 논의되기 시작해 28년간 사회적 쟁점이 돼 왔다. 2007년 노무현 정부와 2013년 문재인 전 대통령 의원 시절에도 법안이 발의됐다. 2021년 시민 10만 명 이상이 차별금지법 제정 국회 청원에 참여했고 국민의 67.2%가 차별금지법 제정에 동의한다는 설문조사 결과(국가인권위원회, 2022)도 나왔으나 보수 종교계 등의 반발로 본격적인 제정 논의조차 쉽지 않은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