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광역시의회 여성의원 비율 43.5%, 전국 최고… 그 이유는?

전국 평균 두 배…“민주당 국회의원들의 결단” ‘여성전략특구’ 지정, 지역적 특수성...“공천이 곧 당선” 내년 지방선거, ‘남녀 동수’ 지방의회 및 첫 여성 구청장 기대

2025-07-01     서정순 기자
광주광역시의회는 여성의원 비율이 43.5%(23명 중 10명)로, 전국 17개 광역의회 평균(19.8%)의 두 배를 넘는다. 광주시의회 여성의원 10명. 김나윤·김용임·명진·박미정·신수정·이귀순·임미란·정다은·채은지·최지현 의원(가나다순) ⓒ광주시의회 제공, 연합뉴스

광주광역시의회는 여성의원 비율이 43.5%(23명 중 10명)로, 전국 평균(19.8%)보다 두 배 이상 높다. 광주시의회 역사상 34년 만에 첫 여성 의장도 배출했다. 부의장 2석 중 1석, 상임위원장 5석 중 3석도 여성이 맡으면서, 전국 17개 시도의회의 모델로 떠올랐다.

광주도 처음부터 여성의원 비율이 높았던 것은 아니다. 1995년 제1대 의회 당시 지역구 여성 시의원은 23명 중 2명(8.7%)에 불과했고, 이후 2010년까지도 10% 이하에 머물렀다.

2005년 8월 공직선거법에 지역구 여성 후보 30% 이상 공천 규정이 신설됐지만, ‘의무’가 아닌 ‘노력’ 조항이라 실효성이 없었다.

양대 거대 정당은 “여성 후보가 없다”거나 “경쟁력 있는 여성 인재가 없다”는 이유로 여성 후보 발굴이나 육성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았다.

여성단체와 시민사회는 여성의 정치 참여 확대를 지속적으로 요구했다. 특히 광주전남여성단체연합과 광주여성단체협의회 등은 지역구 여성 후보 30% 의무공천의 법제화와 실질적 이행을 강력하게 촉구해왔다.

2014년 ‘여성전략특구’ 4곳 첫 도입...“국회의원들의 결단”

변화의 전환점은 2014년 제6회 전국동시지방선거를 앞둔 시점이었다. 새정치민주연합 광주시당은 전체 19개 광역의회 선거구 중 4곳(21%)을 ‘여성전략특구’로 지정하며 새로운 흐름을 만들었다. 특정 선거구를 지정해 여성들끼리 경쟁하게 함으로써 특히 저조한 광역 여성 지방의원 비율을 끌어올리기 위한 조치였다.

광주전남여성단체연합, 광주여성단체협의회, 광주 ywca, 광주여성민우회 등 광주 지역 여성단체는 20년 이상 여성정치 대표성 확대를 위한 목소리를 내왔다. ⓒ광주여성민우회

2013년 민주당 당헌에 공직선거 후보자 추천시 지역구 여성을 30% 이상 공천해야 한다는 조항이 신설됨에 따라 그에 대한 여성계의 이행 요구도 거세졌다.

전국동시지방선거를 앞둔 2014년 3월 광주여성단체협의회, 광주YWCA 등 광주 지역 여성단체들은 기자회견을 열고 광역의원 후보 30% 이상을 여성으로 공천할 것을 공식적으로 요구했다. 민주당 광주시당은 지역 여론을 전격 수용해 ‘여성전용선거구’를 지정했다.

전진숙 국회의원(광주북구을)은 “이 제도 덕분에 기초의회에서 광역의회로 올라갈 수 있었다”며 “남성 후보들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무엇보다 여성의 정치 참여 확대라는 대의를 수용한 국회의원들의 결단 덕분”이라고 말했다. 이더 “여성전략특구는 광주지역 국회의원 8명의 합의를 거쳐 5개 자치구별로 균형 있게 안배됐다”고 덧붙했다.

그 결과, 제7대 광주시의회 여성의원 수는 비례대표 2명을 포함해 총 6명(27.3%)으로 늘어났다.

2022년 더불어민주당 여성·청년공천 30% 의무화

2018년에는 여성전략특구 4곳에 더해 여성 단수공천 2명이 추가되며 지역구 여성 의원이 6명(30%)으로 늘었다. 광주시의회 제8대 의회는 비례대표를 포함해 여성 의원 비율이 34.8%(8명)에 이르렀다.

광주여성민우회 김효경 대표는 “여성 30% 이상 공천은 광주 지역사회가 오래전부터 합의한 주요 의제였다”며 “여성의 정치 참여 확대는 민주주의 실현의 기본 전제”라고 강조했다.

2022년 대선을 앞두고 더불어민주당에 영입된 박지현 전 공동비상대책위원장은 여성·청년 공천 30% 의무공천 실행을 주도했다. 박 전 위원장은 “여성과 청년에게 기회가 없는 것은 정치판의 구조적 문제”라고 지적하며, 이 문제를 근본적으로 바꾸겠다는 의지를 표명했다.

더불어민주당은 기초·광역의원 후보의 경우 여성과 청년을 30% 이상 공천하는 방침을 의결했다. 여성·청년 공천 달성 여부는 각 지역위원장 평가 기준에 포함되게 함으로써 실질적 이행을 유도했다. 이 같은 방침은 일정한 성과가 있었으나, 광역의회 여성 공천 확대에는 별다른 영향을 끼치지 못했다.

더불어민주당 광주시당은 기존 여성전략특구 4곳에 청년전략특구 4곳을 추가함으로써 전국적인 주목을 받았다. 이 같은 조치로 광주시의회는 20~40대 정치인이 11명이나 포진하며, 세대 다양성도 갖췄다.

광주지역 정당 구조의 특수성도 작용했다. 광주는 민주당이 23석 중 21석을 차지하는 강세 지역으로, 정당의 공천이 곧 당선으로 이어지는 구조다.

2022년 제8회 지방선거 더불어민주당 및 국민의힘 여성 당선자 수 현황 ⓒ더불어민주당

광주 5개 자치구 모두 여성친화도시...기초의회 평균 여성의원 비율도 43.5%

광주는 민주화운동의 역사적 가치를 계승하며 인권도시 실현을 표방해 왔다. 2023년을 기점으로 광주시 5개 자치구 모두가 여성친화도시로 지정됐다. 전국 최초이자 유일한 사례다. 성평등 정치의 성과가 지역 정책과 도시 행정으로도 확산되는 선순환 구조가 형성되고 있다.

광주의 여성 정치 대표성 확대는 광역의회뿐 아니라 기초의회에서도 두드러진다. 2022년 기준, 동구(57.1%), 북구(45.0%), 광산구(44.4%), 서구(41.6%), 남구(36.4%) 5개 자치구의회 평균 여성의원 비율이 43.5%로 전국 평균(33.4%)보다 월등히 높다.

자치구의회 여성 의장도 두 명 활동 중이다. 동구의회 문선화 의장, 남구의회 남호현 의장이 각각 후반기 의장으로 선출됐다.

광주광역시의회 신수정 의장은 “여성의원이 늘면서 성인지 감수성이 반영된 조례가 확대됐고, 지역 주민들로부터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고 말했다. 성평등 정치는 정책의 변화뿐 아니라 민주주의 실현의 토대가 되고 있다.

전략특구 한계와 문제점...“특구 지정 시기 앞당겨야”

여성전략특구의 한계 및 문제점에 대한 지적도 나온다. 22년 김란희 광주전남여성단체연합 대표는 “여성전략특구기존 여성 시의원이 있는 지역구 3개가 여성전략특구 4개에 포함된 것은 유감”이라며 “다른 남성 지역구를 여성특구로 지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새로운 여성 정치인을 발굴하기 위한 여성전략특구가 기존 여성 의원들의 기득권을 인정해주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여성전략특구에서 같은 사람이 두 번이나 수혜를 입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주장이다.

“역차별이다”, “다른 지역은 30%인데 왜 광주만 40%냐?” 등의 남성 후보들의 반대 여론도 만만치 않다.

전진숙 의원은 “전략특구 전략은 성별·연령별 균형을 위해 불가피하다”면서도 “오랫동안 해당 지역구에서 선거를 준비해온 후보들의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도록 전략특구 지정 시기를 앞당길 필요가 있다”고 꼬집었다. 그래야만 여성 및 연령 조건에 맞지 않는 후보들이 출마를 포기하든, 지역구를 옮기거나 빠른 선택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한편, 지난 지방선거에서 국민의힘(당시 대표 이준석)은 공직선거법 의무규정은 지키되 여성, 청년, 장애인 할당은 모두 폐지했다. 가산점 제도는 유지했다고 하나 국민의힘 광역의회 여성 공천 비율은 10%를 넘는 수준에 그쳤다.

내년 지방선거, ‘남녀 동수’ 지방의회가 실현될까?...첫 여성 구청장도 기대

내년 전국동시지방선거를 앞두고 광주에서 여성 정치인의 약진 가능성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무엇보다 전국 최초로 ‘남녀 동수’ 지방의회가 실현될지, 광주 역사상 첫 여성 구청장이 탄생할지도 관전 포인트다.

더불어민주당은 당헌에 “자치단체장 여성 후보 공천 비율을 30% 이상으로 노력한다”는 규정을 명시하고 있다. 그러나 실제 공천에서는 여성 후보가 소외되는 사례가 반복돼 왔다. 여성 신인 후보에게 득표율의 25%를 가산점으로 부여하는 제도 역시 실효성이 적다는 지적이다.

이런 가운데, 광주에서는 민주당 소속 현직 여성 시의원들을 중심으로 구청장 도전 움직임이 본격화되고 있다. 신수정 광주시의회 의장은 북구청장 출마가 유력하며, 박미정·이귀순·명진 시의원 및 황경아 전 남구의회 의장도 구청장 후보로 오르내리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양부남 광주시당 위원장(광주서구을)은 “유능하고 참신한 여성 인재들이 정치의 주역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제도적 뒷받침과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양부남 광주시당 위원장(광주서구을)은 “광주시당은 여성 정치인의 지속적인 육성과 역량 강화를 위해 다각적으로 노력해왔다”며 “앞으로도 유능하고 참신한 여성 인재들이 정치의 주역으로 성장해 지역 발전과 당의 혁신을 이끄는 중심축이 될 수 있도록 제도적 뒷받침과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