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노동자 출신 첫 고용노동부 장관 후보, 김영훈은 누구?
민주노총 위원장 출신 첫 고용노동부 장관 지명 30년 현장 경험 기반한 포용적 노동정책 주목
김영훈(57) 전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위원장이 23일 이재명 정부의 첫 고용노동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됐다. 강훈식 대통령실 비서실장은 “산업재해 축소, 노란봉투법 개정, 주 4.5일제 등 일하는 사람의 권리를 강화하는 역할을 해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정부 요직 인사가 주로 관료·학계·정치권 출신이었던 것과 달리, 현장 노동자가 노동부 장관 후보로 지명된 것은 헌정 사상 처음이다. 그간 한국노총 출신 인사가 장관직을 맡아온 흐름과도 대비된다. 김 후보자는 유력 후보군이 아니었기에 노동계, 정치권, 재계 모두에서 파격 인사로 평가된다.
노동 운동가에서 장관 후보로
1968년 부산 출생인 김 후보자는 마산중앙고, 동아대, 성공회대 NGO대학원(정치·정책학 석사) 출신이다. 1987년 광주항쟁 관련 비디오를 보고 망월동을 찾은 경험이 계기가 되어 학생운동을 했다. 1992년 철도청에 기관사로 입사해, 어용노조 현실을 바꾸고 철도의 상징성에 주목하며 본격적으로 노동운동을 시작했다.
2000년 철도노조 부산지부장을 거쳐 2004년 전국철도노조 위원장을 지냈다. 2006년 철도노조 총파업을 주도하다 구속됐다. 2010년 민주노총 역대 최연소의 나이(42세)로 위원장에 올랐다. 민주노총 위원장 시절 노동기본권 보장, 사회적 대화, 비정규직 보호 등 주요 현안에 앞장섰다. 노동 조건 개선을 요구하며 20일 넘게 단식을 하기도 했다.
이재명 대통령과의 인연은 2014년 성남시장 재임 시절, 경제·통일·노동·여성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을 모아 만든 공부모임인 ‘해와 달’에서 시작됐다. 김 후보자는 이 모임에서 노동 분야를 담당하며, 노동 현장의 목소리가 정책에 반영될 수 있는 통로 역할을 했다. 2017년 ‘해와 달’의 공부 내용이 담긴 『이재명의 굽은 팔』 출판간담회에도 참석했다.
정계 입문과 정치 행보
2017년 정의당에 입당, 노동본부장을 맡으며 정계에 발을 들였다. 같은 해 심상정 대선 후보 선대위에서 공동선대위원장을 맡았다. 2020년 총선에서 정의당 비례대표 후보로 출마했으나 낙선했다. 2021년 대선에서는 민주당 이재명 후보의 선거 외곽조직인 ‘공정사회 구현을 위한 노동광장’에 공동대표로 참여했다. 이후 이재명 대선 후보 선대위에서 노동위원회 공동위원장을 맡았다.
2024년 제22대 총선에서 더불어민주연합 비례대표에 출마, 중앙선대위 노동본부장으로 활동했지만 고배를 마셨다. 이후 철도 기관사로 복귀해 새마을호 열차를 운행해왔다. 민주당 입당 후 민주노총과는 일정한 거리를 두게 됐다는 평가도 있다.
노동정책 방향과 추진과제
김 후보자는 24일 오후 서울지방고용노동청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로 첫 출근길에 기자들과의 질의응답을 가졌다. “노란봉투법, 주 4.5일제, 정년 연장은 반드시 가야 할 길”이라며, 비임금 노동자 보호와 분절화된 노동시장 통합을 최우선 과제로 제시했다.
“명분만으로 밀어붙이지 않고, 어려운 점부터 살피겠다”며 사회적 합의와 노사정 대화를 강조했다. 행정 경험 부족 지적에 대해서는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지적”이라며 “부족한 부분은 고용노동부 간부들과 머리를 맞대고 배우겠다”고 말했다. 이어 “서 있는 자리가 달라지면 풍경도 달라진다”며 “민주노총 출신이라는 점은 항상 기억하되, 이제는 모든 시민을 위한 노동행정을 펼치겠다”고 밝혔다.
이날 기자회견 도중 한 노동자가 끼어들어 고용보험 미가입 문제를 호소하면서 현재 고용노동법만이라도 잘 지켜지게 해달라고 호소했다. 김 후보자는 “기자회견 후 찾아뵙겠다, 고생이 많다. 잘 살펴보겠다”고 답했다. 이후 그는 약속대로 현장을 찾아 노동자들의 요구를 경청했다. 이는 그의 현장 소통 중심 행정 철학을 보여주는 상징적 장면으로 해석된다.
젠더 관점 노동정책, 실현 가능성은?
이재명 정부의 노동정책 공약에는 △5인 미만 사업장 근로기준법 확대 적용 △동일노동 동일임금 △육아휴직 확대 △고용평등 임금공시제 등 여성·소수자 노동자 권익 강화가 포함돼 있다. 김 후보자가 공식적으로 성평등, 여성 노동자 권익에 대해 별도의 정책적 입장을 밝힌 바는 없다. 여성 노동단체의 공식 논평은 아직 없지만, 김 후보자가 여성과 관련된 노동정책을 어떻게 다룰지 관심이 쏠린다. 장관으로 임명될 경우, 고용노동부와 여성가족부 간 협업을 통해 성평등 정책이 구체화될 가능성도 기대를 모은다.
한편 김 후보자는 민주노총 위원장 재임 초반, 전임 집행부 시절 발생한 간부 성폭력 사건 해결을 최우선 과제로 삼았다. 사건 초기에 조직 차원의 은폐·축소 시도가 있었으나, 피해자 측 문제 제기와 언론 보도 이후 민주노총은 대국민 사과와 함께 공식 대응에 나섰다. 김 후보자 집행부는 2010년 임시대의원대회에서 성폭력 사건 평가보고서를 만장일치로 채택하고, 성평등 조직문화 정착과 성폭력 사건 처리 매뉴얼 제정, 여성위원회 강화 등 제도 개선을 추진한 바 있다.
■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 후보자
▲ 1968년 부산 출생 ▲ 마산중앙고·동아대 축산학과 졸업 ▲ 성공회대 NGO대학원 정치정책학 석사 ▲ 1992년 철도청 기관사 입사 ▲ 철도노조 부산지부장 ▲ 전국철도노조 위원장 ▲ 민주노총 위원장(2010~2012) ▲ 전국운수산업노조 초대위원장 ▲ 정의당·더불어민주연합 비례대표 국회의원 후보 출마 ▲ 민주당 선대위 노동본부장 ▲ 부산지방노동위원회 공익위원 ▲ 한국철도공사 기관사로 재직 중 장관 후보자 지명, 이후 명예퇴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