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0 여성, 내 삶 바꿀 의제에 표 던져…“성평등은 민주주의 회복의 출발점”

2030 여성의 표심이 던지는 메시지는? 여성신문, 성평등 전문가 위원회 제21대 대통령선거 투표 결과 분석

2025-06-26     김세원 기자
2025대선 2030성별 출구조사 결과. ⓒ심숙연 디자이너
2022대선 2030성별 출구조사 결과. ⓒ심숙연 디자이너

이재명 대통령이 제21대 대통령 선거에서 역대 최다 득표로 당선됐다. 특히 20대, 30대 여성이 각각 58.1%, 57.3%의 지지율을 보이며 이 대통령의 승리를 견인했다. 

<여성신문>이 대선 전 2030 여성 유권자를 대선으로 진행한 웹조사와 방송3사 출구조사 등을 종합해 분석한 결과, 다수의 2030 여성은 이번 선거에서 정당이나 이념에 좌지우지되기 보다 자신의 삶과 밀접한 의제를 들고나온 후보자에게 투표한 것으로 드러났다. 

앞서 <여성신문>이 대선 전 2030 여성 유권자들의 성평등 인식과 정치참여도를 살펴보기 위해 여론조사기관 ㈜티브릿지코퍼레이션에 의뢰해 진행한 웹조사 결과에 따르면, 2030 여성 10명 중 6명(59.8%)이 페미니즘을 지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여성들의 46.8%는 ‘젠더(성)평등 지지하나 표현이 부담스럽다’고 응답했다. 성평등이라는 가치는 지지하지만 페미니스트라는 정체성을 공개적으로 표방하는 것을 두려워하는 이른바 ‘스텔스 페미니즘 현상’이 심화된 것이다.

우선적으로 다뤄져야 한다고 생각한 여성정책은 △디지털 성범죄 방지 △임금평등과 고용기회 △성희롱 및 성폭력 방지 순이었다. 아울러 2030 여성들은 투표 시 ‘소속 정당 혹은 이념적 성향’(37.1%)보다 ‘후보자의 정책 공약과 비전’(65.8%)에 더 큰 영향을 받는다고 응답했다. 다시 말해, 단순히 정당에 투표하기보다 디지털 성범죄와 임금격차 해소 등 현실적인 문제 해결을 중요하게 여기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웹조사 결과는 이번 대선 출구조사 결과에서도 확인됐다. 방송 3사가 실시한 대선 출구조사에 따르면 21대 대선에서 20대 여성의 58.1%, 30대 여성의 57.3%가 이재명 후보에게 지지를 보낸 것으로 나타났다. 20대 대선 당시 20대 여성과 30대 여성의 민주당 이재명 후보 지지율은 각각 58.0%, 49.7%였다. 

주목할 만한 부분은 20대 여성의 권영국 민주노동당 대표 지지율이다. 출구조사 결과에 따르면 20대 여성의 권영국 후보 지지율은 5.9%로 나타났다. 이는 권 후보의 전국 득표율(0.98%)보다 무려 6배 높은 수준이다. 30대 여성의 지지율은 2.1%였다. 

21대 대선 후보들. ⓒ손상민 사진기자

20대 여성 5.9%, 성평등 공약 내건 권영국에 투표

권영국 후보는 이번 대선에서 가장 적극적으로 성평등 의제에 목소리 낸 후보였다. 스스로를 페미니스트라고 정의한 권 후보는 이번 대선에서 △여성가족부를 부총리급 성평등부로 강화 △비동의 강간죄 도입 △낙태죄 대체 입법 추진 △임금격차 해소 △여성 후보 공천 비율 의무화 등의 공약을 내세웠다. 비록 다수의 2030 여성이 내란청산이라는 대의를 위해 전략적으로 이재명 후보를 지지했지만, 동시에 적지 않은 숫자의 여성이 사표가 될 수 있다는 우려에도 자신들의 삶과 직접적으로 연결되는 공약을 내건 권 후보에게 지지를 보낸 것이다. 

박수진 법무법인 혜석 대표변호사도 ‘여성신문 성평등 전문가 위원회 제21대 대통령선거 평가 좌담회’에서 “여성 다수가 전략적 선택으로 이재명 후보를 지지했지만, 동시에 많은 20대 여성이 사표가 되더라도 자신과 삶이 맞닿은 공약에 표를 던졌다”며 “비동의강간죄나 차별금지법 등 자신이 원하는 의제에 표를 던져서 자신의 존재를 드러낸 것”이라고 분석했다. 

하지만 여기에는 또 다른 문제도 숨겨져 있다. 비록 20대 여성의 권영국 후보 지지율이 5.9%를 기록했지만 이는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 지지율보다 여전히 낮은 수준이다. 20대 여성과 30대 여성의 이준석 후보 지지율은 각각 10.3%, 9.3%로 나타났다. 일각에서 청년 남성의 극우화 뿐만 아니라 청년 여성의 우경화도 경계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되는 이유다. 

또한 20대 여성과 30대 여성의 김문수·이준석 후보 지지율을 합치면 각각 35.6%, 40.5%로 추산됐다. 20대 대선 당시 20대 여성과 30대 여성의 윤석열 후보 지지율은 각각 33.8%, 43.8%였다. 20대 여성의 범보수 지지율이 1.8%포인트 밖에 차이를 보이지 않은 것이다.

아울러 30대 여성의 이재명 후보에 대한 지지율은 7.6%포인트 상승했지만, 20대 여성의 지지율은 지난 대선 때와 비슷한 수준(0.1%포인트 상승)을 나타났다. 

결국 새 정부는 성평등과 민주주의 가치 회복, 남녀 인식 격차 등을 비롯한 큰 과제를 짊어지게 됐다. 홍춘희 전 경기도일자리재단 경영기획실장은 대선 평가 좌담회에서 “전례 없는 과제가 새 정부에 주어졌다”며 “성평등은 단일 의제가 아니라 민주주의 회복의 출발점”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