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생 ‘교제살인’ 유족, 사체훼손 혐의로 가해자 추가 고소
유족 측 살해 당시 상황 직접 재연 가해자 2심서 징역 30년 선고
지난해 서울 강남역 인근에서 연인을 살해한 최모(26)씨에 대해, 피해자의 유족이 사체손괴 혐의로 추가 고소장을 제출하며 철저한 재수사를 촉구하고 나섰다.
피해자의 아버지 A씨는 20일 오전 서울 서초경찰서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제 딸은 잔혹하게 살해된 뒤에도 살인마에 의해 눈과 목뒤 등 사체가 유린당했다”며 “이 같은 잔혹한 피해를 입었음에도 검찰은 살인죄만 적용해 기소했을 뿐, 사체손괴 혐의는 기소조차 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어 “딸이 이미 숨진 뒤에도 최씨는 목과 눈, 이마 등을 무자비하게 공격했다. 살해 행위와 관계없이 자신의 비정상적인 감정을 표출하기 위한 2차적 공격이었다”며 “명백한 사체훼손 행위에 대해 반드시 처벌받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A씨는 기자회견에서 자신의 목과 얼굴에 사인펜으로 딸의 상처 위치를 표시하며 사건 당시 상황을 재연하기도 했다. 그는 “이러한 행위와 살인을 계획하고 준비한 기간을 고려하면 ‘보통동기살인’이라는 판단은 허술하고 잘못됐다. 실제로는 ‘비난 동기 살인’에 해당한다”고 강조하며 공소장 변경이 이뤄지지 않은 점도 강하게 비판했다.
최씨는 초기 수사 단계에서 사체훼손 사실을 자백했으나, 변호인 선임 이후 진술을 번복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족 측 법률대리인 정병환 변호사는 “담당 검사에게 사체손괴 혐의 적용을 요청했지만 기소 의지를 보이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서울의 한 명문대 의대생이자 수능 만점자로 알려진 최씨는 지난해 5월 서울 강남역 인근 건물 옥상에서 당시 여자친구였던 피해자의 경동맥을 흉기로 여러 차례 찔러 살해했다. 이후 옷을 갈아입고 돌아와, 이미 숨이 멎은 피해자의 목과 얼굴 등을 다시 공격한 것으로 알려졌다. 피해자의 몸에서는 총 28곳의 흉기 상흔이 발견됐다.
최씨는 피해자와 중학교 동창으로 지난해 2월부터 교제를 시작했다. 하지만 교제 2개월여 만에 피해자 부모 몰래 혼인신고를 강행했고, 미국 유학을 앞둔 피해자의 부모가 혼인무효소송을 진행하겠다며 이별을 요구하자 격분해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조사됐다.
1심 재판부는 최씨에게 징역 26년을 선고했으며, 지난 13일 2심 재판부는 이를 징역 30년으로 가중했다. 하지만 유족은 “잔혹한 사체 훼손 행위까지 포함하면 이보다 훨씬 무거운 처벌이 이뤄졌어야 한다”며 항소심 판결에 분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