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복귀’ 옥자연·이윤지의 선택...성별 뒤바꾼 ‘디 이펙트’의 실험

영국 작가 루시 프레블 희곡 원작 세계 최초 젠더 벤딩 캐스팅 도입 8월31일까지 대학로 NOL서경스퀘어 스콘2관

2025-06-20     김나연 기자
연극 ‘디 이펙트’ 무대 사진. ⓒ레드앤블루

연극 ‘디 이펙트(THE EFFECT)’가 세계 최초 젠더 벤딩 캐스팅을 통해 인간 감정의 진위를 파고든다. 사랑이 진짜인지, 약물의 효과인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벌어지는 인간 관계의 복잡함을 조명한다.

민새롬 연출 등 제작진은 19일 서울 종로구 대학로 NOL 서경스퀘어 스콘 2관에서 프레스콜을 열고 작품을 소개했다. 이번 공연엔 로나 제임스 역에 김영민·이상희·이윤지, 토비 실리 역 양소민·박훈·민진웅, 코니 홀 역 박정복·옥자연·김주연, 트리스탄 프레이 역 오승훈·류경수·이설 배우가 캐스팅됐다.

연극 ‘디 이펙트’ 무대 사진. ⓒ레드앤블루

원작은 영국 작가 루시 프레블의 희곡으로, 2012년 영국국립극장 초연 이후 전 세계에서 호평받았다. 항우울제 임상 실험에 참여한 두 청년 ‘코니’와 ‘트리스탄’, 그리고 이들을 관찰하고 실험하는 두 박사 ‘로나 제임스’와 ‘토비 실리’의 관계를 따라간다. 감정이 사랑인지 약물의 효과인지 알 수 없는 상태에서 인물들이 겪는 혼란과 선택의 과정을 통해, 인간 감정의 본질을 섬세하게 탐구한다.

한국 초연에서는 원작자의 허락을 받아 젠더 벤딩(Gender-bending) 캐스팅을 세계 최초로 도입했다. 젠더 벤딩은 배우가 자신과 다른 성별의 캐릭터를 연기하거나, 배우의 성별에 맞춰 캐릭터의 성별을 바꾸는 방식이다. 이번 작품에서는 주요 인물 4명을 남녀 배우가 교차해 연기한다.

민새롬 연출은 “소위 감정 인지가 취약한 코니 같은 캐릭터는 관습적으로 여성으로 설정돼 왔지만, 성 역할이 달라져도 섬세하고 예민할 수 있다”며 “자유 의지가 강한 캐릭터는 남성이라는 설정을 뒤바꾸는 작업도 영국 프로덕션 측에 의미 있는 시도로 받아들여진 것 같다”고 밝혔다.

연극 ‘디 이펙트’ 무대 사진. ⓒ레드앤블루

2023년 연극 ‘이런 밤, 들 가운데서’ 이후 오랜만에 연극 무대에 오른 옥자연은 “네 명의 인물이 나오는데, 모두에게 공감할 수 있는 여지가 있다. 인물 한 명 한 명을 만나는 재미가 있는 작품”이라고 소개했다.

연극 ‘언더스터디’ 이후 3년 만에 무대로 돌아온 이윤지는 “무대에 더 자주 서고 싶지만 육아를 병행하느라 늘 신중하게 작품을 고르는데, 매번 최고의 작품을 만나고 있다”며 “두 달 넘게 배우들과 밀도 있게 보낸 연습 시간 덕에 적어도 앞으로 3년을 살아갈 에너지를 채운 느낌”이라고 소회를 전했다.

8년 만에 대학로 무대에 복귀한 김영민은 “연극은 마음의 고향”이라며 “젠더 벤딩에 대해 많이 고민했지만, 단순히 성전환으로 인한 대사의 바뀜뿐만 아니라 각자 고민한 것들이 잘 녹아내린 것 같아 만족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정복은 “젠더프리와 젠더벤딩의 개념이 다르다는 고민에서 시작해, 성별과 인물의 본질에 대해 배우들과 함께 많은 토론을 거쳤다”고 했다.

연극 ‘디 이펙트’ 무대 사진. ⓒ레드앤블루

첫 연극 무대에 도전하는 이상희는 “강승호 배우에게 ‘연극을 해보고 싶다’고 했다가 민새롬 연출님을 소개받고 내 장단점을 이야기하다 캐스팅됐다”고 했다. 트리스탄 역 오승훈은 “무대에서 흔들리지 않기 위해 감정에 빠지지 않으려 노력했다”고 말했고, 코니 역 김주연은 “인물은 나와 다르지만, 그가 겪는 감정에 깊이 공감했다. 관객도 이 무대에서 치유받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민 연출과 배우들은 입을 모아 “우리 작품의 따뜻함이 관객들에게 잘 전달됐으면 좋겠다”며 적극적인 관람과 해석을 당부했다. 지난 10일 개막한 연극 ‘디 이펙트’는 8월31일까지 NOL 서경스퀘어 스콘 2관 무대에 오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