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원내지도부 인선…성별 균형 미흡

당헌 ‘여성 30%’ 기준 충족 못해…성평등 과제 여전 여성 비율 16%에 그쳐...핵심 직책은 남성 중심 부대표단 여성 비율 18.7%...당헌 30% 의무 규정 위반

2025-06-19     서정순 기자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신임 원내대표가 15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원내대표단 인선을 발표하고 있다. 왼쪽부터 문금주 대변인, 김현정 대변인, 허영 정책수석, 문진석 운영수석, 김병기 원내대표, 박상혁 소통수석, 이기헌 비서실장, 김남근 민생부대표, 백승아 대변인. 원대 지도부 핵심 보직 9명 중 여성은 백승아 대변인이 유일하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신임 원내대표가 지난 15일 발표한 원내지도부 인선에서 성별 균형이 또다시 무너졌다. 핵심 보직 대부분을 남성이 차지하며, 당헌이 규정한 ‘여성 30% 이상’ 원칙은 지켜지지 않았다.

원내대표단 25명 중 여성은 4명(16%), 원내부대표단 16명 중 여성은 3명(18.7%)에 그쳤다. 원내지도부는 입법·정책·조직·협상 등 국회 활동 전반을 책임지는 당내 핵심 집단으로, 성별 대표성 문제는 그 의미가 적지 않다.

핵심 보직 9명 중 여성은 백승아 의원뿐

앞서 발표된 이재명 정부의 대통령실 및 국정기획위원회 인선에서도 여성 수가 적다는 지적이 제기된 바 있다. 연이은 인선에서 반복되는 성별 불균형은 민주당의 성평등 공약 기조에 우려를 낳고 있다.

소통수석에는 박상혁 의원(재선), 지원실장에는 윤종군 의원(초선)을 선임했다. 원내대변인은 초선인 김현정·문금주·백승아 의원, 원내대표 비서실장은 이기헌 의원이 맡게됐다.

원내부대표단은 총 16명으로 구성됐으며, 김기표 · 김문수 · 김영환 · 김준혁 · 권향엽 · 문대림 · 박용갑 · 박홍배 · 오세희 · 이건태 · 이성윤 · 이훈기 · 전진숙 · 조인철 · 채현일 의원이 포함됐다. 이 중 여성 의원은 단 3명(권향엽, 오세희, 전진숙 의원)으로 18.7%에 불과하다.

원내부대표단 여성 비율 18.7%...권향엽 · 오세희 · 전진숙 의원

민주당 당헌 제8조에는 “중앙당 및 시·도당의 주요 당직과 각급 위원회 구성, 공직선거 지역구 후보자 추천에 있어서 여성을 30% 이상 포함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또한 당헌 제5장 ④항은 “원내부대표 지명 시 여성을 100분의 30 이상 포함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2020.8.28 개정).

하지만 이번 원내대표단 인선에서 이 규정은 지켜지지 않았다. 여성의 비율은 30%는 커녕 20%에도 미치지 못했다. 당헌과 현실의 간극이 다시 한번 확인된 셈이다.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당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를 비롯한 신임 원내대표단이 1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대통령실 강훈식 비서실장과 우상호 정무수석을 접견하고 있다. 여성은 한 명도 보이지 않는다. ⓒ연합뉴스 

민주당 당규에는 선출직 최고위원 중 최소 1명은 반드시 여성이 포함되도록 하는 ‘여성 최고위원 할당제’가 명문화되어 있다. 이는 당내 여성 정치인의 대표성을 제고하고 성평등 실현을 위한 제도적 장치로 작동하고 있다. 그러나 원내대표단의 핵심 직책인 원내대표, 수석부대표, 실장 등에는 성비에 대한 명확한 규정이 없다.

당헌 성평등 의무 규정 미준수

이와 관련해 당내에서는 현실적 어려움을 호소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여성 의원의 숫자 자체가 적고, 개별 의원 간의 이해관계가 얽혀 있어 성비를 맞추는 데 어려움이 있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이는 헌법에 준하는 당헌을 지키지 않아도 되는 이유가 될 수는 없다.

한국여성정치연구소 김은주 소장은 “여성의 대표성이 결여된 정치 구조는 국민 절반의 목소리를 누락시키는 결과로 이어진다”며 “당헌에서 규정한 최소 30% 기준을 준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원내대표 선거에서 4선의 중진인 서영교 의원이 탈락했다. 차기 당대표 경선 후보군에도 여성이 없어, 당내 여성 리더십이 실질적으로 성장할 기회를 확보하지 못했다는 아쉬움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