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의 ‘기본사회’ 구상…여성의 삶 달라질까

국정기획위원회 출범, 사회1분과에 강선우 의원 등 참여 여성 비정규직 규모 남성의 1.5배 OECD 성별임금격차 부동의 1위 “여성 정책, 선언에만 그쳐서는 안 될 것”

2025-06-19     신미정 기자
이재명 대통령이 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21대 대통령 취임선서식에서 취임 연설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공동취재사진)

이재명 정부 5년 임기의 밑그림을 그릴 국정기획위원회가 출범하면서, 이재명 대통령이 제시한 ‘기본사회’가 어떻게 실현될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보건복지·여성 등의 분야를 다루는 사회1분과에는 참여연대·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등에서 활동한 이찬진 변호사를 중심으로, 간호사 출신 최연숙 전 국민의힘 의원, 노동·복지 분야에 전문성을 갖춘 민주당 강선우·김남희·이용우 의원 등이 합류했다. 은민수(서강대)·이철희(서울대)·장종익(한신대) 교수, 홍승권 록향의료재단 이사장도 함께한다. 이들이 구체화 할 기본사회는 여성의 삶을 어떻게 바꿀 것인가.

이재명 대통령은 대선 하루 전인 지난 2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2014년 송파 세 모녀 사건’과 함께, “2022년 투병하던 60대 어머니와 두 딸, 2023년엔 40대 여성이, 최근 익산 모녀가 또다시 삶을 등졌다”며 “우리 사회가 이들을 보호하지 못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 대통령은 “국민의 기본적인 삶을 국가 공동체가 책임지는 기본사회를 실현하겠다”고 했다. 그에 의하면 기본사회란 “빈곤과 가난 때문에 생명을 포기하지 않는 나라”이며 “사회적 약자와 취약계층이 생활고로 삶을 포기하지 않도록, 누구나 최소한의 생활을 보장받는 사회”다.

취약한 한국 여성의 삶…비정규직·돌봄·저임금

이 대통령이 언급한 사례는 모두 생활고에 시달리다 생을 마감한 여성들이다. 실제로 한국 여성의 빈곤율은 남성보다 심각하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이 올해 2월 발표한 ‘베이징행동강령 채택 30주년 이행평가 연구’에 따르면 한국 여성의 시장소득 기반 빈곤율은 2016년부터 2021년까지 매년 22.7%, 22.9%, 23.1%, 23.4%, 23.3%, 22.9%를 기록했다. 반면 남성은 같은 기간 18.7%, 18.7%, 18.8%, 19.3%, 19.6%, 19.1%였다. 가처분소득 기반 빈곤율 수치도 여성이 6년 내내 남성보다 높다.

일반적으로 여성은 남성보다 더 낮은 임금을 받으며, 돌봄을 책임지고, 비정규직 일자리 비중이 높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의 ‘2023 여성의 노동 및 임금 현황’ 연구에서 여성의 비정규직 규모는 2023년 기준 4565천명으로, 여성임금근로자의 45.5%를 차지했으며, 이는 남성의 1.5배에 달하는 규모다. 연령별 현황에서도 여성은 40~44세에 1만7471원으로 가장 높은 시간당 임금을 보이는 반면, 남성은 50~54에서 2만4457원의 가장 높은 임금수준을 보였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성별임금격차는 2023년 기준 29.3%로, 1996년 가입 이래 부동의 1위를 유지 중이다.

좋은 직장에 들어간 여성이라 해도 육아로 인한 경력단절 현상은 여전하다. 2023년 노벨 경제학상을 받은 하버드대 클라우디아 골딘 교수는 “남성이 가사노동을 더 많이 하는 곳에서 출생률이 높고 그렇지 않은 곳에서는 더 낮다”며 대표 사례로 한국을 언급했다.

한국여성노동자회, 전국여성노동조합 등 여성단체들이 5일 오전 광화문 세종문화회관 계단 앞에서 “성평등 노동 없는 ‘진짜 대한민국’은 없다”며 기자회견을 열고 새 정부에 성평등 노동정책 수립을 강력 요구했다.  ⓒ전국여성노동조합

여성노동연대회의, 이재명 정부에 5대 정책 요구

한국노동조합총연맹,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전국여성노동조합, 한국여성노동자회, 한국여성단체연합, 한국여성민우회 6개 단위로 구성된 여성노동연대회의는 지난 11일 용산 대통령 집무실 앞에서 ‘이재명 대통령에게 촉구하는 5대 정책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여성과 성평등정책을 지웠던 실패한 정부의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서, 새 정부는 성평등 구색 맞추기가 아닌 진정한 변화를 이끌어내야 한다”고 강조하며 △성평등정책 콘트롤타워 정상화 △고용평등임금공시제 즉각 이행 △돌봄 국가책임제 △폭력으로부터 안전하게 일할 권리 보장 △차별금지법 제정을 요구했다.

이 대통령은 후보시절 ‘구조적 성차별’을 인정했다. 그는 “유리천장, 임금의 엄청난 격차, 여성으로서 신체적 특성상 약자라는 것 때문에 당하는 억울함이 많이 발생한다”면서 “사회구성원으로 동등하게 살아갈 수 있는 보호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21대 대통령선거 더불어민주당 공약집’을 통해 △국민 기초생활보장 부양의무자 기준 완전 폐지 △기초생활보장 생계급여 자격기준 및 보장수준 단계적 상향과 함께 △국가가 임지고 지자체가 직접 운영하는 ‘온동네 초등돌봄’ 도입 △(12세 이하 아동)아이돌봄서비스 지원대상 확대 등을 약속했다.

또 ‘대선 후보 10대 공약’에서는 △고용평등 임금공시제 도입 △동일노동 동일임금 기준지표 마련을 위한 임금분포제 도입 △교제폭력 범죄 처벌 강화 및 피해자 보호명령제도 도입 등도 내걸었다.

여성단체는 정부의 세밀한 접근을 강조했다. 

배진경 한국여성노동자회 대표는 “이 대통령이 취임 한 달도 안 됐기 때문에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서는 지켜봐야 한다”면서도 “여성들이 단순히 ‘돈이 없어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기보다 ‘왜 이러한 선택을 한 이들이 모두 여성인가’에 대한 깊은 고민이 필요하다. 정책 ‘하나’가 아니라 구조적 맥락에서 관점을 가지고 바라봐야 여성 문제를 제대로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노총 여성정책본부 관계자도 “성별임금격차를 포함해 지난 20년 동안이나 여성 문제를 지적하고 인정해 왔으면서도 해결되지 않았다”면서 “여성 문제라는 게 많은 분야가 얽혀 있기때문에 섬세하게 정책을 설계하지 않으면 해결하기 쉽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돌봄과 성별임금격차 문제를 주의 깊게 보고 있다. 아직은 취임 초기라 선언적인 내용 정도만 나온 상태인데, 여기에서만 그치지 않기를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