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제 폐지 20년, 시즌2 시작해야
호주제 폐지 연대 성과 공유 여성정책 4대 입법과제 추진 다짐
1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 제2회의실. 20년 전 호주제 폐지의 함성을 기억하는 이들이 다시 한자리에 모였다. (사)한국여성의정(상임대표 이혜훈)이 주최한 ‘호주제 폐지 20주년 기념식’은 “연대의 힘, 공존의 미래로!”라는 주제 아래, 성평등 사회를 향한 여야·남녀·시민사회의 협력과 새로운 시대 과제를 함께 모색하는 자리였다.
이날 기념식에는 다수의 전·현직 여성 국회의원, 남성 국회의원, 여성단체, 시민들이 참석해 회의장을 가득 채우며 기념식의 의미를 더했다.
이혜훈 대표의 개회사를 시작으로 지은희·진선미·김희정 전 여성가족부 장관, 김용태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정대철 헌정기념회 회장, 이미경 전 국회의원 등 내빈들의 축사가 이어졌다.
호주제 폐지, 여성운동과 초당적 협력의 결실
이 대표는 “호주제 폐지는 여성운동의 결실일 뿐 아니라 국회 안팎에서 초당적으로 연대한 정치권과 정부, 시민사회의 연대가 만들어 낸 공동 성과”라며 “이런 연대와 협력은 반드시 회복해야 할 정치 자산이며 국민들이 원하는 정치의 모습”이라고 강조했다.
우원식 국회의장도 영상 축사를 통해 “평등권 실현과 인간의 존엄성 보장이라는 중대한 과제 앞에 여당과 야당, 남성과 여성, 정치권과 시민사회가 힘을 합친 결과였다”며 “성평등 대한민국을 위해 올해 국회가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치열하게 고민한다”고 전했다.
현장에 참석한 국민의힘 김용태 비상대책위원장은 “호주제 폐지는 인권과 다양성을 존중하는 민주사회의 출발점이었다”고 평가하며, “여전히 존재하는 여성에 대한 차별 해소를 위해 제도와 문화에서 변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허윤정 호주제 폐지 20주년 기념주간 준비위원장은 “호주제 폐지의 성과를 기억함과 동시에, 젠더 갈등을 이유로 여성정책 논의를 회피하는 정치권의 문화를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호주제 폐지는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며, 가족의 미래를 위한 논의가 계속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제2의 호주제 폐지운동 이어가야
이어진 순서에서는 이혜훈 대표, 이수진 더불어민주당 여성위원장, 이인선 국회 여성가족위원장이 4대 입법 과제 실현을 위해 정당을 초월해 협력할 것을 다짐하는 ‘여성정책 추진 다짐’ 행사가 진행했다.
4대 과제는 △교제폭력 근절과 피해자 보호 △성별 임금격차 해소 △2026 지방선거, 여성·청년 대표성 확대 △젠더 평등한 AI 생태계 구축이다.
이 대표는 “제2의 호주제 폐지처럼 여성계가 초당적으로 여야 없이 보수와 진보를 넘어 힘을 모아야 할 의제들을 선정했다”고 설명했다.
한편, 이번 기념식 및 토론회와 함께 국회의원회관 제2로비에서는 호주제 폐지 운동의 역사를 담은 사진과 성평등 관련 10개의 판례 등이 전시돼 눈길을 끌었다.
1953년부터 2005년까지 50여년간 이어진 여성운동의 과정과 다양한 가족의 권리 회복을 위한 법적·사회적 투쟁의 흔적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자리였다.
이번 기념식과 토론회, 전시는 호주제 폐지가 과거의 종결이 아닌, 오늘을 관통하는 성평등 과제임을 다시 일깨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