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장제원 성폭력 의혹 ‘공소권 없음’ 수사 종결… 피해자 권리·피해 회복 외면

2025-06-10     이하나 기자
지난 4월 9일 고 장제원 전 의원 성폭력 사건의 피해자 법률 대리인인 김재련 변호사가 서울경찰청 앞에서 열린 ‘고 장제원 전 국회의원 성폭력 사건 수사 결과 발표 촉구’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한국성폭력상담소·한국여성의전화

경찰이 고(故) 장제원 전 국민의힘 의원의 성폭력 의혹 사건을 마무리했다.  

서울경찰청은 10일 준강간치상 혐의를 받던 장 전 의원 사건을 ‘피의자 사망으로 인한 공소권 없음’으로 종결 처리했다고 밝혔다. 

장 전 의원은 2015년 11월 부산의 한 대학교 부총장으로 재직하던 시절 자신의 비서를 성폭행했다는 혐의로 지난 1월 고소당했다. 피해자 A씨는 장 전 의원이 보낸 메시지 등 증거를 보관하고 있다가 경찰에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장 전 의원은 성폭력 혐의에 대해 부인했지만 당시 정황이 담긴 사진·동영상 등 증거가 지난 3월31일 언론에 공개됐다. 장 전 의원은 같은 날 밤 서울 강동구의 한 오피스텔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장 전 의원의 사망 사건을 수사하는 서울 강동경찰서도 타살 등 범죄 혐의점이 없어 수사를 종결했다고 밝혔다.

그동안 피의자 사망으로 인한 ‘공소권 없음’ 수사 종결은 관행처럼 이어져왔다. 피의자가 사망해 피의자의 방어권이 사라진다는 이유였다. 그러나 이는 피해자가 피해를 입었다는 사실을 인정받은 기회를 박탈하고 피해 회복을 보장하지 못한다는 점에서 문제라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성폭력상담소와 한국여성의전화 등 여성단체는 지난 4월 9일 기자회견을 열고 “피의자 사망으로 성폭력의 실체가 묻히는 일이 반복되어선 안 된다”며 경찰에 현재까지 수사 내용을 바탕으로 혐의에 대한 최소한의 판단을 제시해달라고 촉구했다. 이들은 “피의자가 사망한 다른 사건들에서도 경찰은 수사 결과를 정리해 발표한 바 있다”며 “장 전 의원 사건도 마찬가지로 실체를 밝히는 것이 피해자의 권리를 보장하는 최소한의 조치”라고 했다.  

이날 피해자는 지원단체를 통해 “사건이 이대로 종결되는 것을 절대로 원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혔다. 피해자는 “가해자가 선택한 도피성 죽음은 처벌받기 두려워 스스로가 선택한 삶의 마무리”라며 “어떠한 사과도 받지 못했고 사건이 일어난 시점부터 끝날 때까지 온전히 가해자의 손에 의해 모든 것이 시작되고 마무리되는 것을 바라만 보고 있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 참담할 뿐”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