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무총리 후보자, 김민석은 누구?
이재명 대통령 최측근으로 발탁 86운동권 출신, 정치권 굴곡 넘은 ‘전략가’ ‘철새’ 오명 딛고 4선 국회의원, ‘정책통’ 계엄 예측...성인지 감수성 논란도
지난 4일, 이재명 대통령은 초대 국무총리 후보자로 김민석 더불어민주당 수석최고위원(61)을 공식 지명했다. 여권과 주요 언론은 김 후보자가 국정 전반에 대한 통찰력과 정무 감각, 국회 및 내각 조정 능력을 갖춘 ‘실무형 총리’이자 ‘전략가’로서 국정 운영의 안정성과 효율성을 높일 수 있는 인물로 평가하고 있다.
김민석 후보자는 1964년 3형제 중 막내로 서울에서 태어나 1982년 서울대학교 사회학과에 입학했다. 대학에서 학생운동의 선두에 섰고, 1985년 총학생회장과 전국대학생대표자협의회(전대협) 의장을 지냈다. 당시 운동권 여학생들의 ‘우상’이었다고 한다. 서울 미국문화원 점거 농성 사건에 연루돼 두 차례 징역형을 선고받아 실형을 살았고, 1987년 6·29 선언 이후 1988년 특별사면으로 출소했다.
32세 최연소 국회의원, 38세 서울시장 후보...‘철새’ 정치인 오명도
1992년 김대중 총재에게 발탁돼 27세의 나이로 14대 국회의원 선거에 출마해 200여표 차이로 아깝게 낙선했다. 그 후 15대 총선에서 탤런트 최불암과 경쟁해 최연소 국회의원(32세)으로 당선됐다. 이후 새천년민주당 대변인, 김대중 총재 비서실장 등 주요 요직을 거치며 주목받았다.
2002년 38세의 나이로 서울시장 후보로 선출됐으나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에게 졌다. 같은 해 대선 당시 ‘노무현·정몽준’ 후보 간 단일화 과정에서 탈당하고 정 후보를 선택하면서 ‘철새’ 정치인이란 오명을 얻었다. 훗날 국민과의 소통을 경시했던 점에 대해 사과하며, 자신의 판단과 결단이 국민 신뢰를 떨어뜨렸음을 인정했다.
그 뒤 17대 총선 낙선에 이어, 2008년 18대 총선에서는 ‘금고형 이상 선고’ 잣대로 인해 공천에서 배제됐다. 2002년 서울시장 선거 과정에서 있었던 정치자금법 위반이 문제가 됐다. 그해 7월 통합민주당 전당대회에서 높은 인지도와 옛 민주계의 지지를 기반으로 최고위원에 당선됐다.
2007년 대선과 2008년 총선 불법 정치자금 수수 혐의로 또다시 기소돼 2010년 벌금 600만원, 추징금 7억 2천만원의 형을 선고받았다. 이 사건으로 공직선거에서 5년 동안 피선거권이 박탈되며 정치권에서 물러났다. 정계를 떠나있는 동안 칭화대 법학석사, 러트거스 뉴저지 주립대 로스쿨 법학박사 학위를 받는 등 해외에서 공부를 지속하며 국제적 견문과 네트워크를 넓혔다.
18년 만에 국회 재입성...계엄 예측, 조기대선 준비
2015년 복권돼 원외 민주당 대표를 맡았고, 2016년 더불어민주당과의 통합을 통해 6년여 만에 제1야당으로 공식 복귀했다. 그 이후 민주연구원장, 포용국가비전위원회 위원장 등으로 ‘정책통’ 역할을 수행했다. 2020년 21대 총선에서 서울 영등포을에 출마해 18년 만에 국회에 재입성했다. 22대 총선에서 4선 의원으로 올라서며 민주당 내 입지를 확고히 다졌다.
김민석 후보자와 이재명 대통령의 본격적인 정치적 인연은 2022년 제20대 대선에서 시작됐다. 당시 그는 이재명 후보 선대위 전략기획본부장을 맡으며 ‘신(新)이재명계’ 핵심 인물로 부상했다. 2023년 민주당 정책위의장을 거쳐, 총선 상황실장으로서 2024년 총선 대승을 이끌며 핵심 참모로 자리 잡았다. 한편, 2024년 8월 민주당 전당대회를 앞두고 이재명 대통령이 득표율이 저조했던 김 후보자를 유튜브 방송을 통해 공개 지지를 함으로써 수석 최고위원으로 선출됐다.
김 후보자는 2024년 8월 민주당 회의 석상에서 윤석열의 계엄 가능성을 가장 먼저 공개적으로 경고한 정치인이다. 그 이후 2027년까지 대통령 임기 3년이 남은 시점에서 ‘집권플랜본부’로 조기 대선을 준비했다. 12월 3일, 비상계엄이 현실화되자 그의 선견지명이 주목받으며 정치적 상징성이 크게 부각됐다. 이로 인해 김 후보자는 위기 대응형 리더, 정면돌파형 전략가라는 평가를 받는다.
이 대통령의 ‘먹사니즘’과 ‘K-이니셔티브’도 김민석 집권플랜본부장이 작년부터 준비한 것이다. ‘코스피 5000 시대’, ‘상법 개정안’도 김 후보자가 주도했다. 이번 대선에서도 상임공동선대위원장을 맡아 선거 실무 전반을 진두지휘했고, ‘이재명에 관하여’라는 책을 쓰기도 했다. 정무적 감각은 물론 국회 내 소통 능력에서도 강점을 지닌 인물로, 국정의 안정적 운영과 국회 협치를 이끌 적임자라는 게 여권의 판단이다.
젠더 이슈 논란
한편, 김 후보자는 젠더 관련 이슈로 몇 가지 논란이 있었다. 2000년 이른바 ‘새천년 NHK 사건’은 25년이 지났지만 이번 청문회에서도 젠더 감수성과 도덕성 문제로 야권 등의 공격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
2020년 6월에는 박재동 화백 성추행 의혹 사건에서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 혐의로 논란이 된 5급 비서관을 채용해 여성단체의 거센 비판을 받았다. 당시 김 의원은 해당 비서관이 무혐의와 일부 불기소 처분을 받았다는 점을 근거로 임용을 유지했으나, 이후 해당 비서관은 명예훼손 혐의로 벌금형이 확정됐다. 이 일로 김 의원의 성인지 감수성 부족 논란이 재차 제기됐고, 비서관은 의원실에서 사직한 것으로 알려졌다.
같은 해 11월엔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과 오거돈 전 부산시장의 성추행 사건으로 인해 치러진 보궐선거를 앞두고, 김 후보자는 여성 후보에게 가산점을 더 주자는 주장에 대해 반대 입장을 밝혔다. 민주당 서울시장 보궐선거기획단장 자격으로 한 CBS 라디오 인터뷰에서, “남성보다 더 세고 유명한 여성 후보에게 가산점을 주는 것은 이상하다”며 “지금까지 있었던 룰을 크게 벗어나지 않은 선에서 하면 된다”고 말했다.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성추문 의혹이 제기된 만큼 민주당이 여성 후보를 내야한다는 주장에 대해선 “(성추문 의혹이) 법적으로 끝난 상황도 아니다”라며 “더 나아진 서울을 만들어가는데 (어떤 후보가) 좋을 것인지는 남녀의 문제가 아닌 후보의 인식과 행동의 문제”라고 강조했다.
김 후보자는 2022년 11월 포괄적 차별금지법에 대해 서울 신길교회에서 열린 관련 포럼에 토론자로서 참석해 국회 내 충분한 논의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 의원은 기본권과 종교 자유 침해 우려, 여론조사 신뢰성 문제 등을 언급하며 법 제정 속도 조절을 주장했다.
성인지 감수성 부족하다는 비판도
이번 대선 3차 토론회에서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의 여성 혐오적 발언이 사회적 파장을 일으킨 가운데, 김 후보자는 일반적인 정치권과는 비판의 결을 달리했다. 그는 5월 29일 KBS광주 라디오 인터뷰에서 “여성 혐오로 보는 것은 좀 문제가 있는 것 같고, 여성이냐 남성이냐를 떠나서” 근거없는 조작과 악의적인 의도로 공중파에서 할 수 없는 폭언을 한 것이 문제라고 언급했다.
한편, 김 후보자의 어머니 김춘옥 여사는 1980년대 아들들의 민주화운동과 셋째 아들의 구속을 계기로 사회운동에 적극 나섰다. 구속자가족협의회와 민주화실천가족운동협의회(민가협) 초대 의장으로 민주화운동 가족과 수배 학생, 구속자 가족을 돌보고 지원했다. 김 후보자는 여러 인터뷰에서 “어머니가 저의 정치 인생에 각별한 분”이라며, 어머니의 헌신과 민주화운동에 대한 신념이 자신의 삶과 정치에 큰 영향을 미쳤다고 밝혔다.
김 후보자는 1993년 김자영 전 KBS 아나운서와 첫 결혼 후 2014년 이혼했다. 전처와의 사이에 1남 1녀를 두었고, 2019년에 재혼했다. 현 배우자는 이태린씨로 다니던 교회에서 만났다고 밝혔다. 그의 형인 김민웅은 언론인, 교수, 목사, 시민운동가로 최근엔 ‘촛불행동’ 대표를 맡아 윤석열 퇴진운동을 벌였다. 박원순 전 서울시장 성폭력 사건 피해자 실명 공개 및 2차 가해 논란으로 여성단체 및 시민사회로부터 거센 비판을 받았고, 2024년 대법원에서 유죄가 확정됐다.
■ 김민석 국무총리 후보자
△1964년 서울 출생 △숭실고, 서울대 사회학과 졸업 △서울대 총학생회장, 전대협 의장 △제15·16·21·22대 국회의원 △미국 하버드대 케네디스쿨 행정학 석사 △중국 칭화대 법학 석사, 럿거스대(뉴저지주립대) 로스쿨 법학박사 △새천년민주당 김대중 총재 비서실장 △20대 대선 민주당 중앙선대위 전략기획본부장 △민주당 정책위원회 의장, 최고위원 △21대 대선 민주당 선대위 상임공동선대위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