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세 이전 퇴직자 80% 넘어...중고령자 고용정책 재설계 시급”
정년 채운 남성 25.1…여성은 9.1%에 불과 실질 은퇴 연령은 여성은 67.4세로 남성 65.4세보다 더 높아 불완전 취업 고령자 증가로 불평등 구조 고착화 국회미래연구원, “‘누락된 다수’의 삶 가시화”
60세 정년을 채우기 전에 일터를 떠나는 중고령 노동자가 대다수에 이르는 가운데, 이들을 위한 고용정책 재설계가 시급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국회미래연구원(원장 김기식)은 5일 「정년연장론에 대한 비판적 검토와 중고령 노동시장 정책의 재구성」 보고서를 통해 ‘누락된 다수’의 삶을 가시화하는 것이 이 연구의 핵심이라고 밝혔다. 정년까지 일한 노동자는 소수에 불과해 특히 여성과 비정규직, 중소기업 종사자는 정책적 논의에서 소외되고 있다는 것이다.
보고서는 정년 전에 주된 일자리에서 퇴직하거나, 실질적인 제도적 보호를 받지 못하는 다수 중고령 노동자의 고용문제를 중요한 정책적 의제로 다뤄야 한다고 제안했다.
2024년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1차 베이비부머 세대의 평균 퇴직 연령은 52.9세, 2차 세대는 46.9세로, 법정 정년보다 7~13년 빨랐다. 60세 정년을 채운 비율은 전체의 16.8%에 불과했다. 성별로는 남성은 25.1%, 여성은 9.1%에 그쳐 성별 격차도 컸다.
퇴직 연령은 산업·고용 형태·성별에 따라 현저히 다르며, 직업군 간 격차 또한 뚜렷하게 나타났다. 여성의 경우 사무직은 평균 42세, 단순노무직은 50세를 넘기는 것으로 조사됐다. 근속 기간 역시 산업・직업・성별에 따라 2배 이상 차이가 나며, 여성은 전체적으로 짧은 경향을 보였다.
한국의 실질 은퇴 연령은 OECD 평균보다 높은 수준으로 2023년 기준 남성은 65.4세, 여성은 67.4세를 기록했다. 최근 10년간 중고령층의 경제활동참가율은 꾸준히 증가해 2024년 기준 55-60세는 76.2%, 61-64세는 64.1%, 65-69세는 55.4%를 기록했다.
이 중 정년 이전 연령대의 남성 경제활동참가율은 정체되거나 소폭 하락한 반면, 정년을 초과한 고령 남성과 전 연령대 고령 여성 경제활동참가율은 크게 증가하는 양상을 보였다. 이 중 55-60세 여성 응답자 중 ‘일 경험 없음’ 비율은 1.9%에 불과해 중고령 여성의 경제활동참가율은 매우 높은 수준으로 나타났다.
70대에도 일하고 싶은 이유, “경제뿐 아니라 삶의 의미”
퇴직은 더 이상 곧 노동의 은퇴를 의미하지 않으며, 고령층에게 노동은 일상적인 생계 수단으로 자리잡고 있다. 75-79세 인구 10명 중 남성 4명, 여성 3명은 여전히 경제활동을 하고 있다. 이 사실은 법정 정년 이후에도 10-20년 이상 일하는 삶이 한국 사회의 새로운 표준으로 자리잡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러나 이들이 종사하는 일자리는 자영업, 임시직, 단순노무직 등 불안정한 형태가 많다. 상용직 비율은 61-64세부터 40.6%로 급감하고, 75-79세에서는 10.7%에 그친다. 임시직과 고용원이 없는 자영업을 합한 고용 형태는 70-74세 60%, 75-79세에서는 70%를 초과한다.
법정 정년에 도달한 55-60세의 83.5%가 평균 69.7, 75-79세도 42.0%가 평균 81.7세까지 일하길 원했다. 이들이 계속근로를 희망하는 이유는 ‘경제적 필요’뿐 아니라 건강 유지, 일의 즐거움, 사회적 관계 등 ‘삶의 의미’라는 다층적 동기가 동시에 작용한 결과로 나타났다.
연령이 높아질수록 전일제보다 시간제를 선호해 고령층은 근로시간의 유연성, 신체적 부담 완화, 일상과의 조화 등을 중시하는 경향을 보였다. 보고서는 일정 수준의 소득과 안정성을 보장하는 네덜란드의 ‘안전한 비정규직’ 제도가 고령자 고용정책의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에 보고서는 △60세 이전 퇴직자를 위한 ‘양질의 비정규직’ 제도화 △연령대별 일자리 이행 맞춤 접근 △임금감액 관행 개선 및 차별금지 강화 △65세 이상 고용보험 실업급여 적용 △노사정 합의기구 보완 및 정책 조정기구 마련 다섯가지를 등을 제안했다.
국회미래연구원 정혜윤 부연구위원은 “정년 연장이나 고용계속 제도가 노후 빈곤과 생활 수준 하락을 예방할 수 있는 가장 기본적인 수단임에도 불구하고 그 적용 대상과 범위가 지나치게 협소하다”며 “이러한 제도적 한계는 노동시장의 구조적 이중성을 고착시키고, 사회적 불평등을 강화할 위험성이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