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뷔 10주년 엔플라잉 “역주행 밴드? 이제 정주행할 차례”
[인터뷰] 정규 2집 ‘에버래스팅’ 낸 엔플라잉 군백기 끝…2년 만 완전체 컴백
밴드 ‘엔플라잉’에게 2025년은 남다른 해다. 데뷔 10주년이자, 군 복무를 마친 멤버들이 2년 만에 완전체로 뭉쳤다.
2015년 5월 데뷔한 엔플라잉은 감각적인 멜로디와 밴드 사운드, 유쾌한 에너지를 바탕으로 일상적인 감성을 진심 어린 가사로 풀어내 온 5인조 밴드다. 2019년 1월 발표한 ‘옥탑방’이 뒤늦게 역주행하며 대중에 이름을 알렸고, ‘봄이 부시게’, ‘아 진짜요.’, ‘스타라이트’ 등으로 사랑을 받아왔다.
2023년부터 멤버들이 군대에 가면서 이승협과 유회승의 2인 체제로 활동하기도 했다. 올해 전 멤버가 전역했다. 지난달 9~11일 서울 송파구 방이동 올림픽공원 올림픽홀에서 ‘2025 엔플라잉 라이브 ‘엔콘4 : 풀 써클’(2025 N.Flying LIVE ‘&CON4 : FULL CIRCLE’)’을 개최했다. 지난달 28일 약 4년 만의 정규 2집 ‘에버래스팅(Everlasting)’을 발매한 멤버들을 2일 오후 서울 강남구 FNC엔터테인먼트 사옥에서 만났다.
서동성은 “예전엔 학생이던 팬이 성인이 되어 찾아오고, 성인 팬은 아이와 함께 공연을 보러 온다”며 “지금까지 달려온 시간보다 앞으로 함께할 시간이 더 길 것이라는 확신이 생긴다”고 말했다.
유회승은 “좋아하는 일을 좋아하는 사람들과 오랫동안 할 수 있어 감사하다”고 전했고, 이승협도 “좋아하는 일을 좋아하는 멤버들과 함께 해서 그런지 시간이 참 빨리 갔다. 아직도 처음 같은 열정이 제게 있어 감사하다. 더 오래 보고 싶다”며 공감했다.
타이틀곡 ‘만년설’은 브릿팝을 연상시키는 인트로의 어쿠스틱 피아노와 마칭 드럼, 기타 솔로가 돋보이는 곡으로, ‘항상 네 마음에 변함없는 나로 살고 싶다’는 내용이다. 또 얼터너티브 팝 록 장르의 ‘아직도 난 그대를 좋아해요’(Still You), 파워풀한 랩과 보컬이 어우러진 ‘본 투 비’(Born To Be), 청춘을 함께 달려 준 모든 이들에게 고마운 마음을 담은 ‘Run Like This’ 등 12곡이 수록됐다.
이승협은 ‘만년설’을 타이틀곡으로 선택한 이유에 대해 “작업했던 곡을 모아 트랙리스트를 짜려고 써보니 가장 많이 나온 가사가 ‘영원’이랑 ‘순간’이었다”며 “10년 차에 정규 2집이다보니 신중하게 타이틀을 정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서 좀 더 메시지에 초점을 맞췄다”고 밝혔다.
이번 앨범엔 그간의 성장과 다섯 멤버의 내공이 고스란히 담겼다. 리더 이승협은 전곡 작사·작곡에 참여했고, 유회승은 수록곡 ‘뫼비우스’ 작곡과 ‘로그’ 작사에 참여했다.
유회승은 “평소보다 훨씬 더 잘하고 싶었다. 원하는 결과가 나올 때까지 하다 보니 시간이 오래 걸리더라. 개인적으로도 완전체 앨범에 대한 기대가 컸기 때문에 최상의 결과를 만들고 싶었다”고 말했다.
드러머 김재현은 “악기에 욕심을 냈다. 좋은 퀄리티를 위해 악기를 구비하고, 사운드를 연구하고, 멤버들과 피드백을 주고받으며 단단한 리듬 축을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며 “마룻바닥부터 멋있어야 하지 않나”라며 웃었다.
10년간의 변화에 대해 김재현은 “드럼에 대한 두려움도 있었지만,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배웠다. 지금은 어려운 과제가 주어져도 설렘이 더 크다”고 말했다. 유회승은 “매 공연이 만족스럽진 않고 10년 전 영상을 보면 ‘왜 저러지?’ 싶더라. 그만큼 변했다는 것”이라며 “지금도 성장하고 있다”고 돌아봤다. 차훈은 “개인적으로 멤버들에게 더 솔직해졌다. 그만큼 서로 신뢰하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밴드로서의 정체성도 꾸준히 고민하고 있다. 이승협은 “억지로 어떤 생각을 주입하기보다는 그때그때의 제 모습과 감정에 충실한 곡을 만들고 싶다”며 “‘밴드 음악의 붐’보다는 ‘라이브에 대한 갈망’이 더 크다고 생각한다. 좋은 음악은 시간이 지나도 들어주실 거라는 생각은 변함 없다”고 말했다.
요즘 엔플라잉은 페스티벌과 콘서트에서 새로운 에너지를 경험하고 있다. 특히 페스티벌에서 여성 팬들의 참여가 눈에 띄게 늘어난 변화를 체감하고 있었다. 유회승은 “눈에 보이게 큰 변화가 생겼다”며 “페스티벌은 팬은 물론 처음 만나는 관객들과도 호흡할 수 있는 자리다. 다양한 에너지를 주고받으며 우리를 좋아하게 되는 그 과정이 아티스트로서 무척 행복하다”라고 했다.
목표는 팬들과의 관계를 오래도록 이어 나가고 꾸준히 노래로 사랑받는 것이다. 김재현은 “엔플라잉이 역주행으로 유명하지만, 이제는 역주행이 아니라 정주행할 차례”라고 했고, 이승협은 “국민 밴드가 되고 싶다”며 웃었다.
유회승은 새롭게 얻고 싶은 수식어로 ‘대한민국 밴드’를 꼽았다. “음악을 하며 힘든 순간도, 즐거운 순간도 있었지만 처음부터 지금까지의 서사가 중요하다. 우여곡절과 역주행 등 기쁜 순간을 우리와 함께 공유하는 팬분들이 소중해요. 시대를 관통하며 좋은 음악을 하는 밴드가 된다면 행복할 것이다.”
팬덤 엔피아에 대한 감사도 강조했다. 차훈은 “10주년이라는 시간 동안 멤버들과 단단하고 친밀하게 지낼 수 있었던 건 팬들 덕분이다. 다섯 명을 영원히 유지할 수 있게 해준 엔피아게 진심으로 감사하다”고 했다. 김재현도 “영원을 함께하고 싶은 사람들이 생겨 기쁘지만, 그만큼 책임감도 크다. 지치고 외로운 분들이 저희 음악에 기대어 쉴 수 있도록, 늘 도태되지 않고 계속해서 발전하는 밴드가 되겠다”고 약속했다. 엔플라잉은 오는 8월부터 2026년 1월까지 아시아, 미국, 오세아니아, 유럽, 남미 등 총 28개 도시에서 월드투어를 진행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