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권영국 “사표론 틀렸다…표가 모이면 정치가 바뀐다”

[인터뷰] 권영국 민주노동당 대선후보

2025-06-02     신다인 기자
2일 오후 서울 서초구 SPC 앞에서 중대재해 책임자 규탄 기자회견을 마친 그는 광화문 유세 현장으로 이동하는 차량 안에서 권영국 민주노동당 후보과 여성신문과 미디어오늘과 인터뷰하고 있다.ⓒ신다인 기자

“저에게 던지는 표는 결코 사표가 아닙니다. 우리의 목소리를 대변할 정치적 힘입니다”

제21대 대선을 하루 앞둔 2일, 권영국 민주노동당 대선 후보는 서울 강남역, 혜화역, 구의역 등 여성‧장애인‧노동자를 상징하는 장소를 잇달아 돌며 강행군을 이어갔다. 서울 서초구 SPC 앞에서 중대재해 책임자 규탄 기자회견을 마친 그는 다음 유세 현장으로 이동하는 차량 안에서 30분간 여성신문과 인터뷰를 진행했다. 아래는 권 후보와의 일문일답.

- 강남역 유세현장에서 비동의 강간죄 도입을 강조했다. 계기가 무엇인가.

“비동의 강간죄 도입이 절실하다고 편지를 보냈던 여성분이 유세 현장에 왔다. 자기 얼굴을 드러내는 건 정말 어려운 일이다. 그런데 얼마나 절실했으면 그렇게 했을까 싶었다. 오히려 정치하는 사람으로서 굉장히 미안했다. 그래서 대통령이 되든 아니든 반드시 도입하겠다고 약속했다. 대선이 끝나면 다시 만나 그 분의 이야기를 듣겠다고 했다.”

- 마지막 유세 일정에 SPC 규탄 기자회견,  쿠팡 택배노동자 추모제 등이 긴급 추가됐다. 

“광장의 목소리를 반영하기 위해 출마했다. 마지막 유세에 혜화역, 구의역, 강남역 등을 넣은 것도 그 목소리를 계속 이어가려고 했기 때문이다. SPC 같은 경우는 대선을 치른다고 제대로 이야기하지 못했다. 꼭 이야기해야 하는 주제라 긴급하게 일정에 넣었다. 사실 사람이 많이 모이는 곳은 아니다. 하지만 정치가 선거에 유리하냐 불리하냐로 움직이면 안 된다. 진보정치는 일관된 기준을 지켜야 한다.”

- 유세현장에서 ‘권영국에 투표하는 게 사표가 아니다’라고 반복했는데, 어떤 의미인가?

“우리는 늘 당선 가능성 중심의 정치를 강요받아 왔다. 하지만 그런 정치가 우리 삶을 대변했나? 결국 정치에 대한 불신만 남았다. “당선되지 않더라도 나의 목소리를 반영해 줄 후보에게 표를 던지는 것이 정치적 힘이 될 수 있다”는 걸 말하고 싶다. 그 표들이 모이면 정치가 바뀐다.

정의당이 지난 지방선거에서 3% 이상 득표하지 못했으면 TV 토론에 못 나왔다. 그러면 TV토론에서 소수자의 목소리는 지워졌을 것이다. 토론 이후 유세현장에서 듣고 싶었던 이야기, 우리의 이야기를 해줘서 고맙다고 이야기해주는 시민들을 많이 만났다. 결국 3% 이상의 득표를 했기 때문에 이들의 목소리가 울려 퍼질 수 있었다. 사표가 아니라 정치적인 힘이다.”

- 이번 대선에서 기대하는 득표율은 어느 정도인가?

“내심 5%를 기대하고 있다. 그렇게 된다면 굉장히 큰 이변이다. 지금 계속 1%에 있는 수준이라 현실적으로는 쉽지 않다는 걸 안다. 다만 유세 현장에서 시민들의 눈빛과 반응을 보면, 어쩌면 이변이 있을 수도 있겠다 싶다. 시민들의 표가 꺾이지 않기를 바란다.”

- 이준석 개혁신당 대선 후보의 TV토론에서의 대국민 언어성폭력 등 혐오정치가 반복된다. 이를 멈추기 위해 무엇이 필요하다고 보는가.

“지금 여성운동이나 시민운동이 정치적인 힘을 갖도록 하는 구심점이 필요하다. 대부분 민주당과 같은 정당에 의존하는 방식이었다. 그런데 민주당과 기존 정당은 차별금지법과 비동의강간죄 등 여성과 소수자의 요구를 늘 ‘나중에’로 미뤄왔다. 나중에의 문제가 아니라 지금 당장 생사의 문제인데 그걸 나중으로 미뤄왔다. 그렇기에 자신들의 권리를 위탁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정치의 중심에 서야 한다. ‘권영국에게 모이자’가 아니라, ‘진보 정치 중심으로 가자’고 말하고 있는 것이다.”

- 끝으로 유권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저에게 던지는 표는 결코 사표가 아니다. 우리의 목소리를 대변할 정치적 힘이다. 그 표가 불어나면 불어날수록, 소수의 목소리가 아니라 다수의 목소리가 될 수 있다는 희망을 주는 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