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야왕국 유리예술부터 뮤지컬로 만나는 버지니아 울프까지
[문화게시판] 초여름 볼 만한 공연·전시
단순한 선의 미학, 세르주 블로크 개인전
프랑스 유명 일러스트레이터 세르주 블로크가 다시 한국을 찾는다. 개인전 ‘작은 선의 위대한 여행’이 오는 29일부터 8월17일까지 예술의전당 제7갤러리와 1101라운지에서 열린다.
블로크는 뉴욕타임즈, 워싱턴포스트, 뉴요커, 르몽드 등 세계적인 매체에 일러스트를 게재하고, 삼성전자, 에르메스, 코카콜라, 런던 지하철, 프랑스 환경부 등과도 협업하며 국제적 입지를 다져왔다. 2005년 미국 일러스트레이터 협회 금메달, 2007년 이탈리아 볼로냐 라가치상을 수상했다.
이번 전시는 캔버스, 종이, 나무 블록, 도자기 등 다양한 재료 위에 작업한 신작들과 대표 캐릭터 ‘미스터 칩스’를 중심으로 한 국내 작가들과의 협업 작품들을 선보인다. 박스피넛, 민경숙, 민은희, 미튼 등과의 공동 작업을 통해 다양한 시각적 실험이 펼쳐진다. 라이브 페인팅 퍼포먼스와 사인회, 리미티드 아트 마켓도 열린다.
유리왕국 가야를 찾아서...김해서 만나는 유리예술
클레이아크김해미술관이 특별기획전 ‘유리: 빛과 불의 연금술’을 오는 10월26일까지 돔하우스 전관에서 개최한다.국내 12명, 일본 7명, 미국과 호주 각각 1명씩 총 21명의 작가가 참여해 작품 200여 점을 선보인다.
미국 매트 에스쿠체, 일본 노다 유미코, 호주 벤 에돌스&캐시 엘리엇 등 세계 유리 거장들과 김정석, 김준용, 박성원 등 국내 현대 유리예술 선도 작가들이 참여한다. 전시는 가야로부터의 유리 기원과 역사, 유리 비결정의 아름다움, 예술가들의 실험과 도전, 유리공예의 지속가능성, 유리예술의 무한 변주 등 5개 섹션으로 구성된다.
전시 출발점은 김해 가야 고분군에서 출토된 유리공예 목걸이들로, 2020년 문화재청이 국가 보물로 지정한 유물들이다. 3세기 가야인들은 유리를 금은보다 귀하게 여겼다. 고도의 테크닉이 필요한 유리예술이 전통의 기반 위에서 어떻게 확장되고 진화해가는지 탐구하는 전시다.
한국 현대미술 애호가라면 놓칠 수 없는 전시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상설전 ‘한국현대미술 하이라이트’가 5월 막을 올렸다. 이건희컬렉션 9점을 포함해 1960~2010년대 한국현대미술 대표작들을 한자리에 모아 미술 애호가들 사이에서 화제다.
김수자, 김환기, 문경원&전준호, 박서보, 박이소, 백남준, 서도호, 성능경, 신학철, 유영국, 양혜규, 이불, 이승택, 이우환 등 한국현대미술 대표 작가 83명의 작품 86점을 소개한다. 추상, 실험, 형상, 혼성, 개념, 다큐멘터리 등의 소주제를 기반으로 구성되어 한국현대미술의 흐름을 입체적으로 조망한다. 서울관 개관 이래 대표 소장품만 선보이는 첫 상설전이다. 특히 김수자의 ‘보따리 트럭-이민자들’과 강익중의 ‘삼라만상’은 미술관 소장품 수집 이후 처음 선보인다.
눈과 귀로 만나는 쇼스타코비치...경계 허무는 거장 켄트리지
남아프리카공화국 시각예술가이자 연출가 윌리엄 켄트리지의 ‘쇼스타코비치 교향곡 10: 다른 세상을 꿈꿀 수 있었더라면’이 오는 30일 저녁 7시 30분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열린다. 쇼스타코비치 서거 50주년을 기념하여 한국 초연된다.
서울시립교향악단이 연주하고, 프랑스 몽펠리에 옥시타니 국립 오페라 오케스트라의 음악감독으로 임명되며 주목받는 미국 흑인 지휘자 로더릭 콕스가 첫 내한해 지휘한다. 쇼스타코비치의 교향곡 10번 연주와 켄트리지의 독창적 스타일로 만들어진 영상이 결합된다. 켄트리지는 40cm 판지 모형 세트와 소형 카메라로 촬영한 필름을 통해 레닌, 스탈린 등 독재자들의 시대를 살아간 예술가들의 삶에 대한 오마주를 보여준다. GS아트센터가 장르 경계를 허물고 예술 경험을 확장한 예술가를 선정해 소개하는 ‘예술가들’ 시리즈다.
카르멘부터 도산까지, 제16회 대한민국오페라페스티벌
대한민국오페라단연합회는 ‘제16회 대한민국오페라페스티벌’을 오는 6월6일부터 7월13일까지 예술의전당에서 개최한다. 전막 전통 오페라 4편, 소극장 가족·어린이 오페라 2편, 창작 오페라 1편으로 총 7개 단체의 7가지 공연을 준비했다.
글로리아오페라단 ‘카르멘’, 누오바오페라단 ‘라보엠’, 노블아트오페라단 ‘세비야의 이발사’, 베세토오페라단 ‘돈 조반니’ 등이 오페라극장 무대에 오른다. 더뮤즈오페라단의 어린이 오페라 ‘마일즈와 삼총사’, 오페라팩토리의 ‘빨간모자와 늑대’도 자유소극장에서 만날 수 있다. 폐막작인 코리아아르츠그룹의 창작오페라 ‘도산’은 광복 80주년 기념작으로, 독립운동가 안창호 선생의 삶과 철학을 클래식 오페라의 웅장함과 뮤지컬의 현대적 감각으로 표현했다.
뮤지컬로 만나는 버지니아 울프 ‘올랜도’
창작 뮤지컬 ‘올랜도 in 버지니아’가 오는 7월9일~10월9일까지 대학로 링크아트센터드림 드림4관 무대에 오른다.
주인공 ‘버지니아 울프’와 ‘비타 색빌웨스트’가 만나 서로에게 매료되고 사랑에 빠지며 현실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올랜도’라는 인물을 만들어 전기 소설을 집필하는 과정을 그린다. 1928년 출간된 버지니아 울프의 원작 소설 ‘올랜도’를 모티프로 했다. 여성이 여성이라는 이유로 억압받던 당대 영국을 풍자한 작품으로, 사랑과 시, 정치와 성에 관해 자유롭게 논쟁하며 진정한 자신을 찾아가는 여정을 그렸다. 버지니아 울프 역은 최수진, 임찬민, 김려원이, 비타 색빌웨스트 역은 정우연, 김이후, 장보람이 맡는다. 뮤지컬 ‘랭보’, ‘사의 찬미’, ‘웨스턴 스토리’ 성종완 연출, ‘라흐 헤스트’, ‘사의 찬미’ 김은영 작곡가, ‘홀연했던 사나이’, ‘아르토, 고흐’ 이현정 안무감독이 참여한다.
세 작가가 그리고 포착한 ‘밤’
이스랏 아트룸이 전시 ‘밤으로의 긴 여로’를 오는 31일까지 서울 서초구에서 개최한다. 정세라, 박주영, 하이메 페르무트 세 명의 작가가 ‘밤’의 복합적 의미를 회화, 동양화, 사진으로 시각화한다.
정세라는 인공조명과 그림자가 교차하는 도시의 밤을 섬세하게 포착하며, 퍼져나가는 빛줄기와 겹겹이 쌓인 그림자를 통해 익숙한 풍경을 낯설게 만들어 현실의 이면을 드러낸다. 박주영은 보이지 않는 바람과 내면의 떨림을 동양화의 획으로 표현한다. 바람이 화면을 가로지르며 밤의 시공간에 잔잔한 파장을 일으킨다. 페르무트는 스토리텔러이자 다큐멘터리 사진작가로 쿠바 하바나의 밤을 렌즈에 담아 현실과 비현실의 경계를 흐리며 시적으로 구성한다. 세 작가가 각자의 언어로 풀어낸 밤의 정서는 고요하고 아름다우면서도 불안과 균열, 희망과 회복의 가능성을 함께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