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기 대선 원인 잊었나…성평등 공약 없는 후보는 대통령 자격없다”

한국여성민우회 논평 발표 “대선 후보들에 성평등 사회 실현 의지 안 보여” “구조적 성차별 해소 실현 의지 분명히 해야”

2025-05-22     김세원 기자
지난해 12월 14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 탄핵 촉구 집회에 참석한 여성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제21대 대통령 선거에 출마한 후보들의 여성·성평등 공약이 미흡하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여성단체들은 “성평등 공약 없는 후보는 대통령 자격이 없다”고 일갈하며 성평등 정책을 촉구했다.

한국여성민우회는 22일 논평을 내고 “선거를 앞둔 지금, 각 후보의 공약이 성평등 민주주의를 향한 광장의 요구를 반영하고 있는지 짚어볼 때”라며 “이제까지 윤석열 정부가 무너뜨린 성평등 추진체계 강화를 비롯한 구체적인 성평등 정책 비전을 제시한 후보는 찾아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어 “일부 후보의 공약과 발언을 살펴보면, 이번 선거가 여성가족부 폐지를 내세우며 혐오 선동을 통해 당선된 윤석열을 탄핵하고 치러지는 선거임을 망각한 것 같다”며 “여가부를 부총리급 성평등부로 격상 및 강화, 비동의 강간죄 도입, 안전한 임신 중단과 여성의 성·재생산 권리 보장법 도입, 민법상 ‘부성 우선주의’ 원칙 폐기,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 등 페미니스트 시민들이 오랜 시간 요구해 온 성평등 의제들을 공약에 담은 후보는 민주노동당 권영국 후보 한 명뿐”이라고 말했다.

민우회는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에 대해 “여성 공약을 발표했으나 차별구조 해소를 위한 정책을 총괄할 추진체계에 대한 계획은 내놓지 않았다. 10대 공약에 고용평등임금공시제 도입 등 공약이 일부 포함됐으나 전반적으로 성평등 목표를 제대로 명시하지 않은 채 파편적으로 제시했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지난 20대 대선 출마 당시 주요 5대 공약 가운데 ‘여성이 불안하지 않은 나라, 일과 돌봄의 걱정이 없는 사회’를 제시하며 성·재생산 건강권 보장을 약속했던 것에서 오히려 후퇴했다”며 “여성 공약은 10대 공약과 기존 정책을 짜깁기하고 보완하는 수준에 그쳤고, 대체로 안전 문제에 치중된 한계를 보였다”고 했다.

이어 “‘남성에게도 또 다른 무게를 지닌 모두의 과제’, ‘모두가 안전하고 행복한 대한민국’이라는 표현을 통해 성차별을 불평등 구조가 아닌 ‘모두’의 문제로 뭉뚱그리며 혹시 모를 반발을 회피하는 데에 급급하기도 했다”고 지적했다.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에 대해서는 “윤 정부와 단절하지 않았을 뿐 아니라, 그와 다를 것 없는 행보를 드러내고 있다”며 “여성과 장애인 등의 공무담임권을 침해한다는 이유로 위헌 결정이 난 군가산점제를 공약으로 제시하며 케케묵은 반여성적 정치에 편승하려는 태도를 보였다. 여성 공약에 여가부의 기능을 어떻게 복원하고 강화할 것인지에 대한 계획이 일절 포함돼 있지 않다”고 비판했다.

민우회는 “이처럼 대부분의 대통령 후보들에게서 성평등 사회 실현을 위한 통합적 이해와 적극적 정책 추진 의지가 보이지 않는다”며 “이번 선거가 어떻게 열리게 됐는지 후보들은 분명히 기억해야 한다. 윤석열을 파면한 페미니스트들은 차별과 혐오선동 정치는 더는 설 자리가 없다고 선언하고 성평등 정치로 나아가자고, 우리는 페미니스트 대통령을 원한다고 외쳤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대선 후보들을 향해 “광장의 요구를 받아 눈치 보지 말고 단호하게 구조적 성차별 해소를 위한 공약을 제시하고 실현 의지를 분명히 하라”며 “성평등 추진체계 강화, 여성 대표성 확대, 비동의강간죄 도입, 성별임금격차 해소, 돌봄권 보장, 안전한 임신 중지와 성·재생산권 보장,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을 위한 구체적인 계획과 방안을 제시하라”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