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운동가에서 강경 보수정치인으로… 김문수, 여성정책 성과와 비하 논란의 이중성
경기도지사 시절 여성정책 공약 이행 평가 ‘우수’ 고용노동부 장관 시절 육아지원 3법 시행 실무 성과도 여성 비하 발언과 성인지 감수성 논란은 숙제로 남아
[편집자 주] 여성신문은 제21대 대선을 맞아 이재명, 김문수 후보의 과거 발언과 여성·성평등 정책 이력을 중심으로 집중 조명합니다. 각 후보의 실제 행보와 입장을 객관적으로 검증해, 유권자 여러분의 현명한 선택에 도움이 되고자 합니다.
노동운동가에서 보수 정치인으로, 여성정책 ‘최우수’ 평가와 반복된 여성 비하 발언까지-김문수 후보의 삶은 성과와 논란이 교차하는 극과 극의 기록이다. 대선을 앞두고, ‘변절자’라는 꼬리표와 성인지 감수성 논란 속에서 그가 내세울 진짜 여성정책 비전은 무엇인가. 대선을 앞두고 그의 삶과 여성 관련 정책 및 주요 발언을 되짚어 본다.
김문수 후보는 1951년 경북 영천 농촌 가정에서 7남매 중 여섯째로 태어났다. 어린 시절 판잣집 단칸방에서 생활하면서 가난과 불평등을 직접 체감했고, 이 시기의 경험은 사회적 약자에 대한 관심과 운동의 동기가 됐다. 고등학교 졸업 후 1970년 서울대학교 경영학과에 진학했지만 두 차례나 제적당할 정도로 학생운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청계천 피복공장에서 재단 보조공으로 일하며 노동운동에 투신한 이후 전국금속노조 한일도루코 노조위원장을 역임했다. 그 시절 세진전자 노조위원장으로 활동하던 배우자 설난영을 만났다. 김 후보는 인생에서 가장 잘 한 것 중의 하나로 결혼을 자주 꼽는다.
1990년대 초 민중당을 통해 정계에 입문한 그는, 1994년 김영삼 당시 민주자유당 총재의 권유로 당에 입당하면서 보수 정당 활동을 시작했다. 소련 등 공산주의의 몰락과 민중당 패배가 진보적 정치 경로에서 이탈한 결정적 분기점이라는 평가가 있다. 그 이후 그에게는 ‘변절자’라는 꼬리표가 따라다닌다.
1996년부터 부천 소사구에서 내리 3선 국회의원을 거치며 보수 정치인으로 자리매김했고, 2006년부터 재선 경기도지사를 지냈다. 경기도지사 퇴임 후 2016년 대구 수성갑에 국회의원 후보로 출마했으나 김부겸 후보에 밀려 낙선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에는 ‘태극기 집회’에 참여하며 강경 보수 진영에 합류했다. 2018년에는 서울시장 후보로 출마했다가 박원순 시장에 밀려 낙선했다.
2020년엔 자유통일당을 창립하고 당대표로 활동을 시작했다. 그 이후 보수 성향의 유튜브 채널과 극우 성향 집회에 자주 모습을 드러냈다. 정치권의 중심에서 멀어져갈 무렵인 2023년 윤석열 정부에 의해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위원장으로, 2024년에는 고용노동부 장관으로 임명됐다. 장관 청문회에서 과거 여성 비하 발언 등이 논란이 됐고, 여성단체들의 반발도 있었지만 특별한 사과는 없었다.
“집에서 딸 하나 키운 아빠, 페미니스트란 소리도 듣는다”
김 후보는 국회의원 시절 결식아동 급식 지원 확대, 모자가정 지원 예산 확보, 여성 가장 자립지원 프로그램 강화 등 복지 사각지대 해소에 힘썼다. 여성의 경제활동과 육아 지원에는 적극적인 입장을 보였으나, 유리천장 해소, 성폭력·젠더폭력 근절 등 구조적 성평등 이슈에는 상대적으로 소극적이었다는 평가가 많다.
경기도지사 재임 시절에는 전국 최초로 3교대 직장어린이집을 도입하고, 가정보육교사제도 및 시간연장형 어린이집 확대 정책을 추진했다. 또한 여성의 고용지원을 위해 결식아동 급식, 아픈 아이 돌봄 서비스 등 복지와 고용을 연계하는 정책도 도입했다. 이러한 성과로 ‘한국여성단체협의회’ 및 ‘한국여성유권자연맹’이 주관한 여성·가족 정책 공약 이행평가에서 우수·최우수 단체장으로 선정됐다. 여성가족부가 발표하는 지역성평등지수도 2011년부터 2013년까지 상위권을 기록했다.
김 후보는 2010년 농촌여성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집에서 딸 하나 키운 아빠이다 보니 페미니스트란 소리도 가끔 듣는다”고 말했다. 또한 “제 아내도 일하다가 아이를 낳고 육아를 위해 전업주부의 길로 들어섰다”며 여성들이 경력을 지속할 수 있는 사회적 뒷받침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경기도지사 시절 김 후보는 여성정책책임관제 도입, 성별영향평가 확대, 경력단절 여성 취업지원 시스템 구축 등 다양한 여성친화 정책을 추진했다.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위원장 시절에는 “여가부 폐지론은 시대적 과제인 저출생·가족 문제 해결에 역행한다”며, “오히려 부처의 위상을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2023년 여성신문과의 인터뷰에서는 “오늘날 정책이 부족한 것은 출산, 육아, 교육, 입시 등 정책이 현장을 잘 알지 못해 헛돌아 생긴 공백”이라며 “(여성신문이) 여성들의 내면적 고민을 잘 보여주고, 바라보는 거울 같은 신문이 되어 주길 바란다”고 언급했다.
고용노동부 장관 시절에는 육아지원 3법(남여고용평등법, 고용보험법, 근로기준법) 통과 후 시행령 개정으로 임신-출산-육아 전 과정에서 일·가정 양립을 지원하는 정책이 강화됐다. 배우자 출산휴가 및 육아휴직 기간 확대, 중소기업 대체인력 지원금 인상, 단기 육아휴직급여 도입,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 등의 제도는 가족정책에 실질적 변화를 가져왔다. 그는 “육아는 여성의 몫이라는 인식을 바꾸는 게 중요하다”며 남성의 육아 참여와 기업 문화의 변화도 강조했다.
잇단 여성 비하 발언
하지만 김 후보의 언행은 정책 성과와 별개로 여러 차례 논란의 중심에 섰다. 2010년 걸그룹 소녀시대를 가리켜 “쭉쭉빵빵”이라는 성적 비유로 논란을 빚었다. 2011년에는 “춘향전이 뭡니까? 변사또가 춘향이 X먹으려고 하는 거 아닙니까”라는 여성 비하적 발언으로 문제가 됐다. 또 기자 간담회에서 “여성들은 활동의 폭이 남자보다 좁죠”라고 말해 여성 폄하성 말로 비판받았다.
2018년 서울시장 후보 시절 “도시도 여성이 매일 씻고 가꾸듯 다듬어야 한다”는 발언 역시 탈코르셋 운동 등 사회적 흐름과 배치된다는 지적이 나왔다. 2023년에는 “젊은이들이 개만 사랑하고 결혼도 안 하고, 애를 안 낳는다”는 발언으로 미혼 여성에 대한 편견을 드러냈다. 본격적인 선거운동이 시작된 12일 더불어민주당은 ‘김문수 망언집’을 통해 여성비하·약자조롱·차별발언을 공식적으로 지적했다.
이런 비판에도 불구하고 김 후보는 선거유세 첫날부터 “배현진 의원은 ‘미스 가락시장’ 뽑아서 가락시장 홍보대사로 임명하나…”라고 말해 소셜 미디어에서 여성 국회의원에 대한 차별적 발언이라는 지적이 쏟아졌다.
김문수 후보의 삶과 정치 여정은 한편으로는 사회적 약자와 여성의 권익 신장에 기여한 정책 성과로, 다른 한편으로는 반복된 여성 비하 발언과 성인지 감수성 부족 논란으로 엇갈린 평가를 받고 있다. 여성정책의 실질적 진전을 이끌었던 경험과 더불어, 시대의 변화에 부응하는 언행과 인식의 전환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대선을 앞두고 유권자들은 김 후보가 과거의 논란을 어떻게 성찰하고, 앞으로 어떤 성평등 비전을 제시할지 기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