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음의 탈을 쓴 극우 정치, 전광훈의 출마선언이 불길한 이유
[벌거벗은 남자들]
지난달 24일, 전광훈은 서울 여의도 자유통일당 당사에서 대통령 선거 출마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다행히 과거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집행유예를 선고받아 피선거권이 없기에 불출마로 결정됐으나 선고받고 확정된 후 10년이 지난 2028년 8월 이후부터 피선거권이 주어지기에 그 이후의 상황을 확신할 순 없을 것이다.
전광훈의 선거 출마 선언은 많은 이에게 놀라움과 불안을 안겨주었다. 그가 손현보 부산 세계로교회 목사와 함께 12·3 비상계엄 사태와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 정국에서 유난히 목소리를 드리운 인물이기 때문이다. 이들은 탄핵 반대 집회를 조직하고 대중 동원을 주도하며 서울서부지법 폭동 사태의 배후로 지목되기도 했다.
종교와 정치가 이토록 밀접하게 결합된 배경은 무엇일까. 신자들이 극우적 성향을 띤 채 정치 활동에 적극 나서는 현상은 단순한 우연이 아니다. 이러한 현상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한국 기독교의 역사적 흐름 속에서 정치적 노선과 종교적 신념이 어떻게 맞물려왔는지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전광훈과 자유통일당, 정치의 도구가 된 복음
기독교(‘기독교’는 사실상 천주교와 개신교를 두루 아울러 부르는 명칭이나, 본 글에서는 편의를 위해 ‘기독교’로 통일)는 기본적으로 ‘한국 전체를 기독교적 복음으로 다스리는 것’을 목표로 하는 민족복음화를 주장하며 이를 기반으로 2004년 총선부터 한국기독당을 창당한 뒤 선거 때마다 후보를 공천해왔다. 비록 현재 한국기독당은 해산되었으나 전광훈과 사랑제일교회를 주축으로 한 자유통일당 및 기독당, 기독대한당은 꾸준한 정치 행보를 이어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특히 기독대한당과 자유통일당은 극우 성향이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그렇다면 극우란 무엇인가? 정치학자 카스 무데가 정의한 극우(Far Right)는 보수주의 혹은 자유주의와 같은 ‘주류’ 우익과는 확연히 구분되며, “자유민주주의에 적대적인 ‘반체제’ 성향”을 띤다. 극우는 다시 극단우익(Extreme Right)과 급진우익(Radical Right)으로 나뉜다. 이들 중 극단우익은 파시스트 혹은 나치와 같은 반민주적인 견해를 밝히지만, 급진우익은 민주주의 제도 자체는 인정하나 평등 혹은 소수자의 권리 같은 자유민주주의의 핵심 요소에 반대하는 경향이 강하다.
극우 세력이 저항하고 반대하고자 하는 이념은 기독교 내 주요 이념과 매우 유사한 성향을 보인다. 지난해 10월 27일, 여의도와 광화문 인근에서 약 110만명(주최측 추산)이 참여한 연합예배가 진행되었다. 목적은 ‘건강한 가정, 거룩한 나라’를 주제로 성경에 근거해 정의당(현 민주노동당)을 포함한 일부 국회의원들이 발의한 동성혼 법제화에 반대하기 위함이었다. 이를 통해 소수자의 권리 보호를 외면하는 한국 기독교의 기본 이념은 앞서 살펴본 극우와 매우 유사하다는 걸 알 수 있다.
친미·반공의 유산, 그리고 윤석열의 ‘계몽령’
기독교가 비단 성소수자 배척과 차별금지법 반대만으로 극우 성향을 띠는 건 아니다. 기독교가 지닌 극우 행보의 뿌리는 6·25 전쟁을 겪으며 가지게 된 친미(親美)와 반공(反共)의 사상에서부터 비롯됐다. 기독교 입국론자였던 이승만 정권 당시, 한국 기독교는 많은 후원과 특혜를 받아오며 자유당은 ‘기독교 정당’으로 통념화됐고 고위 공직자 혹은 국회의원 중에서도 기독교 신자의 비율이 월등히 높았다. 성탄절이 국가 공휴일로 인정된 것 역시 이즈음이다. 당시 정권이 만들어낸 친미와 반공 사상은 현재까지도 한국교회의 원형적 가치로 자리매김하여, 이게 곧 오늘날 극우 집회에서 태극기와 함께 성조기가 높이 치솟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와 같은 역사를 배경으로 우리나라 기독교는 극우적 가치를 절대적 진리로 간주하며 이를 성경과 동일시하는 경향이 두드러진다. 작년 12월, 장로회신학대학교의 신약학 교수 김철홍은 윤석열 전 대통령을 “예수 그리스도에 준하는 인물”이라고 표현했으며, 한국사 강사 전한길 역시 ‘이기고 돌아왔다’라는 윤석열 전 대통령의 말에 “그 말씀을 들으면서 예수님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라고 밝혔다. 또한 이들은 윤석열 전 대통령이 내린 계엄령을 ‘계몽령’이라고 표현하며 그가 국가와 국민을 올바른 길로 인도하기 위해 ‘희생’한 것이라 주장한다.
오랜 역사 속에서 기독교는 극우 정치를 지지하는 측면이 강해졌다. 기독교 내부에선 이를 ‘진리를 찾아가는 과정의 일환’으로 간주할지 모르나 정작 외부에선 기독교 전체를 ‘개독교(개같은 기독교)’라고 표현하며 목사는 ‘먹사(먹고 살기 위해 진리를 팔아먹는 사람들)’라고 표현한다. 현재 기독교가 추구하는 바가 본래 따라야 할 성경의 진리가 아닌, 세속적인 영역을 따르기 때문이다.
종교는 특정 정치 세력과 이념에 좌우되어선 안 된다. 이들이 따라야 할 건 자신이 믿는 신과 성서 속 진리다. 이사야 1장 17절에 따르면 “선행을 배우며 정의를 구하며 학대받는 자를 도와주며 고아를 위하여 신원하며 과부를 위하여 변호하라 하셨느니라.”라는 구절이 있다. 성경은 누구 하나 차별하지 않은 채, 특히 약자와 소외된 자들에게 관심 가져야 함을 논하나 현재 한국 기독교가 성경의 진리를 따르고 있는지를 묻노라면 의아할 뿐이다.
다시 한 번 성경을 읽고 진정으로 사랑을 행하는 일이 무엇임을 깨닫자. 다음은 이사야 1장 13절에 나오는 말씀이다.
“여호와께서 말씀하시되 너희의 무수한 제물이 내게 무엇이 유익하뇨 나는 숫양의 번제와 살진 짐승의 기름에 배불렀고 나는 수송아지나 어린 양이나 숫염소의 피를 기뻐하지 아니하노라.”(사 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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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 주] '남성과함께하는페미니즘(이하 남함페)'은 남성 연대에 균열을 내고 함께 페미니즘을 공부·실천하고자 교육, 연구, 집회 등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다. <벌거벗은 남자들>은 그간 가부장제 아래 왜곡된 남성성에 변화를 만들고자 남함페 활동가 5인이 남성 섹슈얼리티, 관계, 돌봄 등 남성의 삶 전반을 페미니즘적 시선으로 톺아보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