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폭력 따로 스토킹 따로…젠더폭력 통합 대응체계 필요”

경찰인재개발원·경찰젠더연구회, 학술 세미나 개최 ‘젠더폭력과 경찰, 현주소와 과제’ 주제로 진행

2025-05-13     김세원 기자
서신영 경사(서울경찰청 여성안전과)가 13일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에서 개최된 경찰인재개발원과 경찰젠더연구회의 공동 학술 세미나에서 ‘젠더폭력 관련 개별 입법에 따른 경찰 대응의 한계’라는 주제로 발표하고 있다. ⓒ김세원 기자

성폭력과 가정폭력, 스토킹, 성매매 등이 ‘젠더폭력’이라는 공통점을 지니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개별 법률로 분산 규율된 탓에 현장에서 경찰이 대응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서신영 경사(서울경찰청 여성안전과)는 13일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에서 개최된 경찰인재개발원과 경찰젠더연구회의 공동 학술 세미나에서 “젠더폭력은 다양한 형태의 범죄로 나타난다. 이를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분산된 법체계를 통합해 포괄적이고 일관되게 법률을 재정비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젠더폭력과 경찰, 현주소와 과제’라는 주제로 개최된 이번 학술 세미나는 경찰의 젠더폭력 대응체계를 성인지적 관점에서 진단하고, 개선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진행됐다. 이 자리에는 조주은 경찰청 여성안전학교폭력대책관과 김효선 여성신문 발행인 외에도 경찰젠더연구회 회원 등 100여명이 참석했다. 

‘젠더폭력 관련 개별 입법에 따른 경찰 대응의 한계’라는 주제로 발표한 서 경사는 “디지털 성범죄는 유포를 기준으로 여성청소년 수사팀과 사이버 수사팀으로 구분돼 수사가 진행이 된다. 그러나 디지털 성범죄의 범죄 양상은 복잡해 단순히 정보통신망 유포 여부를 기준으로 업무 분장을 하면 성폭력 범죄의 특수성이 고려되지 않는 상황이 발생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아울러 차후 다른 범죄 행위가 드러났을 때 관할 부서를 옮기는 등 내부 행정적인 절차로 인해 피해자가 불필요하게 반복 진술하는 상황이 벌어진다”며 “이로 인해 2차 피해의 가능성이 높아지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이에 서 경사는 “범죄 행위에 따라 단순히 (수사를) 이원화를 할 것이 아니라 정보통신 기술을 기반으로 한 젠더폭력 범죄라는 인식 하에 이를 아우르는 전문 수사팀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경찰인재개발원과 경찰젠더연구회는 13일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에서 ‘젠더폭력과 경찰, 현주소와 과제’라는 주제로 공동 학술 대회를 개최했다. ⓒ김세원 기자

서 경사는 또한 젠더폭력 관련 법들이 처벌법과 보호법의 형태로도 이원화돼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그는 “젠더폭력 관련 부서는 범죄 예방 및 피해자 보호를 주관으로 하는 여성청소년계와 수사를 주관하는 수사팀으로 이원화돼 있다”며 “성매매의 경우 단순 성매매 단속은 생활질서계의 풍속 담당이, 성매매 관련 수사는 여청 수사팀으로 나눠져 있다”고 말했다. 

서 경사는 “젠더폭력은 범죄의 특성에 대한 이해가 부족할 경우 심각한 2차 피해를 야기할 수 있다”며 “젠더폭력의 특성을 충분히 고려한 상태에서 법률 체계 정비와 업무 분장이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김효정 한국여성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도 “젠더폭력의 중요한 특성 중 하나는 피해가 피해자의 전 생애에 걸쳐 복합적으로 발생한다는 것”이라며 “범죄 유형별로 개별 입법된 법체계와 젠더폭력에 대한 낮은 사회적 이해는 경찰 조직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젠더폭력 관련 범죄의 주무 부서가 폭력 유형과 기술 개입 여부, 피의자 특정 여부 등에 따라 파편화된 부분이 개선돼야 한다. 또한 경찰들이 성인지적 관점과 피해자 중심성에 기반해 적절한 대응과 판단을 내릴 수 있도록 경찰 양성 과정에서부터 성인지 감수성을 함양할 수 있는 교육이 이뤄져야 한다”고 부연했다.

이외에도 이날 학술 대회에서는 김효주 경정(경찰청 인권보호담당관실)과 엄정연 경사(서울 마포경찰서) 등이 주제 발표에 나섰으며, 민고은 한국여성변호사회 이사, 김형일 경찰청 범죄피해자보호계장 등이 토론자로 나섰다. 

한편 이번 학술 대회를 주관한 경찰젠더연구회는 현직 여성 경찰관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현장학습 연구모임이다. 2017년 15명의 경찰관이 주축이 돼 활동을 시작한 경찰젠더연구회는 2019년 이른바 ‘대림동 여경 사건’ 당시 “여성경찰에 대한 혐오와 비하를 멈춰달라”는 취지의 성명서를 내며 본격적으로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현재 성평등한 조직문화 조성과 치안 서비스 제공을 위한 젠더 연구 활동을 지속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