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서울시의회 김영옥 보건복지위원장, 30년 현장 복지 전문가
[내 삶을 바꾸는 풀뿌리 생활정치] ⑧김영옥 서울시의원(국민의힘) 새마을부녀회에서 서울시의회까지…“30년 현장 경험, 복지정책으로 실현하고파” 다문화 여성·아동·청년·노인까지 아우른 정책… “복지는 사람을 향해야”
[편집자주] 지역주민을 대변해 풀뿌리 현장에서 뛰면서 우리 삶을 바꾸는 정책을 만드는 지방의원들을 소개합니다. 정책과 변화의 이면에 숨겨진 이야기를 들어봅니다.
서울시의회 김영옥 보건복지위원장은 ‘시민이 함께하는 현장중심의 복지’를 캐치프레이즈로 현장에서 직접 겪고 봐온 문제들을 복지정책으로 실현해왔다. 새마을부녀회 활동으로 시작된 지역 봉사 경험은 그를 정치로 이끌었고, 이제는 시의원으로서 서울시민들의 삶에 실질적인 변화를 가져오는 정책들을 펼치고 있다. 여성신문은 지난 29일 서울시의회 본관에서 김영옥 보건복지위원장을 만나 그의 삶의 궤적을 들여다봤다.
“30년간 현장에서 느낀 문제들을 제도와 정책으로 직접 해결하고 싶었어요.” 김 위원장은 정치 입문의 동기를 이렇게 설명했다. 2014년 광진구의회 지역구 의원으로 도전해 당선됐지만, 2018년 재선에 실패하는 아픔도 겪었다.
국민의힘 후보로 19년 만에 시의원 당선
“2022년 정치 재도전을 두고 가족에게 털어놓는 것이 가장 어려웠어요. 고민을 거듭하다 남편에게 말했죠. 남편은 20일간 고민 끝에 ‘같이 도전해보자’고 하더군요.” 남편의 격려와 지지로 다시 용기를 냈다. “남편은 본업을 멈추고, 저보다 서너 배 더 많은 명함을 뿌릴 정도로 열심히 해줬어요.”
그는 스스로를 “중요한 일을 결정할 땐 치열하게 고민하지만, 결단을 내리면 바로 행동으로 옮기는 스타일”이라 말했다. “시의원 출마할 때 남편뿐 아니라 22명을 멘토로 삼고 의논했어요. 새마을부녀회 활동할 때부터 터득한 방식이죠. 항상 임원들과 함께 상의하고, 합의가 이뤄지면 밀고 나가요.” 국민의힘 후보로 19년 만에 서울시의원에 당선된 것도 선거 기록으로 남았다. 수십 년 동안 행동으로 보여준 헌신적인 봉사, 다문화가정 지원사업, 투명한 회계 처리 등은 그의 저력을 보여준다.
새마을중앙회 모범사례...다문화가정 지원 사업, 투명한 회계 관리 시스템
“기존 관행에서 탈피하고 싶었어요. 연말 포상금 2백만원으로 ‘사랑의 뜨개질’ 사업을 시작했어요. 다문화 가정 여성들에게 뜨개질을 가르쳐 일거리를 창출했죠. 사업이 잘되니 나중엔 새터민까지 합류했어요.” 각계에서 재료비를 후원받고, 판로를 연결해 3년 동안 사업을 진행했다.
새마을부녀회 판매 사업으로 기금을 마련해 회원들과 함께 ‘다문화 여성 친정 방문’ 사업도 추진했다. 거기에서 그치지 않고 필리핀 친정 마을 학교에 컴퓨터, 가방, 학용품 등의 후원 물품 보내기 사업도 이어갔다. 회계의 투명화를 위해 회계 관리를 철저히했다. 광진구 새마을부녀회의 다문화가정 지원사업은 새마을중앙회에서 최우수상을 수상했고, 투명한 회계 관리 구축도 전국의 모범사례가 됐다.
새마을부녀회장 시절 아차산 해맞이 행사 참가자들을 위한 떡국 6천 그릇을 준비한 일화도 있다. “행사를 앞두고 시뮬레이션 발표를 위해 설계도를 직접 다 그렸어요. 밥차를 빌려 3일 전부터 뼈를 고아 육수를 끓이고, 동선을 짜고, 팀을 나눠 지단을 부치고 파를 썰게 했지요. 서울시 자치구 중 첫 시도였는데 큰 호응을 얻었어요.”
구의원 낙선 후, 요양보호사 자격증을 취득한 얘기도 들려줬다. “실습이 어렵다고들 하는데, 가족 돌봄 경험이 있어 3개월 실습을 수월하게 할 수 있었어요.” 그는 외국에서 돌봄 인력을 들여오기 전에 국내 다문화 여성들이 경제활동 할 수 있는 우선권을 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문화가정 여성들이 요양보호사 자격증을 취득할 수 있도록 1년 정도 충분한 시간을 두고 지원하면 충분히 가능하다고 봐요.”
세대 아우르는 정책들… 아동부터 노인까지
그가 추진해온 많은 정책은 삶의 경험에서 시작됐다. 친정어머니와 자녀, 손자녀까지 4세대가 함께 살아가며 겪는 현실이 정책으로 연결됐다. 다자녀 기준을 기존 3인에서 2인으로 낮춘 ‘다자녀 가족 지원 조례’ 개정안 발의는 그 대표 사례다. 조례 개정으로 두 자녀(18세 이하) 가정도 육아 지원 대상에 포함돼 다양한 혜택을 받게 됐다. 그는 11명의 자녀가 있는 다문화가정도 지역 자원을 연계해 지원하고 있다.
‘영아돌봄수당 및 이용권 지급 사업’으로 친인척과 민간 돌봄기관을 통한 다양한 돌봄 방식도 확대했다. 아동급식카드 사용처 확대, 어린이집 아동학대 등 형사 사건을 대비한 보험금 지원 정책도 관계자들의 만족도가 높은 정책이다. “서울시가 최초로 도입한 정책인데 전국적으로 확대되길 기대하고 있어요.” 그는 시민 체감도가 높은 생활 밀착형 복지정책을 추진한 공로로 지난 3월 ‘제1회 복지의정대상’을 수상했다.
최근에는 청소년 액상담배 문제에 주목하고 있다. “마라맛 액상 담배가 아이들 ‘버킷리스트’라는 얘기를 들었을 때 충격이었어요. 액상 담배 흡입하다 담배로, 나아가 마약으로 연결될 수 있거든요.” 그는 ‘마약’ 관련 용어를 식품 등의 표시·광고에 사용하지 않도록 권고하고 그에 대한 비용도 지원하는 내용의 조례 개정안을 발의해 인터뷰 당일 본회의를 통과했다.
‘경로당 외식 데이’에서 돌봄통합까지… 복지 생태계에 민간 연결고리 만든다
관련 예산 삭감으로 좌초될 뻔했던 ‘미혼 남녀 만남 사업’은 기업 후원을 유치해 살려냈다. 김선숙 여성가족실장과 함께 기획한 ‘한강 설레임’ 행사는 3400명이 신청하는 등 큰 호응을 얻었다. “여성 신청자가 더 많았어요. 우리 사회는 건전하게 이성을 만날 기회가 차단돼 있어요. 시민들의 요구가 많아 참가 연령도 39세에서 45세로 확대했어요. 1년에 분기별로 행사를 늘릴 계획입니다.”
광진구에서 시작한 ‘경로당 외식 데이’는 민관 협력 복지 모델로 평가받는다. 공공이 틀을 마련하고, 지역 식당과 자원봉사단체, 복지시설이 연계돼 수평적 협력 관계가 형성됐다. “이 사업 이후 신규 회원이 900명 증가했어요. 문화 요소까지 결합하면 지역 경제에도 도움이 됩니다.” 그는 타 자치구에도 이 사업이 확대될 수 있도록 담당 부서와 협의를 진행 중이다.
통합돌봄지원법 시행에 따라 지역사회 복지의 기능 재정립도 강조했다. “의료·요양·돌봄을 유기적으로 연계해 통합적·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는 핵심으로 지역사회 복지 기능도 다시 자리 잡아야 합니다.” 폐지 줍는 어르신들의 안전 문제에도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수레를 안전하게 개조하고, 반사판과 야광 조끼 보급을 확대해 야간에도 시야를 확보할 수 있게 해야 해요. 무엇보다 안전 교육이 시급합니다.”
“어머니의 인내와 아버지의 존중이 지금의 나를 만들었다”
4남매의 맏이로 태어난 김 위원장은 어머니의 삶을 통해 ‘배려’와 ‘책임’을 배웠다. “어머니 밑에서 성장한 시간은 저의 삶을 관통하는 뿌리예요.” 아버지는 서라벌예술대학을 졸업한 영화 연출과 감독으로 활동한 예술가였다. “저에게 단 한 번도 강요하거나 억압하지 않았어요. 저의 선택을 늘 존중해 주셨고, 저의 선택을 응원해 주셨어요. 아버지는 ‘진정한 존중’이 무엇인지를 삶으로 보여준 분이었죠.”
그는 삶 속에서 자연스레 한부모 가정의 어려움과 취약계층의 삶에 관심을 갖게 됐다. “한부모 가정은 고소득층 아니면 지원 기준을 다 풀어야 한다고 봐요. 무엇보다 부자 가정은 정책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어 더 많은 지원이 필요해요. 복지는 사람을 향해야 합니다.”
김 위원장은 여성신문 뉴스레터를 통해 젠더 이슈에도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육아 문제 등 여성들이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어요. 남녀 모두 웃으며 살 수 있는 그런 세상이 왔으면 좋겠어요. 그러기 위해서는 여성 시민들의 목소리를 정책에 더 많이 반영해야 한다고 생각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