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진아·치즈, 인디 간판스타들의 ‘홀로서기’

치즈(달총), 2017년부터 1인 체제 활동 10여 년 만에 정규 2집 '잇 저스트 해픈드' 발매 'K팝스타' 출신 권진아, 안테나 떠나 1인 레이블로 6년 만에 정규 3집 '더 드리미스트' 발매 각각 5월 단독 콘서트 개최 예정

2025-04-30     김나연 기자
왼쪽부터 싱어송라이터 치즈(달총), 권진아. ⓒ무드밍글, 어나더

10년 넘게 깊은 감성으로 독창적인 음악을 선보여온 두 여성 싱어송라이터가 최근 새 정규앨범으로 돌아왔다. 감미로운 목소리와 따뜻한 감성으로 사랑받아온 치즈(달총)는 1인 밴드로, 'K팝스타' 출신 감성 보컬리스트 권진아는 독립 레이블로 각각 '홀로서기'에 나섰다. 각자 다른 방식으로 자신만의 음악적 길을 개척해 나가는 두 여성 아티스트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치즈(달총). ⓒ무드밍글

치즈(달총), 1인 체제 속 '나'라는 정체성을 찾아서

치즈는 2010년 4인조 밴드로 시작해 2017년부터 지금까지 보컬 겸 작곡가인 달총 1인 체제로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어쿠스틱 팝과 인디 음악의 경계를 자유롭게 넘나들며, 로맨틱한 멜로디와 섬세한 감성, 따뜻하고 포근한 목소리로 오랜 시간 대중의 사랑을 받아왔다.

'좋아해', 'Madeleine Love(마들렌 러브)', '어떻게 생각해', '오늘의 기분' 등은 감정을 조곤조곤 풀어내는 특유의 가사와 몽글몽글한 멜로디로 수많은 이들의 플레이리스트에 꾸준히 이름을 올렸다. 특히 2020년 발매한 'I can't tell you everything'의 더블 타이틀곡 '오늘의 기분'은 일상 속 위로와 공감을 전하며 '감성 플레이리스트 필수템'으로 자리매김했다. 음악이 주는 따뜻함, 공감 가능한 이야기, 그리고 무엇보다 '치즈다운 감성'이 바로 그 인기의 비결이다.

데뷔 15년 차 밴드지만 7년이라는 시간을 달총 홀로 치즈를 지켜왔다. 그는 이제 치즈를 상징하는 '음색'이자 치즈의 '정체성'이 됐다.

"1인 체제는 10년 가까이 됐어요. 다인으로 시작했다보니 어려움이 많았어요. 부딪히는 것도 많고, 한 가지가 정해지기까지 시간도 오래 걸리고요. 1인 체제 후에는 제 입맛대로 할 수 있죠. 근데 그러기엔 굉장한 용기와 책임감이 필요해요. 1인 체제 후 결정에 대한 책임을 지고 싶은 마음에 스스로 노력을 많이 했어요."

멤버들의 부재로 인한 평가로 상처도 받고, 불안감으로 헤매기도 했다. 또 대중이 기대하는 치즈의 감성이 있다는 것도 알기에 트렌드를 놓치지 않으려 노력했다. 긴 고민 끝에 치즈는 "다인 체제든, 1인 체제든 치즈의 정체성은 결국 '나'"라는 결론에 다다랐다.

지난 24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신촌로 '예스24 원더로크홀'에서 열린 정규 2집 'It just happened(잇 저스트 해픈드)' 미디어 쇼케이스에서 치즈는 "혼자 결정하고 혼자 책임져야 한다는 건 엄청난 용기가 필요한 일"이라고 밝혔다.

'잇 저스트 해픈드'는 2015년 정규 1.5집 'Plain(플레인)' 이후 약 10년 만에 발매하는 치즈의 두 번째 정규앨범이다. 타이틀곡 '그렇게 됐어'를 비롯해 앨범 전곡의 작사 또는 작곡에 참여한 그는 "곡을 쓸 때 청자의 감정을 고려하면서도 내 성향, 성격이 들어간다"고 강조했다.

타이틀곡 '그렇게 됐어'는 보사노바 리듬의 기타와 낭만적인 스트링, 경쾌한 목관 악기가 어우러진 어쿠스틱 팝 트랙이다. 밴드 DAY6(데이식스) 멤버 영케이(Young K)가 피처링으로 참여해 산뜻한 매력을 더했다. 치즈는 "영케이와는 4~5년 전 유튜브 라이브 콘텐츠로 인연을 맺었다"며 "이번 피처링 제안을 흔쾌히 수락해 줘 감사하다"고 전했다.

앨범 곳곳에서는 치즈 특유의 유쾌한 상상력이 빛난다. 수록곡 '작전명 하이볼!'은 "썸을 타는 두 사람이 하이볼을 매개로 가까워지는 이야기"를 담은 곡으로, 치즈는 이 곡에 대해 "우리 집으로 초대해 하이볼을 만들어주겠다는 달콤한 제안"이라며 웃었다.

진지한 감성도 담았다. '그 해 우리는'은 2021년 화제를 모았던 동명의 드라마 제목에서 착안해 "서툴렀던 그 시절의 우리를 되돌아보며 그 아름다움을 노래한 곡"이라고 설명했다. 'Truly'는 치즈 개인의 섬세한 내면을 드러낸 곡으로, "진정한 사랑은 변하지 않을 거라는 믿음"이라는 메시지를 담았다.

'링링'에서는 가수 스텔라장과 호흡을 맞췄다. 치즈는 "이 곡을 만든 직후 스텔라장이 떠올라 바로 연락했고, 작업은 두 시간 만에 끝났다"며 "처음 받은 랩과 가사가 마음에 쏙 들었다"고 밝혔다. 

권진아. ⓒ어나더

권진아, 1인 레이블 설립으로 '자유'를 찾아서

맑고 청아한 음색과 깊은 감정을 담은 폭발적인 가창력으로 주목받은 권진아는 2013년 SBS 오디션 프로그램 'K팝스타 시즌3'에서 심사위원들의 극찬을 받으며 대중 앞에 첫발을 내디뎠다. 데뷔 이후 '끝', '위로', '운이 좋았지', '론리 나이트', '진심이었던 사람만 바보가 돼' 등 담백하고 진정성 있는 발라드로 감성 보컬리스트로서의 입지를 공고히 했으며, R&B, 팝, 모던 록 등 장르의 경계를 넘나드는 음악으로 한층 넓은 음악적 스펙트럼을 선보여왔다.

특히 2019년 정규 2집 '나의 모양'과 이후 발표한 다수의 OST 곡들을 통해 섬세한 서사를 담아내며 '믿고 듣는 여성 싱어송라이터'로 자리매김했다. 최근 발표한 정규 3집 'The Dreamest(더 드리미스트)' 역시 전곡을 직접 작사·작곡·편곡하며 아티스트로서의 완성도를 보여줬고, 발라드 정체성을 유지하면서도 내면의 성장과 감정의 결을 섬세하게 표현해 또 한번의 음악적 도약을 알렸다.

권진아는 지난해 9월 10년 가까이 몸담았던 안테나와의 전속계약 종료 후, 지난 2월 1인 레이블 어나더를 설립했다.

지난 25일 서울 서대문구 앤트러사이트 연희점에서 열린 정규 3집 '더 드리미스트' 미디어 음감회에서 그는 "주체적으로 나를 밀어주는 팀과 함께 다양한 이야기를 해보고 싶었다"고 밝혔다.

권진아는 "어린 나이에 미디어에 노출되며 혼란스러웠다"며 "'난 어떤 사람인가'에 대한 확립 없이 사회생활을 시작해서 '타인이 말하는 나'와 '진짜 나' 사이 간극에 대한 고민에 빠져 힘들었다"고 털어놨다. 하지만 "집요하고 치열하게 나를 찾는 시간을 보냈고, 이제는 좀 더 편안하게 나를 바라보게 됐다"고 했다.

"20대 끝자락에서 새로운 도전을 하고 싶었어요. 오랜 꿈이 레이블을 만드는 거였고, 많은 분들의 도움으로 어느 때보다 편안하게 정규 앨범을 내게 됐어요."

오랜 시간 '권진아'라는 이름으로 음악을 이어올 수 있었던 힘에 대해 그는 놀랍게도 단순한 답변을 내놓았다.

"10년간 음악 활동을 이어올 수 있던 원동력은 결국 '재미'였어요. 음악이 너무 재밌어요. 재밌는 사람은 못 이긴다고 하잖아요?"(웃음)

6년 만에 발표한 정규앨범 '더 드리미스트'는 권진아의 한층 성숙하고 단단해진 음악 세계를 보여준다. 전곡 작사를 권진아가 직접 맡았고, 작곡과 편곡에도 적극 참여했다. 더블 타이틀곡 '재회'와 '놓아줘', 선공개곡 'Love & Hate'는 모두 발라드 장르로, "새로운 모습을 발라드 정체성 안에서 보여주고 싶었다"며 "잘할 수 있는 걸 더 잘하자"는 각오로 임했다고 말했다.

'재회'는 헤어진 연인을 다시 만난 상황을 노래한다. 어린 날의 실수와 어설펐던 사랑을 담담히 돌아보며, "지금은 각자의 길을 잘 걸어가자"고 조용히 손을 놓는다. 반면 '놓아줘'는 벼랑 끝에 선 두 사람의 위태로운 감정을 절절히 담아낸 곡이다.

수록곡에는 R&B와 모던 록 등 다양한 장르를 담기도 했다. 특히 '어른이 된 아이'에서는 어린 시절의 향수를 노래한다. 권진아는 "어릴 때는 몰랐던 것들을 어른이 되고 나서야 알게 됐다"며 "그땐 이해하지 못했던 것들, 부모님도 나와 다르지 않다는 것과 어린 시절의 향수를 가득 담은 곡을 쓰고 싶었다"고 말했다.

치즈(달총), 권진아. ⓒ무드밍글, 어나더

각자의 방식으로 '나다움'을 찾아가는 여정

두 아티스트의 음악적 배경과 스타일은 다르지만, 자신만의 방식으로 대중음악 시장에서 '홀로서기'에 성공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치즈는 밴드 내 유일한 멤버로 남아 모든 음악적 결정을 스스로 내리는 길을 선택했다. 권진아는 오랜 시간 함께한 소속사를 떠나 독립 레이블 '어나더'를 설립하며 제작자로서의 새로운 도전을 시작했다. 

이들의 최신 정규앨범은 10년 이상의 음악 경력 동안 쌓아온 고민과 성장의 결실이라는 점에서 더욱 의미가 깊다. 그 바탕에는 '나다운 것', '내가 성장해야 하는 방향'에 대한 끊임없는 고민이 있었다.

치즈는 "대중이 생각하는 제 모습과 제가 앞으로 성장하며 바뀌어야 하는 중간 지점을 늘 고민한다"고 밝혔다. 권진아는 "나다운 길로 가는 것이 결국 자유"라며 "모두가 내 모양과 각자의 방식대로 살면 좋겠다는 어렵고도 기본적인 꿈이 있다. 앞으로도 '당신이 당신답게 살아갔으면 좋겠다'는 이야기를 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5월 단독 공연도 예정

이번에 발매된 정규앨범의 음악을 라이브로 만날 수 있는 기회가 곧 찾아온다. 권진아는 오는 5월 10일과 11일 양일간 서울 잠실 실내체육관에서 단독 공연을 연다. 꿈을 외치는 그녀의 포부를 담은 이번 앨범답게 "좀 더 큰 공연장에서 공연하는 게 꿈"이라며 "KSPO돔, 고척돔, 그리고 언젠가 '코첼라' 무대로 이어졌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밝혔다.

치즈 역시 같은 달 17일과 18일 양일간 신한카드 SOL페이 스퀘어 라이브홀에서 단독 공연을 개최한다. 음악에 있어 늘 도전을 고민한다는 그는 이번 앨범을 작업하며 용기를 냈다고 했다. "대중을 만족시키기 위해 기존 모습을 지킬지, 더 도전할 것인지 고민해요. 치즈의 현재 위치와 앞으로 나아갈 방향에 대해 함께 고민해주시는 분들 덕분에 용기를 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