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에너지 자립 실험 나선다…파주·의왕 ‘분산에너지 특화지역’ 신청
파주, 전국 첫 전력소매 공공모델 추진…중소기업 ESG 대응까지 지원 의왕, 민간 주도 마이크로그리드 실증…신재생에너지 저장·판매모델 선보여
경기도가 전력 소비구조를 소비자 중심으로 전환하는 에너지 자립 실험에 본격 착수한다. 도는 산업통상자원부가 공모 중인 ‘분산에너지 특화지역’ 대상지로 파주시와 의왕시를 공식 신청했다고 10일 밝혔다.
분산에너지 특화지역은 지역 내에서 태양광 등으로 생산한 전력을 한국전력공사를 거치지 않고 자체 소비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분산에너지 활성화 특별법’에 따라 특구로 지정되면 발전사업자가 발전과 판매를 동시에 수행할 수 있으며, 일부 요금 자율화도 가능해져 전력 소비자가 자신에게 유리한 요금제를 직접 선택할 수 있다. 또한 특화지역으로 지정되면 전력거래 특례 등 제도적 기반 아래 자율적인 에너지 사업이 가능해진다.
파주시는 전국 최초로 공공이 주도하는 전력소매사업 모델을 추진한다. 파주도시관광공사를 전력소매사업 주체로 지정하고, 총 17메가와트(MW) 규모의 공공 재생에너지 생산기지를 조성할 계획이다. 특히 파주 LCD산단, 출판산단 등 전력 수요가 집중된 지역에 안정적으로 전력을 공급함으로써 중소기업의 ESG(환경·사회·지배구조) 대응을 지원하고, 시민에게는 ‘알뜰전기 요금제’, ‘RE100 요금제’ 등 맞춤형 전력상품을 제공할 방침이다.
의왕시는 민간이 주도하는 분산에너지 실증 모델을 준비했다. 학의동 일원에 친환경 마이크로그리드를 구축하고, ‘도심형 저장전기판매사업’을 실증한다. 전력이 남는 심야 시간대나 신재생에너지 잉여 전력을 에너지저장장치(ESS)에 저장했다가 수요가 높은 시간에 재판매하는 방식이다. 이는 재생에너지의 간헐성 문제를 해결하고, 전력 시장의 수요-공급 구조를 보완하는 새로운 수익모델이 될 수 있다.
경기도는 두 지역을 각각 공공주도형과 민간주도형으로 병행 실증한 뒤, 전국 확산이 가능한 대표 모델로 발전시킬 계획이다. 시민과 기업이 직접 에너지 생산과 소비에 참여하는 구조로 전환하고, 지속가능한 지역 기반 에너지 생태계를 조성하겠다는 목표다.
해외에서도 유사한 사례가 존재한다. 일본 돗토리현과 미국 캘리포니아주는 지자체가 전력소매사업을 직접 추진하며 주민 중심의 전력 체계를 운영하고 있다. 경기도의 이번 계획은 이들 해외 모델과 구조적으로 유사하며, 국내 분산에너지 시장을 본격적으로 열어가는 첫 사례로 평가된다.
주민의견 수렴 절차도 병행된다. 특화지역 지정 계획안은 4월 11일부터 5월 11일까지 한 달간 주민공람에 들어간다. 경기도청 누리집과 에너지산업과, 각 시청 민원실에서 열람 가능하며, 전자우편 또는 서면을 통해 의견을 제출할 수 있다. 도는 수렴된 주민 의견을 반영해 계획안을 보완하고, 특구 지정 이후 제도적 기반을 바탕으로 본격적인 사업을 추진할 예정이다.
김연지 경기도 에너지산업과장은 “경기도는 에너지 수요가 전국적으로 높은 지역 중 하나”라며 “‘경기 RE100’ 정책을 통해 국가 에너지 수급 균형에 기여해 왔다. 이번 특화지역 지정은 전력계통 부담을 완화하고 지역경제 활성화 및 전력시장 구조 전환의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경기도의 파격적인 실험이 성공할 경우, 이는 전국 지자체의 에너지정책에 중대한 방향타를 제공하게 될 전망이다. 에너지 생산과 소비의 주체가 국민으로 전환되는 길목에서, 이번 공모는 단순한 시범사업을 넘어 분산에너지 확산의 촉매제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