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 오른 ‘장미 대선’, 출마 러시

민주, 이재명 강세 속 비명계 출사표 국힘, 절대강자 없어 후보 난립 양상

2025-04-10     이하나 기자
조기 대선 출마 예정자. 사진=연합뉴스

21대 대통령 선거가 오는 6월 3일 치러지는 것으로 확정되면서 차기 대권을 노리는 잠룡(潛龍)들의 출사표가 잇따르고 있다. 윤석열 전 대통령의 파면으로 치러지는 이번 조기 대선에서 정권 심판론을 들고 3년 전 패배의 설욕을 벼르는 더불어민주당 후보들과, 절대 강자가 없는 구도 속에서 정권 재창출을 노리는 국민의힘 후보들이 앞으로 50여일 동안 명운을 건 열전에 돌입할 전망이다. 

현재 각종 여론조사에서 대선후보 지지도 1위를 달리고 있는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9일 대표직에서 물러나며 대권 도전을 공식화했다. 15일에는 자신의 정치철학을 담은 저서 ‘결국 국민이 합니다’를 출간한다. 그간 대선 출마와 관련해 직접적인 언급을 아껴온 이 대표지만 윤 전 대통령이 파면되고 대선 날짜가 확정된 만큼 대권 행보를 본격화하는 양상이다.   

민주당 내 비명(비이재명)계 후보들의 출마 선언도 이어지고 있다. 먼저 김두관 전 의원이 7일 개헌 및 범진보 진영 통합을 위한 완전국민경선(오픈프라이머리)을 제안하며 당내에서 가장 먼저 출마를 선언했다. 김동연 경기도지사는 9일 인천국제공항에서 출사표를 던졌다. 김경수 전 경남지사도 대권 도전을 유력하게 검토 중이며, 김부겸 전 총리도 출마를 두고 막판 고심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출마가 점쳐졌던 김부겸 전 국무총리와 박용진 전 의원은 불출마 의사를 밝혔다.  

국민의힘에서는 대권 도전 선언을 했거나 예고한 인사만 벌써 7명에 달하며 ‘출마 러시’라는 말이 나오고 있다. 출마 가능성이 있는 인사들까지 포함하면 당내 경선에 참여할 주자는 두 자릿수를 넘길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여론조사에서 보수 후보 중 선두권에 있는 김문수 전 고용노동부 장관은 장관직을 사퇴하고 9일 출마를 선언했다. 김 전 장관은 국회 기자회견에서 “12가지 죄목으로 재판받고 있는 피고인 이재명을 상대하기에는 가진 것 없는 깨끗한 손 김문수가 제격”이라고 주장했다.

한동훈 전 대표는 10일 국회 본청 앞에서 출마를 선언하고, 오세훈 서울시장과 홍준표 대구시장도 여의도에 마련한 선거사무실에서 각각 출마 선언한다.  이철우 경북지사와 유정복 인천시장은 9일 출마를 선언했다.  

박형준 부산시장, 김태흠 충남지사, 이장우 대전시장 등 다른 광역단체장들의 대권 도전 가능성도 거론된다. 유승민 전 의원을 비롯해 김기현·나경원·윤상현 등 윤 전 대통령 탄핵에 반대했던 인사들의 출마 가능성도 계속 언급되고 있다.

후보군이 많아지면서 예비경선(컷오프) 방식과 인원, 당심·민심 반영 비율 등 경선 룰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이 과정에서 윤 전 대통령 탄핵소추에 찬성했던 인사들과 반대한 인사들 간 신경전이 재점화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특히 당원 투표 비중이 줄고 일반 국민 여론조사 비율이 늘어날 경우, 탄핵 찬성파에 유리하고 반대파에는 불리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개혁신당 이준석 의원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예비후보로 등록하며 출마를 공식화했다.  

김재연 진보당 상임대표가 8일 오후 1시 서울 광화문에서 21대 대선 출마 선언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진보당
진보당 강성희 전 의원이 8일 국회 소통관에서 대선후보 출마 선언을 하고 있다. 사진=진보당

진보당에서는 김재연 상임대표와 강성희 전 의원이 출마를 선언했다. 김 대표는 “내란 청산과 평등공화국으로의 전환”을, 강 전 의원은 “윤석열 파면은 시작일 뿐”이라며 반권위주의와 구조적 개혁 의제를 강조하고 있다. 

이번 대선은 여야 모두 복수의 주자가 경쟁하는 다자 구도로 시작했지만, 본선이 가까워질수록 단일화 논의가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국민의힘 내부에서는 표 분산을 막기 위한 단일화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