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명배우·아이돌, 백상이 주목한 ‘예능 강자’로...해원·지예은의 반전 매력
정통 코미디언 아닌 2030 여성들 MZ세대 열광하는 예능 샛별 변신 ‘외모 췍’ ‘자중해’ 등 유행어 남겨 백상예술대상 후보까지 올라
남성 중심 예능에서 ‘감초’ 역할에 그치던 여성들이 예능판을 뒤흔드는 시대다. 그중에서도 아이돌 그룹 엔믹스(NMIXX) 멤버 해원과 배우 출신 지예은이라는 20대 두 젊은 여성이 새로운 감각과 웃음으로 예능계에 신선한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지난 7일 발표된 제61회 백상예술대상 여자 예능상 부문 후보에는 이수지, 장도연, 지예은, 해원, 홍진경이 이름을 올렸다. 특히 지예은과 해원은 정통 코미디언이 아님에도 예능에서 강한 존재감을 보여주고 있다.
각자 보여주는 매력은 어떻게 다를까? 해원은 2022년 JYP엔터테인먼트 소속 걸그룹 엔믹스(NMIXX)의 멤버로 데뷔했다. 2023년 즈음부터 독보적인 예능감을 발휘하며 주목받고 있다. 아이돌이 각종 직업을 체험하는 콘셉트의 유튜브 예능 ‘워크돌’에서 시즌2와 시즌3의 MC를 맡으며, 성실하고 재치 넘치는 모습으로 큰 사랑을 받았다. 해원은 기상 캐스터, 승무원, 서빙 등 실제 노동 현장을 체험하며 몰입도 높은 리액션과 뛰어난 순발력을 보여줬다.
그가 만든 대표 밈(유행어)인 “외모 췍~!”은 MZ세대를 중심으로 온라인에서 빠르게 퍼졌다. 유튜브 ‘워크돌’ 클립 영상은 평균 100만 회 이상 재생되며 시리즈 전체의 인기를 이끌었다. ‘워크돌’ 시즌2와 시즌3의 누적 조회수는 4천만 회를 넘겼고, 그중 해원이 등장한 에피소드들은 대부분 150만~250만 조회수를 기록했다. 특히 ‘승무원 체험’ 편은 조회수 800만 회를 돌파하며 폭발적인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해원의 매력은 단순히 밝은 에너지로 웃음을 유발하는 것을 넘어, 상황을 빠르게 파악하고 적절히 대응하는 감각에 있다. 실수가 바로 생방송으로 이어질 수 있는 기상캐스터 체험이나, 승객의 안전과 직결된 승무원 체험 등에서도 놀라운 집중력과 책임감을 보여줬다. 기내 방송의 압박감도 담담히 이겨낸다. 끝까지 맡은 일을 수행하는 모습은 시청자에게 웃음과 동시에 감동을 안겼다.
이러한 성실함은 치열한 아이돌 업계에서 해원이 쌓아온 생존 전략이기도 하다. 해원의 노력과 능동적 태도는 ‘어린 여성일수록 더 열심히 해야만 인정받는’ 연예계의 현실을 보여준다. 동시에 그런 환경 속에서도 자신만의 색깔을 잃지 않는 진정성이 시청자들에게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지예은은 2017년 웹드라마 ‘하우투’를 통해 데뷔했다. 오랜 무명 배우 생활 끝에 코미디 프로그램 ‘SNL 코리아’에서 두각을 나타냈다. 2022년 11월 리부트 시즌3 합류 이후 ‘마라탕웨이’, ‘대가리꽃밭’, ‘초롱이 여친’ 등 개성 넘치는 캐릭터를 연기하며 단숨에 주목받았다. “여기 사회야”, “자중해” 등의 유행어는 SNS를 통해 빠르게 퍼지며 대중문화 밈이 됐다. 해당 영상들의 누적 조회수는 유튜브 기준 수백만 뷰를 기록했다. 특히 ‘SNL 코리아’의 인기 에피소드 중 하나였던 ‘초롱이 여친’ 영상은 단독으로 400만 조회수를 돌파했다.
지예은의 강점은 극적인 캐릭터 몰입력과 빠른 순발력이다. 그러나 논란도 뒤따랐다. 지난해 10월 ‘SNL 코리아’에서 뉴진스 하니의 어눌한 한국어 말투를 희화화해, 국정감사에 출석해 진지하게 증언한 어린 여성 아티스트를 웃음거리로 만들었다는 비판도 나왔다.
그럼에도 지예은은 예능 신인답지 않은 존재감을 인정받으며 SBS 예능 ‘런닝맨’ 합류 6개월 만에 공식 멤버가 됐다. 기존 멤버들과 조화롭게 호흡하며, 긍정적인 에너지와 특유의 엉뚱한 매력으로 눈에 띄는 활약을 보여주고 있다. 예능 경험이 많지 않았음에도 예측 불가능한 상황에서 자연스럽게 반응하며 웃음을 유도하는 능력은 정통 개그맨 못지않다는 평이다.
해원과 지예은의 등장은 여성 예능인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준다. 각자 다른 배경에서 출발했지만, 자신만의 매력과 재능으로 예능계의 새로운 흐름을 만들어가고 있다. 예능의 ‘보완재’가 아닌 중심축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여성이 웃기는 것이 자연스러운 시대, 그 중심에는 지예은과 해원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