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책] ‘윤석열 탄핵’ 이끈 2030 여성…그들은 왜 광장으로 나왔을까

신간『젠더 갈라치기 정치』 홍찬숙 지음·세창출판사 펴냄

2025-04-09     김세원 기자
ⓒ세창출판사

지난해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 훼손된 민주주의의 회복을 이끈 주역은 단연 2030 여성이었다. 광장으로 달려 나온 청년 여성들은 여의도와 광화문, 남태령에서 한마음 한뜻으로 윤석열 전 대통령의 파면과 민주주의 회복을 외쳤다. 매서운 추위에도 형형색색의 응원봉과 깃발, 피켓을 들고 광장을 메운 여성들은 ‘다시 만난 세계’를 비롯한 케이팝(K-Pop)을 부르며 시위를 이끌었다. 그리고 지난 4일 헌법재판소는 재판관 만장일치 의견으로 윤 전 대통령의 파면을 결정했다. 

윤 전 대통령 파면이라는 결과를 이끌어 낸 2030 여성들은 누구일까? 이들은 왜 광장으로 나온 것일까? 또한 여성들과 달리 광장에서 2030 남성들을 보기 어려웠던 이유는 무엇일까? 서울대학교 여성연구소 객원연구원으로 재직 중인 저자는 ‘젠더갈등’이라는 프레임의 기원과 그 작동 방식을 분석하는 과정에서 정치적 주체로 자리 잡은 10~30대 여성들에게 주목한다. 

지난해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열린 윤석열 탄핵 및 구속을 촉구하는 촛불문화제에서 참가자들이 관련 손팻말과 응원봉을 들고 있다. ⓒ연합뉴스

저자는 청년 여성의 페미니즘이 기성세대의 올드 페미니즘과도 확연한 차이를 보인다고 분석한다. 기성세대 여성들이 ‘제3자의 눈’을 장착하고 지식인의 책무로 페미니즘에 이끌렸다면, 오늘날 청년 여성들은 ‘당사자’의 관점에서 페미니즘을 받아들이고 있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디지털 성폭력과 온라인상 여성혐오, 노동시장 내 구조적 불평등 등 실존하는 위험이 이들을 페미니스트로 만들었다는 것이다. 이에 저자는 “기성세대 여성들과 달리 이들에게 페미니즘은 생존을 위한 돌파구”라고 진단한다. 

반면 비록 가부장적일지언정 페미니즘을 크게 반대하지 않는 기성세대 남성들과 달리 청년 남성들은 페미니즘에 대해 강한 반감을 드러내고 있다. 그리고 저자는 ‘젠더갈등’ 프레임이 정치적 의도를 갖고 주조됐다고 주장한다. 정치권이 청년 남성들에게 ‘피해자 프레임’을 부여하고, 여성들에게는 ‘특혜를 받는 집단’이라는 이미지를 씌우며 대립을 조장했다는 진단이다. 실제 저자를 비롯한 일부 학자들은 4·7 재보궐선거 이후 ‘젠더갈등’이라는 용어가 언론에도 본격적으로 등장하게 됐다고 입을 모은다. 

오는 6월 3일 제21대 대통령 선거가 치러진다. 민주주의를 강화하기 위한 대안은 무엇일까? 우리는 혐오가 아닌 연대하는 민주주의를 모색할 수 있을까? 저자는 이 같은 질문에 답하며 한국 사회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한다.